• ‘합창의 위기’ 딛고, “한국 창작곡으로 K클래식 시대 연다”
 국립합창단 윤의중 단장 겸 예술감독

 코로나19로 찾아온 합창의 위기
 ‘비말’로 인해 직격탄…유연한 변화로 새 시도
 공연 영상화 통해 숨은 ‘합창 관객’ 발견
 한국적 색채 더한 창작 합창곡으로 세계화 시도
코로나19 시대를 맞으며 ‘합창의 위기’를 절감했지만, 국립합창단은 새로운 시도와 변화를 마다하지 않았다. 오프라인 공연 대신 온라인으로 영상을 공개하며 장소와 시간의 제약을 넘어 관객과 만났고, 우수한 한국 창작 합창곡을 남기고 알리는 것을 목표로 꾸준한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국립합창단 제공]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1년에 무려 60~70회, 일주일에 한두 번씩 무대에 올랐다. “축구선수들이 몇 경기를 연속해 뛰면 쉬어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연습도 4시간 이상 하면 힘들어요. 우리는 목이 악기이니까요.” 살인적인 스케줄을 감당해도, “한국 합창 음악을 이끌어간다는 ‘사명감’”은 프로 합창단의 철저한 자기관리를 이끌고, 자부심을 높였다. 그러나 코로나19가 찾아온 지난해부터 국립합창단은 음악을 멈췄다.

“전 세계적으로 합창단이 직격탄을 입었어요. 비말 때문이죠.” 하루 전날 공연이 취소되기 일쑤였다. 마스크를 쓰고 연습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국내에도 어머니 합창단, 실버 합창단이 많은데 지금 아마추어 합창단은 코로나19로 다 죽어버린 상황이에요.”

윤의중 국립합창단 단장 겸 예술감독은 지난 한 해 절감한 ‘합창의 위기’를 이렇게 이야기했다. 코로나19 와중에도 국립합창단의 방향성은 분명했다. 이러한 때에도 할 수 있는 것을 하며, 변화를 받아들였다. 오프라인 공연 대신 합창 영상을 온라인에 공개했다. ‘유연한 변화’였다.

“사실 전 모든 음악은 콘서트홀에서 자연음으로 들어야 한다는 입장이었어요. 마이크를 쓰는 것도 싫어했고요. 대중음악과는 차별화돼야 한다는 생각이 컸는데 코로나19를 겪으며 많이 바뀌었어요.”

지난해 국립합창단은 일종의 ‘가상 합창단’(코로나19 프로젝트‘ 합창곡 ‘힘내라! 대한민국’)을 만들었다. 각 단원들이 따로 모여 여러 차례 영상 촬영을 진행한 뒤, 하나의 완성본을 만들었다. “한 자리에 많은 합창단원이 모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처음엔 “누가 볼까” 싶었는데, 영상이 유튜브와 네이버를 통해 공개하자, 최대 8만명까지 ‘온라인 관객’들이 모였다. “미국의 교민들이 댓글을 달고, 지방에 계신 분들이 영상으로 합창 공연을 보더라고요. 시간과 장소를 초월해 음악을 전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죠. 연주회를 열면 많이 와봐야 2000명인데 우리가 모르는 숨은 청중, 합창을 기다리는 청중이 많다는 것을 발견한 기회였죠.”

윤의중 국립합창단 단장 겸 예술감독은 3년의 재임기간동안 8편의 창작 합창 대곡을 선보였고, 지난해 말 연임돼 2023년까지 3년 더 국립합창단을 이끈다. 윤 감독은 “우리나라를 대표할 창작 합창곡을 만들어 세계적인 레퍼토리가 될 수 있도록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국립합창단 제공]

올해에도 국립합창단의 도전과 시도는 계속 된다. 3년의 재임 기간 동안 8편의 창작 합창대곡을 선보인 윤 감독은 ‘한국의 명곡’이 태어날 토대 마련에 힘을 쏟고 있다. 최근 김영랑, 김소월 등 한국의 대표 시인들의 시로 작곡 합창 음악을 미디어 아트, 조명 예술과 결합해 선보인 ‘포에틱 컬러스’도 그 중 하나였다. 삼일절을 기념해 열리는 창작 칸타타 ‘나의 나라’(3월 2일·예술의 전당)도 한국 합창곡의 가치를 알리고, 스테디셀러를 개발하기 위한 일환이다. 지난해 8월 광복절 기념공연으로 초연한 후 6개월 만에 다시 선보이는 무대다. 백범 김구 선생 등 독립운동가의 이야기가 중심이며 배우 남경읍, 소리꾼 고영열, 정가(正歌) 보컬리스트 하윤주 등이 출연한다.

윤 감독은 “초연 당시 청중 반응이 워낙에 좋았고, 음악과 연출, 프로그램 구성에 있어 아쉬운 점들을 보강했다”고 말했다. 국악기와 서양악기의 구성과, 합창 방식에 보다 다양하게 변화를 줬다. “청중에게 다양성을 주기 위한” 시도다.

“명곡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아요. 하나의 명곡이 태어나기 위해선 몇 번을 다듬고 고치는 과정이 필요해요. 뮤지컬 ‘명성황후’나 발레 ‘호두까기 인형’처럼 스테디셀러로 연주되는 합창을 만들어갈 생각이에요. 우리나라엔 굉장히 많은 창작곡이 있지만, 버려지는 것이 너무 많아요. 계속된 시도를 통해 미래 세대가 연주할 수 있도록 유산으로 남겨야죠.”

창작 칸타타 ‘나의 나라’ [국립합창단 제공]

우리 고유의 문학에 선율을 붙이고, 우리의 정서를 담아낸 창작 합창곡은 ‘한국 합창’의 새 미래를 기대하게 한다. 윤 감독은 “해외에 연주를 나가도 바흐나 브람스보다 한국 고유의 음악을 더 원한다”며 “한국 합창곡이 K클래식의 시대를 열 수 있다”고 말했다.

가능성은 여러 차례 발견됐다. 국립합창단은 지난해 4월 코로나19 극복 프로젝트로 오병희 작곡의 ‘괜찮아요’ 합창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은 윤 감독의 지휘와 거리두기로 합창하는 단원들의 모습, 방역 전선에 있는 의료진의 모습을 담았다. 한국어와 영어로 가사도 올렸다. 영상을 본 외국의 지휘자들은 윤 감독에게 이메일을 보내 연주를 문의하고, 학교에서 자료로 활용하고 싶다는 요청을 보내기도 했다. 2019년엔 미국 세라픽파이어합창단에서 한국 창작곡으로만 객원 지휘를 하며 놀라운 호응을 얻었다.

“우리나라의 젊은 작곡자들이 서양음악과 한국적인 것의 적절한 조화를 잘 유지하며 합창곡을 만들고 있어요. 이질감이 크면 외국인들도 공감이 어렵겠지만, 우리 고유의 것을 무너뜨리지 않으면서 서양음악을 토대로 하니 굉장히 좋아하더라고요.”

백범 김구 선생 등 독립운동가의 이야기가 중심이 된 국립합창단의 창작 칸타타 ‘나의 나라’ 배우 남경읍, 소리꾼 고영열, 정가(正歌) 보컬리스트 하윤주 등이 출연한다. 오는 3월 2일 공연된다.

올해 가장 큰 프로젝트 중 하나인 한글날 기념 창작공연 ‘훈민정음’ 초연도 이러한 방향성의 연장이다. ‘훈민정음’은 “ 한글의 우수성을 예술로 승화하는 작품”이다. 다악장 성악곡 형식의 창작 칸타타로, 15곡 이상으로 꾸밀 예정이다.

“한국 창작곡엔 가사, 지휘, 정서에 분명히 우리만이 느끼는 감정이 담겨 있어요. 그런데 우리말로 부르더라도 번역을 통해 전달하면 외국인들도 그 정서를 나눌 수 있더라고요. K팝도 외국인이 따라 부르잖아요. 어떤 면에선 우리말을 알리는 기회가 되기도 하고요. 그러니 한국어로 연주하는 것을 두려워할 이유가 없는 거죠. 새로운 작업과 시도로 우리나라를 대표할 창작 합창곡을 만들어가야 해요. K팝이 해외에서 위상이 높은 것처럼 클래식에도 한국적인 것이 가미됐을 때 세계적인 레퍼토리가 될 수 있다고 봐요.”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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