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설] 경제단체장 민간 주도시대, 협력의 본보기 만들어야

한국무역협회(무협)가 차기 회장으로 구자열 LS그룹 회장을 추대키로 했다. 신임 구 회장은 24일 정기총회에서 의결을 거친 후 제31대 회장으로 공식 선임된다. 무협의 기업인 회장은 15년 만이다. 그동안은 주로 장관급 고위 관료들의 몫이었다. 강산이 두 번 바뀔 즈음에야 무협이 낙하산 경제단체의 그늘에서 벗어난 셈이다. 보은인사형 퇴직 관료를 점지하지 않고 자율에 맡긴 정부나 잡음 없이 만장일치로 적임자를 선택한 무협 회장단 모두 칭찬받을 일이다.

이보다 하루 앞서 23일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대한상의 회장에 오른다. 이로써 전경련, 경총, 대한상의, 무역협회, 기협중앙회 등 주요 경제단체 모두 기업인들이 이끄는 민간경영 시대를 맞게 됐다. 당연한 일이 이처럼 반갑기도 어렵다. 그만큼 기대감도 높다는 얘기다.

일각에선 통합론을 꺼내는 모양이지만 괜한 소리다. 과정의 지난함을 고려하면 통합의 효율은 제로에 가깝다. 불필요한 일이다. 묶으면 풀어야 한다는 소리가 또 나오는 건 필연이다. 오히려 각 경제단체는 특성과 직능에 부합한 역할을 더욱 강화해야 할 일이다. 그런 과정에서도 협력의 길은 찾을 수 있다. 서로 다른 경제단체가 한 방향으로 같은 목소리를 내는 본보기를 만들어야 한다. 응집력이 중요하다. 그렇게 해야 할 일들은 많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규제입법 대응이다. 안 그래도 저성장 기조 속에 생존활로를 찾는 데 바쁜 기업들은 지금 코로나19라는 미증유의 재난으로 살얼음판 경영을 하는 중이다. 여기에 어려움을 더하는 게 기업의 손발을 묶는 각종 규제입법이다. 최근 국회를 통과한 기업규제 3법과 중대재해처벌법 등은 우리 기업들이 다른 나라 기업에 비해 과도하게 받는 역차별에 가깝다. 단체의 규모나 수장의 연령에 구애되지 않는, 단합된 목소리가 중요하다. 5개 경제단체장의 공동 국회 방문은 비록 의례적 행사에 그친다 해도 그 울림이 작지 않을 것이다.

경영의 최대 화두가 된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도 공동 보조를 맞춰야 할 중요한 과제다. 기업은 이윤만 추구하는 조직이어서는 안 된다. 소외계층에 대한 봉사나 물품 지원은 과거형 CSR다. 인류의 삶에 기여할 아이템을 선택하고 집중하는게 이 시대가 바라는 미래형 CSR다. 그것은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가장 협업이 필요한 분야다.

재계의 위상은 아우성만으로 높아지지 않는다. 시키는 것 다 한다고 대정부 협력이 원활해지는 것도 아니다. 경제단체들이 ‘따로 또 같이’ 할 일을 할 때 얻어지는 결과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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