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인규의 현장에서]백신 유감

“그래서…백신을 맞으라는 건가요, 말라는건가요? 정부도 자신 없으니까 결국 책임을 의사에게 돌린다는 것으로밖에 해석되지 않네요. 이러니 백신이 들어와도 안 맞겠다는 사람이 있는게 아닌지…”(서울 개원의 A씨)

‘코로나 팬데믹’의 게임체인저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는 백신접종이 국내에서도 26일부터 시작된다. 안타깝지만 ‘백신접종’과 ‘코로나 탈출’에 등호(=)를 성립시키는 사람은 많지 않다. 백신접종이 시작되더라도 완전한 코로나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가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여기에다 현재 진행형인 백신 논란은 백신에 대한 신뢰도마저 떨어뜨린다. 과학의 눈으로 바라봐야 할 백신에 정치와 이념, 집단 이기주의가 뒤범벅되고 있다.

지난해 성공적인 방역활동을 선보였다고 자평한 한국은 백신 확보에서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꼴찌에 해당할 만큼 뒤처졌다. 물론 백신에 있어 우선순위는 ‘속도’가 아닌 ‘안전성’이라는 말에 토를 다는 사람들은 없을 것이다. 속도가 늦더라도 촘촘한 접종계획에 따라 정부가 목표로 한 집단면역 형성에 필요한 수준까지 접종이 된다면 이보다 좋을 순 없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이런 기대에 대한 현실화 가능성이 작다. 특히 국내에서 처음 접종될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65세 이상에 대한 접종계획 변동이 결정적이다. 식약처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사용을 허가하며 ‘65세 이상 고령자에 대한 사용은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라는 단서를 달았다. 이런 우려 때문이었는지 결국 질병청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접종 우선순위에서 65세 이상을 배제했다.

더구나 정부는 지난해 말부터 백신 도입 시기나 물량에 대해 계속 말을 바꾸고 있다. 2월 중순 첫 접종한다더니 이후 설 연휴, 2월 말 등 계속 접종계획이 달라졌다. 이렇게 우왕좌왕하는 정부 모습에 정말 이 백신을 맞아도 되는 것인지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실제 한국갤럽이 최근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에게 코로나19 백신 접종 여부를 물은 결과 71%만이 접종 의향이 있다고 했다. 19%는 “접종 의향이 없다”, 10%는 의견을 유보했다. 백신을 우선 접종하게 될 코로나19 환자 치료 의료진 중에도 백신을 맞지 않겠다고 한 경우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더해 백신이 정치적인 도구로 이 용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여당과 야당은 대통령이 먼저 백신을 맞아야 하는지를 놓고 치졸한 말싸움만 한창이다. 여기에 의료계는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의사의 면허를 취소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에 반발하면서, 백신 접종에 협조하지 않을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하지만 백신은 이념이 아닌 과학의 눈으로 바라봐야 한다. 백신으로 인한 예방 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국민 대다수가 백신에 대한 신뢰를 갖고 백신 접종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 지금은 잠시 싸움을 멈추고 함께 백신 접종을 위해 소매를 걷어붙여야 할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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