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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3년 만의 인상’ 없던 일로…‘갓뚜기의 라면값 인상’ 해프닝 [언박싱]
연휴 직전 라면·참기름·마요네즈 인상 공문 발송
생활물가 인상 이슈되자 인상 방침 철회
업계 “정부와 한 협의도 힘들었을 것”
서울 종로구의 한 마트에서 직원이 라면 판매대를 정리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신소연 기자] 오뚜기가 13년 만에 라면값 인상에 나섰으나 결국 없던 일이 됐다. 라면이 서민음식의 대표격이다 보니 가격 저항이 심한 탓이다. 하지만 최근 라면의 주원료인 밀가루와 팜유 가격 움직임이 심상치 않은 데다 물류비용 역시 고공행진 중이어서 다시 가격 인상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오뚜기, 연휴 직전 대형 마트에 라면 등 인상 통지

1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오뚜기는 설 연휴 직전인 지난 10일 대형 마트에 라면과 마요네즈, 참기름 등의 품목에 대해 오는 3월부터 가격을 인상한다는 내용을 공문을 보냈다.

특히 오뚜기는 라면에 대해 제품별로 평균 9.5%의 인상률을 제시했다. 오뚜기의 대표 제품인 ‘진라면’ 5개 번들이 대형 마트에서 2750원에 판매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3000원가량으로 가격이 오르게 되는 셈이다. 만약 오뚜기가 이번에 라면 가격을 인상하게 되면 지난 2008년 이후 13년 만에 가격을 올리게 되는 셈이다. 오뚜기는 그간 10년 이상 라면 가격을 동결하며 주요 제품의 가격을 업계 최저 수준으로 유지해왔다.

오뚜기가 라면 가격 인상을 결정하게 된 것은 10여년간 제품 가격을 유지하면서 원가 압박이 어느 때보다 심해졌기 때문이다. 라면의 주재료인 밀과 팜유의 가격이 고공행진을 하는 데다 라면 가격의 바로미터인 소맥 가격 역시 지난해 하반기 이후 강세다. 지난해 8월 이후 기후변화 등으로 밀의 작황이 썩 좋지 않았던 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식량안보의 중요성이 커져 러시아 등 일부 국가에서 수출쿼터를 시행하고 있어서다.

실제로 뉴욕상품거래소에서 지난 12일 기준 소맥 가격은 부셸((27.2㎏)당 636.60센트로, 지난해(247.40센트) 대비 16.29% 뛰었다. 대두와 옥수수 역시 각각 53.74%와 40.62% 오른 가격에 거래됐다. 곡물의 물류비 추이를 알 수 있는 BDI(건화물선 운임지수)는 지난달 1600포인트를 상회했다. 이는 지난해 말보다도 400포인트가량 높은 수준이다.

가격 저항 부담에…연휴 지나 “없던 일로”

하지만 설 연휴가 지나면서 상황이 역전됐다. 오뚜기는 지난 15일 이강훈 대표이사 주재의 임원회의를 통해 제품의 가격 인상을 없던 일로 하기로 전격 결정했다. 대형 마트에도 가격 인상에 대한 취소 공문을 바로 발송했다. 연휴 기간에 생활물가 인상에 대한 이슈가 논란이 된 데다 월초 결정한 즉석밥의 가격 인상에 대해 부정적인 여론이 형성되다 보니 내부적으로 가격 인상이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오뚜기가 라면 가격 조정에 대해 정부와의 협의도 쉽지 않았을 것으로 보고 있다. 라면이 대표 서민음식으로 가격 변동이 소비자물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만큼 정부와 협의할 수밖에 없는데, 연초 생필품 가격이 줄줄이 오른 상황에서 정부가 라면 가격까지 오르도록 두지는 않았을 것이란 분석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원료 가격 계약을 연간 단위로 하기 때문에 단기적인 가격 변동이 제품 가격에 영향을 미치진 않는다”면서도 “국제 곡물 가격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줄곧 강세를 보인 만큼 올 하반기에는 원가 압박에 못 이겨 가격을 올리는 업체들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carri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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