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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갤노트로 드로잉했다 ‘디지털 펜화’
안창홍 개인전 ‘유령패션’
안창홍, 유령패션, 디지털 펜화 [호리아트스페이스 제공]

명품 브랜드의 런웨이, 옷을 입고 있어야 할 모델이 없다. 옷만 홀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심지어 그 옷의 컬러는 흘러내리고, 주변으로 확장한다. 유령들의 패션쇼다.

다양한 조형언어로 현대 한국사회를 날카롭게 비판하는 작가 안창홍(68)의 개인전이 열린다. 서울 청담동 호리아트스페이스는 안창홍 작가의 ‘유령패션’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에 나오는 작품은 전부 디지털 펜화다. “(나보다 나이가 많은) 데이비드 호크니도 아이패드로 드로잉을 하는데, 나는 못하겠나 싶었다”는 그는 갤럭시 노트로 펜화를 그렸다.

그간 안 작가의 작업세계는 변화무쌍했다. 산업사회에서 와해된 가족사를 다룬 ‘가족사진’부터 눈을 감은 인물에 그림을 덧그려 역사 속 개인의 비극을 다룬 ‘49인의 명상’, 평범한 소시민의 개성을 강렬하게 표현한 ‘베드 카우치’연작 등 거침없고 도발적인 시각언어로 주목 받아 왔다. 2019년 아라리오갤러리에서 열렸던 개인전에서는 작업하는 ‘화가’에 대해 자전적인 설치작업을 선보이기도 했다.

손 맛이 살아있는 아날로그적 재료를 주로 사용하던 그가 디지털 드로잉으로 돌아선 데는 편리함과 호기심이 작용했다. “늘 손에 쥐고 있는 스마트폰에 아이디어를 그 때 그 때 적어놨다”는 작가는 “화가는 형태로 이야기한다. 예술은 소통을 위해 존재하고, 어떤 방식으로 소통해야 의미를 감동적으로 전달 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늘 있다. 재료나 그리기 방식에 대한 호기심이 많을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디지털 드로잉의 소재는 ‘패션’이다. 개인을 드러내기 가장 쉬운 방법이지만 지나치면 허영과 노출심리만 과하게 드러난다. 이를 먹고사는 패션산업은 자본주의의 상징처럼 읽힌다. “단절 되면서도 화려하게 물결치는 거리의 패션을 보면서 허깨비 같다는 생각을 했다” 작가는 유명 브랜드의 화보를 차용했다. 모델을 지우고 옷 만 남겼다. 지워진 모델은 곧 현대인의 자화상이다. 허탈하기 그지없다.

이번 전시에서는 디지털 펜화만 선보이지만 앞으로는 ‘유령패션’ 시리즈를 유화로 다시 그릴 예정이다. 전시를 기획한 김윤섭 아이프(aif)대표는 “디지털이라는 것이 손 맛을 고집하는 페인터들에게는 불편할 수 있다. 안창홍 작가는 디지털 기기만을 활용해 또 다른 영역을 선보였다. 디지털이 불편하고 불안한 아날로그 세대에게 용기를 주는 결과물”이라고 설명했다. 전시는 3월 13일까지 이어진다. 이한빛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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