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번 팔았다고 끝이 아니다”…제약사 화수분 ‘플랫폼 기술’
GC녹십자랩셀, 세포치료제 기술 美수출
알테오젠 ‘정맥주사→피하주사’ 4조 계약
레고켐바이오 ‘약물+항체’ 결합 수출개가
다른계약도 영향 미치는 ‘복덩이 기술’

최근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기술수출 영역에서 플랫폼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신약 후보물질(파이프라인)을 기술수출하는 것과 달리 플랫폼 기술은 한 번의 수출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계약 상대에 따라 계속해서 수출이 가능해 기업에게는 화수분(재물이 계속 나오는 보물단지)과 같은 복덩이가 될 수 있다.

▶GC녹십자랩셀-아티바, 미 MSD와 세포치료제 기술 2조원대 계약=지난 달 29일 GC녹십자랩셀은 미국 관계사 아티바 바이오테라퓨틱스(이하 아티바)와 함께 고형암에 쓰는 CAR-NK 세포치료제 3종을 미국 머크(MSD)와 공동개발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아티바는 GC(녹십자홀딩스)와 GC녹십자랩셀이 세포치료제 개발을 위해 2019년 미국 샌디에이고에 설립한 법인으로 이후 GC녹십자랩셀이 아티바에 자연살해(NK, Natural Killer) 세포치료제와 관련한 기술을 이전했다.

계약 규모는 최대 18억 6600만 달러(약 2조원)다. 전체 계약 중 GC녹십자랩셀과 아티바의 계약 규모는 절반에 해당하는 9억8175만 달러(약 1조980억원)다. 반환 의무가 없는 계약금은 1500만달러(약 170억원), 단계별 성공에 따른 기술료인 마일스톤은 9억6675만 달러(약 1조800억원)다. 상업화에 따른 로열티는 별개다.

GC녹십자랩셀이 원천기술을 가지고 있는 CAR-NK 세포치료제는 면역세포의 일종인 NK 세포에 암세포에만 결합할 수 있도록 만든 CAR 단백질을 발현시켜 NK세포의 암세포 살상력을 높인 차세대 항암제다. 기존 면역항암제에 비해 안전하고 타인에게 사용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MSD와 아티바, 아티바와 GC녹십자랩셀로 이어지는 계약에 따라 이들 회사는 총 3가지 고형암에 대한 CAR-NK 세포치료제를 공동 개발한다. 구체적인 암 종류에 대해서는 정해지지 않았다. MSD는 향후 임상 개발과 상업화에 대한 전 세계 독점 권리를 갖게 된다.

특히 GC녹십자랩셀은 이번 계약에 대해 특정 신약 후보물질을 수출하는 경우와 달리 원천 플랫폼 기술을 수출하고 초기 단계부터 공동 연구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는 데 의미를 부여했다. GC녹십자랩셀 관계자는 “글로벌 제약사가 GC녹십자랩셀의 CAR-NK 플랫폼 기술을 몇 개 프로젝트에만 활용하는 데 수조 원의 가치로 산정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며 “GC녹십자랩셀과 아티바의 글로벌 수준의 역량이 더해진 결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알테오젠, ALT-B4 기술로만 4조원대 계약…레고켐, ADC 기술로 4건 성사=이처럼 연초부터 GC녹십자랩셀의 대형 기술수출 소식이 전해지면서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플랫폼 기술수출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이번 GC녹십자랩셀의 2조원대 계약은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기술수출 중 역대 세 번째로 큰 규모다. 두 번째로 큰 규모의 계약 역시 알테오젠이 지난 해 성사시킨 플랫폼 기술수출이었는데 이 계약 규모는 4조6770억원에 이른다.

알테오젠의 경우 ‘인간 히알루로니다제(ALT-B4)’라는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ALT-B4는 히알루론산을 분해하는 재조합 효소 단백질로 약물이 인체 피하조직을 뚫고 들어갈 수 있게 돕는 역할을 한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단백질 제제의 정맥주사제를 피하주사제로 만들 수 있다.

알테오젠은 이 기술로 지난 해 6월 글로벌 10대 제약사 중 한 곳과 최대 4조6770억원의 계약을 체결했다. 앞서 알테오젠은 2019년에도 또 다른 글로벌 제약사와 이 기술로 1조5700억원 규모의 계약을 따냈다. 즉 정맥주사 제형을 피하주사 제형으로 바꾸는 기술 하나만으로 6조원이 넘는 계약을 따낸 것이다.

이런 플랫폼 기술을 보유한 기업은 또 있다. 레고켐바이오는 ‘약물-항체 결합(ADC)’이라는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의약품의 효능이 제대로 발휘되기 위해서는 약물이 체내의 적절한 위치에서 방출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 약물 단백질과 항체가 잘 연결되어야 하는데 그것이 쉽지 않다. 레코켐바이오의 ADC 기술은 이 약물 단백질과 항체가 잘 연결되도록 돕는 기술이다. 항암제는 물론 어떤 의약품에도 적용이 가능한 기술인 셈이다.

이에 레고켐바이오의 플랫폼 기술수출은 지금까지 4건이나 성사됐다. 미국 밀레니엄파마슈티컬과 4860억원, 일본 다케다제약과 4559억원, 영국 익수다테라퓨틱스와 2건(4975억원, 2791억원)의 계약을 각각 체결했다. 4건의 계약 총 합은 1조 7000억원에 이른다. 이 밖에 이중항체 플랫폼 기술을 가진 에이비엘바이오도 동아에스티, 미국 트리거테라퓨틱스 등과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플랫폼 기술, 한 번 수출로 끝나지 않고 또 다른 계약도 가능=업계에서 플랫폼 기술수출이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히 큰 계약 규모에만 있지 않다. 플랫폼 기술이란 원천기술을 토대로 다양한 질환, 다양한 약물에 적용할 수 있어 한 번의 기술수출에만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알테오젠과 레고켐바이오처럼 하나의 원천기술로 여러 건의 계약이 가능해 향후 또 다른 기술수출의 가능성이 언제든지 열려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신약 후보물질의 경우 기술수출을 한다는 것은 사실상 모든 권리를 넘긴다는 것으로 볼 수 있어 한 번 팔고나면 끝이라는 느낌”이라며 “하지만 플랫폼 기술은 또 다른 상대와 조건에 따라 얼마든지 다른 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는 것이 무엇보다 큰 장점이다. 보물이 계속 나오는 화수분과 같은 존재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손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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