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진우 IBS 나노의학 연구단장이 개발한 '나노나침반'을 활용한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IBS 제공]

[헤럴드경제=구본혁 기자] 자기장은 자기공명영상장치(MRI)와 같이 질병 진단에 매우 중요한 수단이지만 아직까지 치료에는 사용되지 않고 있다. 자기장을 이용하면 MRI와 같이 생체 신호를 읽기나 검색은 가능하지만 쓰기나 교정 기능은 불가능한 상태다.

기초과학연구원(IBS) 나노의학 연구단 천진우 단장(연세대 교수) 연구팀은 자기장을 이용해 뇌의 운동신경을 무선 및 원격으로 정밀 제어하는‘나노 자기유전학 기술’을 개발했다.

연구진은 자기장에 감응해 토크 힘을 발생하는 ‘나노나침반’을 개발했다. 나노나침반의 토크 힘은 뇌세포의 피에조-1 이온 채널(채널이 열리고 닫힘에 따라 세포 내부의 이온농도를 조절하는 막 단백질)을 개방, 뇌신경 신호 전달이 가능하다. 연구팀이 살아있는 동물(쥐)의 경우 나노나침반을 우뇌의 운동 신경 부위에 주입한 후 자기장을 가했을 때, 칼슘 이온이 세포 내로 유입돼 원하는 부위의 운동 능력을 촉진했다. 이에 따라 쥐의 왼발 운동신경이 활성화돼 반시계 방향으로 운동하며, 운동능력이 약 5배 향상했다. 즉 나노나침반이 자기수용체(磁氣受容體)로 작용, 뇌세포의 활성 제어가 가능함이 살아 움직이는 동물에서 증명된 것이다.

연구진이 개발한 자기유전학 장치는 MRI장비와 같은 크기(중심지름 70 cm)에서도 구동이 가능하며 사람의 뇌나 전신에 25mT(밀리 테슬라)의 자기장을 전달할 수 있다. 자기장은 침투력이 높기 때문에 파킨슨병, 암과 같은 난치병 치료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자기유전학을 통한 뇌 신경 활성화 모식도.[IBS 제공]

천진우 단장은 “나노 자기유전학은 원하는 세포를 유전공학으로 선택해 무선·원격으로 뇌 활성을 제어하는 연구 플랫폼이 될 것”이라며 “뇌의 작동 원리 규명과 질환 치료 등 뇌과학의 새로운 지평을 열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머티리얼스’에 1월 29일 게재됐다.

nbgkoo@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