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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꿈꾸는 디벨로퍼가 도시를 바꾸죠”-김승배 피데스개발 대표 [피플앤스토리]
김승배 피데스개발 대표 인터뷰
피데스는 라틴어로 ‘신뢰’…“신뢰는 비즈니스의 기본”
금융위기에도 버텨 디벨로퍼 명실상부 대표주자로
“재건축·리모델링도 도시재생…죽은 공간 살려야”
정부의 민관협력 확대 발표에는 기대감 표해
지난해 3월부터는 한국부동산개발협회 회장도 맡아
김승배 피데스개발 대표는 지난 26일 진행된 인터뷰 내내 ‘신뢰’를 강조했다. 그는 “디벨로퍼에게 가장 중요한 가치는 신뢰다. 회사 이름도 ‘신뢰’인데 지켜야 하지 않겠느냐”며 웃었다. [이상섭 기자]

일 말고 개인적인 ‘꿈’을 물었더니 ‘완벽하고 이상적인 도시 설계’에 대한 비전을 한참 설명한다. “다른 게 뭐가 있겠냐”고 반문한다. 나홀로 시간에도 자신이 만들 주거공간을 상상하는 게 즐겁다. 카카오톡 프로필 멘트를 ‘꿈꾸는 즐거움이란’으로 채운 것도 이 때문이다. 김승배 피데스개발 대표(60) 이야기다.

지난 26일 오후 서울 강남구 봉은사로 피데스개발 본사에서 만난 김 대표는 자신을 ‘집쟁이’라고 표현했다. 1980년대 건설사에 입사해 리비아에서 중동건설 붐을 거치고, 90년대 1기 신도시 건설 사업의 현장을 누비다 2000년대부터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디벨로퍼(부동산개발업자)로 일 해온 그다.

김 대표는 거친 디벨로퍼의 이미지보단 선비 같다는 사람들이 많다. 온화하고 차분한 표정으로 주거 트렌드를 설명하고, 시장에 대한 세부 데이터를 꼼꼼히 설명한다.

김 대표는 ‘신뢰’를 가장 기본적인 경영철학으로 삼고 일해왔다고 여러차례 강조했다. 회사 이름이 신뢰라는 뜻의 라틴어 ‘피데스(fides)’다. 부동산 개발업자를 사기꾼(?)으로 취급하던 시대부터 김 대표는 신뢰를 바탕으로 업력을 쌓아왔다. 그렇게 신뢰의 이름을 걸고 17년째 사업을 이끌고 있다.

힘들었던 경기도 평택 용죽지구 도시개발사업을 끝까지 놓지 않았던 것도 신뢰를 지켜야 한다는 김 대표의 소신 때문이었다. 김 대표는 2006년 사업비 7400억원 규모의 평택사업에 뛰어들었으나 2008년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어려움을 겪었다. 사업은 멈춰섰고 다른 사업장에서 번 돈을 쏟아부으며 버티고 또 버텼다. 지인들은 하나같이 ‘뒤엎고 새로 시작하라’고 말렸다.

김 대표는 “경기가 회복될 때까지 어떻게 버티느냐가 핵심이었고 PM(프로젝트 매니지먼트), 지역주택조합사업 등 할 수 있는 것을 다 하면서 버텼다”고 회고했다. 그의 끈기는 결국 암흑기를 이겨냈다. 3개 단지 입주까지 무사히 마쳤고 학교용지만 팔면 끝이다. 꼬박 15년이 걸렸다.

“이자만 1500억원 내고도 웃으면서 자기 이름을 내걸고 사업하는 선수는 대한민국에 저밖에 없을걸요.” 김 대표는 다시 웃어 보였다. “피데스개발이라는 이름으로 명함도 못 내밀면 그게 무슨 의미가 있겠냐”는 말에서 회사에 대한 깊은 애정이 느껴졌다.

김 대표는 국내 1세대 디벨로퍼의 대표주자다. 현재 한국부동산개발협회 회장도 맡고 있다. 디벨로퍼는 부지 확보부터 금융, 상품개발, 분양, 마케팅, 사후관리까지 총괄하는 부동산 개발자다. 김 대표의 말을 빌리자면 ‘미래의 공간을 새롭게 만들어내는 사람’이다.

“제가 대학교를 다닐 때는 낙후된 판잣집과 달동네, 비둘기집은 사회 문제였어요. 건축을 전공한 사람으로서 어떻게 하면 살기 좋은 공간으로 만들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죠.”

그 시절 김 대표의 치열한 고민은 중동 건설현장을 지키던 대우건설 입사 8년 차의 청년을 주택사업본부로 향하게 했다. 1기 신도시가 한참 만들어지기 시작한 1990년이었다.

김 대표는 “대학원에 진학할까 고민하던 찰나에 주택사업본부가 생긴다고 해서 기술직 1호로 손들고 합류했다”고 했다. 고급빌라 ‘로얄카운티’, 동호인주택 ‘멤버스카운티’, 주상복합 ‘아이빌’, 주거형 오피스텔 ‘미래사랑’ 등 다양한 브랜드를 개발했다. 트럼프의 이름을 딴 고급 주상복합 ‘트럼프월드’도 김 대표의 참여 작품이다. 2003년에는 동기 중 처음으로 주택사업담당 이사에 올랐다. 그야말로 잘 나갔다.

대형 건설사의 임원이, 그것도 임원을 단지 1년도 안 돼 사업에 뛰어들겠다고 하니 다들 붙잡았다. 사표가 수리되는 데 다섯 달이 걸렸다.

“1999년 이전에는 대우건설이 디벨로퍼 역할을 했는데 그 이후에는 시행사가 가지고 온 사업에 시공사로 참여하는 일이 많았죠. 다른 사람이 그린 밑그림으로 일을 하다 보니 답답했어요. 이렇게 좋은 땅에 왜 그런 말도 안 되는 그림을 그렸을까 싶었던 거죠.”

김 대표는 “건설회사에서 개발영역은 주류가 아니었다. 세상이 원하는 공간을 만드는 데 필요한 모든 과정을 책임지고 해내고 싶어 과감하게 도전했다”고 말했다. “혈혈단신 홀로 나와 맨땅에 헤딩했어요. 왜 그런지 몰라도 자신 있었죠.”

처음 1년은 준비에만 온 힘을 쏟았다. 풍부한 실무경험을 돌아보며 정리하는 시간도 가졌다. 특히 시장변화를 집중적으로 연구했다. 김 대표가 첫 사업지로 전남 목포 남악신도시를 택한 것도 철저한 시장분석에 기반한 결정이었다.

그는 “서울은 땅값이 비싸 초기비용이 많이 들었다. 전국의 중소도시를 분석해보니 몇 군데가 눈에 들어왔고 마침 목포에 괜찮은 사업부지가 나와 목포로 달려갔다”고 했다. 1호 사업은 성공적이었다. 큰돈을 벌어들인 것은 아니었지만 첫 성공은 김 대표에게 큰 자양분이 됐다.

“목포에서 시작해 서울까지 올라오는 데 13년쯤 걸렸어요. 평균 연 25㎞ 속도로 북진한 셈이죠.” 김 대표는 목포를 시작으로 경기 오포, 포천, 평택, 판교, 삼송에서 개발사업을 했고 서울 도봉구의 옛 KT빌딩을 복합쇼핑몰로 탈바꿈하는 사업도 진행 중이다.

디벨로퍼에게 가장 중요한 건 무엇인지 물었다. 김 대표는 꿈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테슬라의 CEO(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를 언급했다. “꿈을 가진 사람이 성공할 때까지 하면 그게 미래가 됩니다. 어떤 꿈을 담느냐에 따라 도시는 바뀌어요. 꿈꾸는 디벨로퍼가 있다면 도시는 좋아지겠죠.”

김 대표는 “디벨로퍼로서 공간을 만드는 일이 재미있다”고 했다. 인터뷰 도중 스마트폰을 꺼내 대우건설 재직 당시 만들었다는 미래주택 동영상을 보여주기도 했다. 1995년에 상상한 2030년의 주거모습을 담은 영상이었다. 화질은 흐렸지만 영상 속 모습은 2021년의 오늘과 닮아 있었다. 화상통화, VR(가상현실), 음성인식, 사물인터넷(IoT)에 홈오피스, 홈트레이닝까지 있었다.

“해보면 재미있겠다고 했던 아이디어가 굉장히 빨리 다가오고 있어요. 2050년엔 캡슐주택을 제안했는데 곧 실현되는 거 아닐지 몰라요. 공간을 만든다는 건 무궁무진해요.”

김승배 피데스개발 대표는 “지금의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민관이 적극 협력해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했다.[이상섭 기자]

김 대표는 도시재생에도 관심이 많다. “도시를 하나의 생명체라고 보면 오래 쓴 도시공간의 개별 건축물은 죽은 세포에요. 죽은 세포를 살려야 도시라는 유기체가 잘 굴러가는 거죠.” 김 대표가 생각하는 도시재생은 공간의 효용성을 높이는 데 있다. 그는 “사람이 떠난 공간에 사람이 찾아오게 만들어야 해요. 허물고 다시 짓든, 리모델링을 하든, 용도를 바꾸든, 환경을 개선하든 다 도시재생”이라고 강조했다.

정부가 최근 고밀도 개발에 전향적인 입장을 밝힌 데 대해 김 대표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다만 공공 주도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지금의 주택 공급 부족은 누적된 문제라 어느 한 쪽이 해결할 수 없다”며 “전시 상황에 민관이 따로 없듯이 모두 힘을 합쳐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도 민간에 적극적으로 손을 내미는 분위기다.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올초 김 대표를 비롯한 주택공급 관련 기관장을 모아 놓고 민관협력을 강조한 게 대표적이다.

그는 “변 장관이 확실한 의지를 가지고 제대로 된 화두를 던졌다”면서 “공급에 있어서는 민간의 역할이 클 수밖에 없다. 민간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기회를 주고 공공기여 등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 대표는 지난해 3월부터 부동산개발협회 회장을 맡아 국내 개발업체 2400여곳을 대변하고 있다. 그는 “전임인 문주현 엠디엠 회장이 틀을 잘 세웠다. 그 안에 콘텐츠를 채우는 게 나의 역할”이라며 “교육을 통한 직업윤리 의식 함양부터 전문인력 관리, 나아가 장학재단을 만들어 사회에 기여하는 일을 구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대담=권남근 건설부동산부 부장, 김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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