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발품·땀·눈물·신소재로 일궈낸 지광국사탑 5년 복원과정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일본이 훔쳐간 것을 찾아오고, 전쟁중 폭격 당하는 등 숱한 고난을 겪었던 원주 법천사지 지광국사탑(국보101호)이 한국의 첨단기술, 연구진의 발품과 정성, 숱한 고민과 현장 신소재 개발 등 5년 간의 복원작업 끝에 원형에 가까운 제모습을 찾았다.

첨단 문화재 보존,복원기술이 전부는 아니다. 연구진은 파손된 석재와 같은 것을 찾기 위해 온 산과 들을 돌아다녔고, 원형 복원의 열정으로 눈이 아플 정도로 정밀한 작업을 벌였다. 이과정에서 무기질 결합재 등 새로운 복원 물질 기술을 획득하기도 했다.

지광국사탑, 5년간의 보존처리4. 탑신석 수지처리면 미세보정
남기고 싶은 말이 참 많았던 지광국사탑 5년 복원과정. 보고서 표지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 문화재보존과학센터(센터장 정소영)는 2016년부터 5년여에 걸친 지광국사탑 보존처리를 완료했다고 20일 밝혔다. 5년간의 세심한 과정은 책(원주 법천사지 지광국사탑 보존‧복원Ⅲ 보고서)을 낼 정도로 할 말, 남기고 싶은 말이 많았다.

원주 법천사지 지광국사탑(국보 제101호)은 강원도 원주시 부론면 법천사지에 세워졌던 고려 시대 국사(國師) 해린(海麟, 984~1070)의 승탑으로, 독특한 구조와 화려한 조각, 뛰어난 장엄장식으로 역대 가장 개성 있고 화려한 승탑으로 꼽힌다. 하지만, 일제강점기인 1912년 일본 오사카로 반출되는 등 십여 차례의 이건과 한국전쟁 중 폭격을 받아 파손되었던 역사적 고난과 아픔을 겪은 바 있다.

지광국사탑은 그간 두 차례 있었던 정기조사(2005년, 2010년)와 특별 종합점검(2014년), 정밀안전진단(2015년) 결과, 다수의 균열과 모르타르(mortar)로 복원된 부위에서의 손상이 확인되었다. 게다가 모르타르로 복원된 옥개석(屋蓋石, 지붕돌)과 상륜부는 구조적 불안정까지 더해져 추가 훼손 우려까지 제기되면서 마침내 2015년 문화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전면 해체해 보존처리를 하는 것이 결정된 바 있다.

이에 문화재보존과학센터는 2016년 석탑을 완전 해체하고 지금까지 보존처리를 진행해왔다. 이 과정에서 해체부재들을 일일이 기록했으며, 모르타르는 걷어냈다. 결실되어 없어진 부재에 대해서는 신석재로 새로 제작했고, 파손부재들은 접착했다.

동일석재를 구하기 위해 온 산을 다닌 연구진의 피,땀,눈물,기술로 국보 지광국사탑은 제 모습을 찾았다.

부득이 새로 구해야 하는 신석재들은 산지(産地)를 과학적으로 추정하는 과정을 거쳐, 가능하면 그 산지에서 구하고자 했다. 전국의 주요 산지를 조사한 결과, 신석재들은 지광국사탑이 있던 원주에서 채석됐으며, 탑이 조성될 당시에 사용된 석재와 가장 유사한 재질로 구했다.

또한, 유리건판과 실측도면 등을 바탕으로 도상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여 결실부분의 도상을 복원하였고, 전통기술과 도구를 사용하여 가공하고 접합하였다. 이외에도 추후 탑이 복원될 때 사용될 무기질 결합재 연구 등에서도 학문적 성과를 도출해냈다.

석재는 이 일대 온 산과 들을 돌아다닌 끝에 원주시 귀래면 귀래리 석산에서 찾아냈다. 모르타르가 발라져 있다보니, 정상복원이 어렵게 되자, 새로운 무기질 결합재 연구에 나서 성과를 거뒀던 것이다.

국립문화재연구소는 이번 보존처리를 통해 전체 29개 부재 중 19개에 대해서는 부분적으로 신석재를 사용했으며, 옥개석과 앙화, 보륜 등 상륜부 부재는 절반 정도를 신석재로 복원하여 구조적 안정성도 확보하였다.

또한, 탑신석 사리공에서 발견된 옥개석 파손부재 조각과 법천사지에서 발굴된 하층 기단갑석 조각을 과학적 조사와 고증을 거쳐 원래 위치에 복원하였고, 1957년 수리 당시 잘못 복원된 옥개석의 방위와 추녀 위치를 바로잡는 등 과학적‧인문학적 융복합 연구를 통해 지광국사탑의 잃어버렸던 본래의 모습을 최대한 되찾으려고 노력했다. 앙화(仰花)는 탑의 복발(伏鉢) 위에 꽃잎을 위로 향하여 벌려놓은 모양으로 조각한 것을 말한다. 보륜(寶輪)은 탑의 상륜부에 들어가는 원형 모양의 부재이다.

옥개석
양화
탑신석

보고서에는 가장 유사한 재질의 신석재를 원주에서 찾아 이를 탑에 끼워 넣는 과정, 장엄 조각과 문양에 대한 연구, 특허기술을 활용해 파손부위에 대한 구조보강 과정 등도 꼼꼼하게 담았다. 보고서는 국립문화재연구소 누리집(http://www.nrich.go.kr, 문화유산연구지식포털)에도 공개하여 누구나 열람할 수 있다.

이후 지광국사탑의 이전 복원에 대해서는 문화재청과 원주시가 긴밀히 협의해 문화재가 잘 보존될 수 있는 방안을 찾을 예정이다.

abc@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