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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판부 “선제적 위험예방 미흡” 준법감시위 양형에 반영 안해…“숙제만 내주고 시간은 안줬다” [삼성 총수 공백]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법원의 주문으로 준법감시위원회까지 만들었지만 결국 실형을 선고받고 수감됐다. 법조계에서는 단기간에 법적 근거도, 전례도 없는 준법감시위를 만들라고 해놓고 실효성을 인정하지 않은 게 무리한 재판 진행이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법원에 따르면 이 부회장과 박영수 특별검사 측은 재상고 여부를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 전날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 정준영)는 뇌물공여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 부회장에 대해 징역 2년6월의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이날 재판부가 실형을 선고하게 된 배경에는 삼성 준법감시제도의 실효성이 충족되지 않아 이를 감형 요소로 삼지 않겠다는 판단이 큰 영향을 미쳤다.

형법은 양형을 고려할 때 ‘범행 후 사정’을 참작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이 규정을 근거로 준법감시위원회 설치를 양형에 반영할 수 있다고 전제했지만, 실제 결과에는 큰 영향을 주지 못했다. 법조계에서는 재판부가 준법감시위를 두도록 요구해놓고 전문심리위원 의견을 반영할 만큼 충분한 시간이 주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재판부는 숙제를 내주고선 숙제할 시간을 안 줬다”며 “준법감시위를 설립하도록 주문하고 충분한 활동의 여건과 시간도 부여되지 않은 상태에서 실효성을 부인한 것이 아쉽다”고 했다. 한 현직 부장판사도 “불구속 재판인 만큼 좀 더 시간을 두고 결론을 내렸다면 이른바 ‘치료적 사법’이 더욱 현실화 될 수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준법감시시스템 구축은 기업의 전반적인 경영체계를 뒤바꿀 수 있는 작업인데 거대 기업에 1년여만에 이를 만들고 평가하겠다는 것은 자칫 기업경영에 신속성 등을 떨어뜨릴 수 있는 위험한 발상이 될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재판부는 선고공판에서 “(준법감시위는)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새로운 유형의 위험을 정의하고 이에 대비한 선제적 위험 예방 및 감시 활동을 하는 데까지는 이르고 있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이어 “경영권 승계 관련 불법행위를 통제하기 위해서는 삼성그룹 계열사 대부분에 대해 실효적인 준법감시가 이루어져야 할 것인데, 현재 삼성 준법감시위의 조직만으로는 이를 감당하기에 무리가 있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2019년 10월 파기환송심 첫 공판때부터 삼성그룹 내부에 ‘총수도 무서워할 정도’의 준법감시 시스템을 만들 것을 주문했다. 이를 양형요소로 반영할 수 있다는 뜻도 내비쳤다. 특검은 재판장이 예단을 보여주고 있다며 지난해 2월 재판부를 교체해달라는 기피신청을 내기도 하는 등 준법감시위를 둘러싼 진통은 끊이지 않았다. 서영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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