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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영업자의 눈물…영업제한 풀려도 ‘손님 0명’,텅 빈 옷가게 “관광객도 안와” [코로나 1년]
지난해 스러져 간 자영업자 7만5000명
줄잇는 폐업…“옷가게 폐업하고 싶어도 못해”
신촌 음식 노점상 상인들은 ‘배민 배달’ 도입
지난 18일 오후 4시 30분께 찾은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정문 인근. 대부분의 가게가 폐업한 모습이다. 신주희 기자 /joohe@heraldcorp.com

[헤럴드경제=신주희 기자] 지난해 1월 20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국내 첫 확진자가 발생한지 1년, 자영업자들은 벼랑 끝에 내몰렸다. 국민과 함께 치른 방역 전쟁으로 K방역을 세계로 알리는 성과를 얻기도 했지만, 눈물로 한 해를 버틴 자영업자들은 줄폐업의 위기에 놓였다.

19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12월 및 연간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스러져 간 자영업자는 7만 5000명에 이른다. 전체 자영업자는 553만 1000명으로 이중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는 16만6000명이 줄고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는 9만1000명이 늘었다.

자영업자의 위기는 주말이면 외국인 관광객, 내국인 할 것 없이 발디딜 틈이 없었던 서울 명동, 신촌·이대 상권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지난 18일 오후 4시께 찾은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길. 지하철역에서부터 이화여대 정문까지 길을 따라서는 두 건물에 하나 걸러 ‘임대문의’ 딱지가 점포에 붙어 있다. 예년 같았으면 찬바람에도 외국인 관광객과 학생들로 북적였을 화장품 가게와 신발 가게는 줄줄이 폐업했다. 중국어로 가게 앞에서 호객 행위를 하던 화장품 직원의 목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10여년 간 이화여대길에서 옷가게를 운영한 김모(45)씨는 “차라리 폐업이라도 하고 싶다”며 잘라 말했다. 거센 바람에 쓰러지는 옷걸이 붙잡으며 그는 “이미 주위에 망해서 내놓은 가게 매물들이 많아 폐업 정리도 못한다”고 했다. 이어 김씨는 “15년 동안 이렇게 장사가 안 되기는 처음”이라며 “중국인 관광객, 학생들도 없으니 하루 매출은 0원이다”고 했다.

김씨 주위에는 이제 고충을 나눌 다른 가게 사장님들 조차 없다. 근처 옷·신발 가게가 모두 문을 닫았기 때문이다. 수 년 전만해도 신발 가게로 인기를 끌었던 이대 상권이었으나 이날 문을 연 신발 가게는 없었다.

비대면 수업으로 학생들이 사라진 대학 상권에서 식당, 카페들도 시름하긴 마찬가지다. 이화 52번가의 한 건물 2층에 위치한 디저트 카페 사장 이정연(52)씨는 이날 “오늘부터 홀 영업을 다시 시작할 수 있었지만 지금까지 손님이 한 명도 없었다”고 했다.

이씨는 “학생들이 시험 기간에 공부하러 찾는 곳인데 올해는 시험 기간 때맞춰 ‘영업 제한’으로 매출이 반토막 났다”고 한숨을 쉬었다. 월 500만~600만원이던 카페 매출은 12월에 150만원에 그쳤다. 이씨는 “그나마 배달 주문 매출이 200만원이었지만 배달 수수료를 떼면 사실상 많이 남지는 않았다”고 했다.

이화여대길에서 베트남 쌀국수를 파는 노점상을 운영하다 3년 전부터 복합 문화 공간 ‘박스퀘어’에 입점한 사장 A씨는 지난해 5월부터 배달서비스를 도입했다. A씨는 “재작년 겨울 방학 때부터 지난해 1월까지 코로나19와 맞물려 쭉 장사가 안됐다”고 토로했다. 이어 “방학은 학생들이 없어서 그렇다고 하는데 지난해는 비대면 수업 때문에 학교 인근이 텅 비었다”고 했다.

19일 오후 7시께 찾은 서울 중구 명동거리. 거리를 따라 있던 화장품 가게들이 줄줄이 폐업을 했다. 신주희 기자 /joohee@heraldcorp.com

이날 오후 7시께 찾은 서울 중구 명동거리도 마찬가지였다. 한파에 썰렁한 거리에는 퇴근길 시민들만 발걸음 제촉할 뿐이었다. K뷰티로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인기몰이를 하던 화장품 가게 대부분 폐점해 가게 안에는 종이만 나뒹굴었다. 간간히 유니클로 등 대형 옷가게로만 손님들이 들어갈 뿐이었다.

명동거리에서 14평 남짓한 화장품 가게에서 일하는 직원 B씨는 손님이 없냐고 묻자 “딱 보는 그대로다. 100퍼센트 코로나19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오늘 하루 손님이 5명밖에 없었다”며 “주요 고객이던 외국인 관광객들도 코로나19 확산 이후에 거의 없었다”고 했다. B씨는 “립스틱 등 색조화장품은 감염 위험으로 인해 발라보지 못하니 특히 매장 장사가 안 된다”고 했다.

joo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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