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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준법감시위 이재용 양형에 반영 안해…“숙제만 내고 시간은 안줬다”
재판부 “선제적 위험 예방하는데까지 이르지 않아”
활동 시간 제대로 주지 않고 실효성 단정 모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며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서울고법 형사1부는 이날 뇌물공여 등 혐의로 기소된 이 부회장에게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던 이 부회장은 이날 영장이 발부돼 법정에서 구속됐다. [연합]

[헤럴드경제=서영상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법원의 주문으로 준법감시위원회까지 만들었지만 결국 실형을 선고받고 수감됐다. 법조계에서는 단기간에 법적 근거도, 전례도 없는 준법감시위를 만들라고 해놓고 실효성을 인정하지 않은 게 무리한 재판 진행이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법원에 따르면 이 부회장과 박영수 특별검사 측은 재상고 여부를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 전날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 정준영)는 뇌물공여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 부회장에 대해 징역 2년6월의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이날 재판부가 실형을 선고하게 된 배경에는 삼성 준법감시제도의 실효성이 충족되지 않아 이를 감형 요소로 삼지 않겠다는 판단이 큰 영향을 미쳤다.

형법은 양형을 고려할 때 ‘범행 후 사정’을 참작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이 규정을 근거로 준법감시위원회 설치를 양형에 반영할 수 있다고 전제했지만, 실제 결과에는 큰 영향을 주지 못했다. 법조계에서는 재판부가 준법감시위를 두도록 요구해놓고 전문심리위원 의견을 반영할 만큼 충분한 시간이 주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재판부는 숙제를 내주고선 숙제할 시간을 안 줬다”며 “준법감시위를 설립하도록 주문하고 충분한 활동의 여건과 시간도 부여되지 않은 상태에서 실효성을 부인한 것이 아쉽다”고 했다. 한 현직 부장판사도 “불구속 재판인 만큼 좀 더 시간을 두고 결론을 내렸다면 이른바 ‘치료적 사법’이 더욱 현실화 될 수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준법감시시스템 구축은 기업의 전반적인 경영체계를 뒤바꿀 수 있는 작업인데 거대 기업에 1년여만에 이를 만들고 평가하겠다는 것은 자칫 기업경영에 신속성 등을 떨어뜨릴 수 있는 위험한 발상이 될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재판부는 선고공판에서 “(준법감시위는)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새로운 유형의 위험을 정의하고 이에 대비한 선제적 위험 예방 및 감시 활동을 하는 데까지는 이르고 있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이어 “경영권 승계 관련 불법행위를 통제하기 위해서는 삼성그룹 계열사 대부분에 대해 실효적인 준법감시가 이루어져야 할 것인데, 현재 삼성 준법감시위의 조직만으로는 이를 감당하기에 무리가 있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2019년 10월 파기환송심 첫 공판때부터 삼성그룹 내부에 ‘총수도 무서워할 정도’의 준법감시 시스템을 만들 것을 주문했다. 이를 양형요소로 반영할 수 있다는 뜻도 내비쳤다. 특검은 재판장이 예단을 보여주고 있다며 지난해 2월 재판부를 교체해달라는 기피신청을 내기도 하는 등 준법감시위를 둘러싼 진통은 끊이지 않았다.

s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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