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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고재갤러리 소장품 기획전 '38℃'
팬데믹시대 인류와 세상의 관계 성찰
이우성, 당신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 2017, 캔버스에 아크릴릭 과슈, 젯소, 41x31.5cm[사진제공=학고재갤러리]

[헤럴드경제=이한빛 기자] 38℃. 위험한 온도다. 또 가장 따뜻한 온도다.

1년 동안 체온계에서 38이라는 숫자가 보이면 많은 것이 복잡해졌다. 선별진료소를 가는 내내 지난 며칠간 누구를 만나고 무엇을 했는지 떠올렸고, 검사결과가 나올 때 까지 가족으로부터도 자가격리를 했다. 아기를 목욕시킬때는 38이란 숫자가 가장 반갑다. 팔꿈치를 넣어 온도를 가늠해보고 따뜻하다 싶으면 38℃정도다. 신생아까지도 편안함을 느끼는 온도다. 같은 온도임에도 누군가에겐 경고로 누군가에겐 편안함으로 다가온다.

팬데믹시대, '성찰'이 화두다. '거리두기'는 이전 일상과 거리두기를 시도한다. 삶에서 진정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고민해 보는 시간을 갖는 것이 자연스러워졌다. 학고재 갤러리는 팬데믹 시대를 계기로 인류와 세상의 관계를 고민하는 전시를 개최한다.

아니쉬 카푸어, 쿠비 시리즈, 2006, 종이에 과슈, 79x93cm [사진제공=학고재갤러리]

전시는 14명의 국내외 작가 작품 37점을 몸, 정신, 물질, 자연 등 4개 소주제로 나누어 살펴본다. 온라인(online.hakgojae.com)과 학고재 본관에서 동시에 이뤄지며, 오프라인 전시인 학고재 본관에서는 장소제약으로 10명의 작품 16점이 펼쳐진다. 손바닥 위에 꺼지지 않는 불이 타오르는 이우성의 '당신을 위해 준비했습니다'는 몸의 섹션에, 붉은 덩어리가 뿜어내는 선들이 어둠을 향해 뻗어가는 아니쉬 카푸어의 '쿠비 시리즈'는 정신 섹션에 분류됐다. 주사기에 페인트를 담아 화면에 흘려보내는 이안 다벤포트의 '무제'는 물질에, 한국의 지리산을 스웨덴의 숲 속 자연에 투영해 그린 안드레아스 에릭신의 '세마포어 지리산'은 자연 섹션에서 만날 수 있다.

그러나 실제 삶에서는 몸과 정신, 물질과 자연이 따로 떨어져 있지 않다. 아니쉬 카푸어의 붉은 덩어리는 생명의 근원이기도, 거대한 자연의 진리로도 읽힌다. 이안 다벤포트의 주사기에 담긴 페인트는 페인트를 담고 짜내는 인간 몸의 움직임도 담았다. 이렇듯 전시에 나온 작품들도 독립된 주제에 머무르지 않고 4개 범주를 넘나든다. 인류와 인류가 만든 세상은 유기적으로 얽히고 관계맺으며 어우러진다. 전시는 1월 31일까지. 출품작 모두 학고재 소장품이다.

vicky@heraldcorp.com

천원지, 들숨, 날숨 , 2007, 리넨에 유채, 42x42cm 6개 [사진제공=학고재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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