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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B칼럼] 주식 포트폴리오, ‘가격’보다 ‘가치’를 점검할 때
가치주 주가 반등
인플레=가치주 매출 증가
성장주 밸류에이션 부담
배당 체력 고려해야

박순현 SC제일은행 투자전략상품팀 부장

시장의 색깔이 변하고 있다. 지난 해 ‘FAAN플러스’로 대표되는 대형 기술주가 글로벌 증시 상승을 주도했다면, 지난 11월 대선 이후 그 동안 시장에서 소외되었던 금융, 소재, 산업재, 에너지 등 흔히 가치주라 평가 받는 종목들의 주가가 빠르게 반등하고 있다. 지역별로도, 선진시장보다 경기민감주의 비중이 높은 신흥국 증시가 더 뜨겁다. 지난해 11월 미 대선 이후 한국뿐만 중국 A주의 대표주들은 신고점을 경신하고 있고, 인도 증시도 코로나 팬데믹 영향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난 모습이다. 그리고 이들 국가 내에서도 가치주, 경기민감주 주도의 랠리가 나타나고 있는 상황이다.

가치주의 귀환? (자료=SC제일은행, 블룸버그)
성장주 전성시대 (자료=SC제일은행, 블룸버그)

그렇다면, 왜 지난 수년 동안 외면 받던 가치주가 2021년 들어서 시장의 주목을 받는 걸까?

먼저, 인플레이션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기대 인플레이션이 상승한다’는 것은 말 그대로 물가가 상승할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는 의미다. 그리고 물가(物價) 상승, 다시 말해 제품의 가격이 올라가면 당연히 제품을 대량으로 생산하는 기업들의 매출과 이익이 증가하게 된다. 좋은 제품을 대량으로 생산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재료 (원자재), 공장, 그리고 공장을 지을 땅, 기계, 숙련된 노동력도 필요하다. 이에 따라, 제품을 대량으로 생산하는 대기업들은 많은 자산을 보유할 수 밖에 없고 경기가 좋으나 나쁘나 유지 비용 (고정 비용)이 많이 들게 된다. 재무적인 측면에서 보면, 이들 기업들은 부채 비율이 높고 매출과 이익의 변동성이 큰 경향이 있다. 이 때문에 많은 종목들이 시장에서 프리미엄을 크게 받지 못하고, 흔히 가치주라고 불리는 카테고리에 속하게 되는 것이다.

다시 돌아와서 인플레이션에 대해서 생각해보자. 제품 가격이 올라간다는 것은 정유, 화학, 자동차, 기계, 철강 그리고 IT 하드웨어와 같은 제품의 수요가 증가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이는 향후 가치주에 속한 기업들의 매출 증가로 연결될 것이고, 주가는 이를 선반영하며 반등하게 되는 것이다. 아직 글로벌 경제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나 코로나 백신 유통이 시작되고, 블루웨이브가 현실화되면서 물가 상승에 대한 시장의 기대가 주식시장에 반영되고 있는 중이다.

가치주가 관심을 받는 또 다른 이유는 성장주의 밸류에이션 부담이다. 경기가 좋던 나쁘던 성장하는 기업은 항상 시장의 관심을 받는다. 예를 들어 넷플릭스, 테슬라, 아마존 같은 기업들은 경기와 상관 없이 구조적인 성장이 기대되는 것은 분명하다. 그런데 지난 해 해당 기업들의 성장 속도보다 주가가 상승하는 속도가 너무 빨랐다. 코로나로 인해 글로벌 경제가 극심한 경기침체를 겪으면서, 갈 곳을 잃은 시장 유동성이 일부 성장주에 몰렸고 대형 기술주의 밸류에이션은 역대 최고치 수준까지 상승했다.

그리고 지난 11월, 시장 금리가 상승하기 시작했다. 금리 즉, 돈의 가격은 투자에 있어 기회비용 또는 미래의 현금흐름을 현재가치로 환산하는 할인율이 된다. 이 때문에 금리가 올라갈수록 먼 미래에 현금흐름을 기대하여 성장주에 투자하기 보다 단기간 내 수익을 낼 수 있는 자산이 더 매력적으로 보이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반대로 금리 상승은 밸류에이션이 높아진 성장주에 불리하게 작용한다. 특히 지금처럼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가 높아진 시점에서는 금리 즉, 할인율이 상승하면서, 시장 참여자들의 고민이 시작된다. 가치주로의 로테이션이 나타나는 배경이다.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가 강화되는 중 (자료=SC제일은행, 블룸버그)
가치주 vs 성장주, 지나친 괴리에 주목할 시점 (자료=SC제일은행, 블룸버그)

그렇다고 무차별적으로 밸류에이션이 싼 가치주의 비중을 확보하자는 것은 아니다. 경기가 좋아진다고 모든 기업이 승자가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배당’은 투자자에게 좋은 지표가 될 수 있다. 주식을 투자할 때 밸류에이션보다 중요한 것은 해당 기업의 경쟁력이다. 좋은 비즈니스 모델을 갖고 있는 승자 기업은 경쟁사 대비 더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창출하고, 경제 환경이 개선될 경우 더 많은 배당을 지급할 수 있는 체력을 갖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단순히 가치/경기민감주의 비중을 높이기보다, 지난 해에도 배당을 꾸준히 지급해 온 기업들 중 밸류에이션 매력이 높은 종목들로 주식 포트폴리오의 무게를 옮길 필요가 있다.

2021년 시작과 함께 코스피 지수가 3000 포인트를 돌파했고, 미국 증시는 여전히 신고점을 경신 중이다. 실물경제와 주식시장간의 괴리가 어느 때보다 큰 상황에서, 많은 시장 참여자들이 올해 경제를 긍정적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투자자들은 시장의 과열을 경계하고 포트폴리오의 위험을 관리할 필요가 있다. 특히, 과거 수익률에 의존해 성장주만으로 보유하고 있는 투자자라면, 가치주를 활용해 주식 포트폴리오의 위험을 조정해야 한다. 2021년 1월, 시장 가격을 추종하기보다 투자 자산의 가치 즉, 밸류에이션을 점검해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박순현 SC제일은행 투자전략상품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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