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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뽀 대신 ‘취포’ 고용 한파에 우는 2030…“코로나 탓인가 내 탓인가”
공채 가뭄에 하반기 포기하고 한국 떠난 20대
“취포 직전…대학원 진학 고민 중”
“뉴딜정책, 코딩 위주” 정부 일자리 정책에 쓴소리도
지난 13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시민들이 실업급여 설명회를 듣거나 상담을 받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신주희 기자] #1.지난해 1월부터 필라테스 강사로 아르바이트를 하며 취업 준비를 병행하던 정모(28)씨는 하반기는 공채를 포기하고 지난달 벨기에로 떠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發) 채용 한파에 취업 준비가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당분간 한국을 떠나 벨기에에서 머무르는 정씨는 “채용 공고도 안 뜨고 필기시험은 자꾸만 미뤄지는 등 작년 상반기부터 지리하게 이어지는 취업 준비에 지쳐서 지난 하반기는 그냥 포기했다”며 “가족들이 있는 벨기에에서 요양이라도 할 생각이다”고 했다.

#2. 오는 2월 대학 졸업을 앞둔 성모(25)씨는 지난해 3월 휴학하고 독일로 기업 연계형 해외 인턴을 떠났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취소돼 3주 만에 한국으로 귀국할 수밖에 없었다. 이후 성씨는 8개월간 취업에 매달렸지만 ‘취뽀’(취업 뽀개기의 준말, 취업에 성공함을 뜻하는 말)는 꿈도 꿀 수 없었다. 컴퓨터활용능력 자격증을 취득하려고 했지만 취업준비물 격인 자격증 시험은 정원이 줄어 접수조차 난관이었다. 기업들도 필기 합격 인원을 줄인 탓에 공채 필기시험 문턱 역시 높아졌다. 성씨 “나름 명문대 상경계를 전공했는데도 취직이 안 된다”며 “이젠 코로나 때문인지 내 능력 탓인지 헷갈려서 더 절망스럽다”고 토로했다.

청년층이 체감하는 고용 한파는 그 어느 때보다 춥다. 13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12월 및 연간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15∼29세 청년층이 체감하는 실업률을 나타내는 확장실업률(고용보조지표)은 26.0%로 역대 최고 수준에 이르렀다. 전년 동기 기준 확장실업률은 ▷2017년 22.7% ▷2018년 22.6% ▷2019년 20.8%이었다. 청년층 실업율은 9.0%로 2018년(9.5%) 이후 2년 만에 다시 9%대로 올라섰다.

고용 한파에 취업 자체를 포기한 2030 청년들도 속출했다. 진난해 12월 기준 경제활동에서 이탈한 비경제활동인구 중 20대는 증가폭이 11만9000명으로 증가했다. 전년 동월 대비 35.1% 급증한 수치다. 30대도 증가폭이 5만5000명으로 25.0% 상승했다.

청년들은 취업 대신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및 대학원 진학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는 실정이다. 성씨 역시 그 중 한명이다. 성씨는 “올해 상반기까지 금융권 취업을 목표로 하고 ‘취뽀’에 실패하면 대학원 진학이나 다른 길을 알아볼 생각”이라고 했다.

2월 대학교 졸업을 앞둔 A(25)씨는 “2019년 12월 대기업 항공사 공채 최종 면접까지 갔지만 떨어지고 로스쿨 진학을 준비 중이다”고 했다. 그는 “코로나19로 인한 기업 경영난으로 지난해 합격한 정규직 직원도 입사가 미뤄졌다고 들었는데 차라리 로스쿨로 진로를 틀어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LEET(법학적성시험) 응시자도 폭발해 어느 하나 쉬운 것이 없다”고 덧붙였다.

2021학년도 법학적성시험 응시자는 2009년 로스쿨 개원이래 최다인 1만2244명에 달했다.

정부의 청년 일자리 지원 정책에 대한 청년들의 쓴소리도 이어졌다. 국비 지원 ‘빅데이터 수업’을 수강하는 성씨는 “정부에서 청년 취업을 지원한다면서 벌이는 사업 대부분 빅데이터, 인공지능, 머신러닝 등 디지털 뉴딜 산업에만 치우쳐져 있다”고 꼬집었다. “취준생들이 각각 전공과 적성을 살릴 수 있도록하고 다양한 산업을 육성해야 하지 않나”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와 관련, 정대웅 잡앤킬 대표는 “코로나19로 인한 채용 한파로 대학원·로스쿨 진학에서부터 유튜버까지 취업을 포기하고 다른 길을 택하는 취준생들이 늘고 있다”며 “청년들이 대기업 입사가 아니더라도 자신이 관심 있는 분야의 창업이나 유튜버로 돈을 벌 수 있는 경로를 생각해보는 경향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joo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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