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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男 아이돌을 성적 노리개로…” ‘이루다’→‘알페스’ 옮겨붙은 논란 [IT선빵!]
실존 아이돌 소재로 한 동성애 음란물 ‘알페스’
처벌·수사 청원 하루만에 참가자 10만명 돌파
전문가들, “음란성 인정시 정보통신망법 상 음란물 유포 해당”
트위터에서 유포되는 '알페스' 사례. '알페스'란 실존 아이돌을 동성 커플로 엮은 웹소설 창작물로, 음란성이 인정될시 정보통신망법상 음란물에 해당할 수 있다. [트위터 캡처]

[헤럴드경제=김민지 기자] “AI ‘이루다’도 문제지만, 야설 수준으로 아이돌을 성적 대상화하는 ‘알페스’ 문화도 심각합니다.”(‘이루다’ 관련 기사에 달린 댓글 중 일부)

스무살 여성으로 설정된 AI 챗봇 ‘이루다’가 성희롱, 차별발언 등으로 논란이 되자 온라인에서는 또 다른 주제를 둘러싸고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바로 아이돌을 소재로 동성애 음란 소설을 창작하는 팬덤문화인 ‘알페스(RPS, Real Person Slash)’다.

AI 이루다가 서비스 잠정 중단을 결정한 지난 11일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알페스’와 관련된 청원이 등장했다. 일부 이용자들은 “AI 이루다는 인공 지능을 상대로 한 성범죄지만, 알페스는 실존 아이돌들을 성적 노리개로 삼은 성범죄”라며 “그동안 쉬쉬돼왔던 알페스 또한 이번에 공론화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트위터에서 배포되는 '알페스'. 실제 아이돌 사진도 첨부돼있다. [트위터 캡처]

지난 11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미성년 남자 아이돌을 성적 노리개로 삼는 ‘알페스’ 이용자들을 강력히 처벌해주세요”라는 글이 올라왔다. 청원이 제기된지 하루만인 12일 오후 참여인원은 10만명을 돌파했다.

알페스는 ‘Real Person Slash’를 나타내는 인터넷 은어다. ‘Slash’는 동성 커플을 뜻하는 말로, 즉 실존하는 아이돌을 동성 커플로 엮은 웹소설을 의미한다. 팬이 직접 쓰는 소설을 뜻하는 ‘팬픽’의 여러 장르 중 하나다. 청원인의 주장처럼 남성 아이돌에게만 국한된 개념은 아니다. 여성 아이돌, 정치인, 운동선수, 배우 등 다양한 유명인이 대상이 되기도 한다.

문제는 알페스가 실제 인물을 성적 대상화한 음담패설 수준의 내용이란 점이다. 특히, 강간 등 성범죄도 적나라하게 묘사하며 이를 미화하기도 한다.

이런 창작물들은 트위터 등 SNS를 통해 유포 및 판매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알페스 소설을 주제로 한 그림 등까지 판매되기도 한다.

'알페스'를 소재로 한 그림을 판매하는 이용자들을 지적하는 트위터 글. [트위터 캡처]

청원인은 “실존하는 남자 아이돌을 동성애 소설의 주인공으로 등장시켜 차마 입에 담기도 적나라한 표현을 통해 변태스러운 성관계나 강간을 묘사한다”며 “이미 수많은 남자 연예인이 이러한 '알페스' 문화를 통해 성적 대상화가 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심지어 평균 연령대가 어린 아이돌이란 직업군 특성상 피해자의 상당수는 아직 미성년자이거나 갓 사회초년생이 된 아이들”이라며 “아직 가치관 형성도 덜 된 이들이 이토록 잔인한 성폭력 문화에 노출되어 받을 혼란과 고통이 감히 짐작도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 누구라도 성범죄 문화에 있어서는 성역이 될 수 없다”며 ‘알페스’ 이용자들을 향한 수사와 처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실존인물을 대상으로 적나라한 성범죄 소설이 유통되지 않게끔 SNS의 규제방안도 마련해 달라고 주장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알페스 콘텐츠는 여성·남성 아이돌 가릴 것 없이 양산되고 있지만, 남성 아이돌을 다룬 소설이 더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미성년자 아이돌 멤버가 등장하기도 해 아동청소년보호법 위반 소지가 다분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알페스’에 대한 문제는 AI ‘이루다’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면서 제기됐다.

‘이루다’가 악성 사용자들로 인해 성착취 대상으로 변질되고, 인공지능 윤리기준에 위반되는 혐오 발언을 쏟아내자 비판이 쏟아졌다. 그러자 일부 이용자들은 AI 뿐만 아니라 실존 아이돌도 성착취 대상이 되고 있다며 ‘알페스’의 문제를 공론화하기 시작했다.

전문가들은 음란성 정도에 따라 알페스 또한 인터넷 성범죄 중 하나가 될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대한변호사협회 대변인 김영미 변호사는 “(‘알페스’ 콘텐츠) 정도에 따라 다르겠지만, 음란성이 인정되면 정보통신망법상 음란물 유포에 해당될 수 있다”며 “만약 음란성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에는 당사자인 연예인이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창작자·유포자를 고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통신매체이용 음란죄에 해당될 소지도 있다. 성폭력특례법 제13조에 따르면, 본인 또는 다른 사람의 성적 욕망을 유발하거나 만족시킬 목적으로 인터넷 등 통신매체를 통해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말, 글, 영상 또는 물건을 상대방에게 도달하게 한 사람은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jakme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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