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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본 정부 위안부 책임 인정 첫 판결… 실제 배상까진 ‘산 넘어 산’
“日,위안부 법적책임 인정 계기로 삼아야”
‘日책임 입장 표명, 판결 이행 요청’ 먼저 이뤄질 듯
강제집행시 국내 日자산 대상될 듯…외교문제도 얽혀
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에서 고(故) 배춘희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자 12명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의 1심 선고기일이 열렸다. 김강원 변호사가 재판을 마친 뒤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안대용·박상현 기자] 법원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낸 위안부 피해자들의 손을 처음 들어주면서 일본의 법적책임 및 위안부 피해 배상 의무를 분명히 했다. 다만 실제 배상까진 여전히 ‘산 넘어 산’이란 점에서 전문가들은 이번 판결을 일본에 책임 있는 배상을 요구할 계기로 만들어야 하고, 일본도 적극적으로 대화에 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4부(부장 김정곤)는 8일 고(故) 배춘희 씨 등 위안부 피해자 12명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판결이 확정되면 일본 정부는 피해자 1인당 1억원씩을 배상해야 한다.

소송에 전혀 응하지 않은 일본… 1심 판결 그대로 확정될 수도

판결이 이대로 확정되면 일본은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배상책임을 지게 된다.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의 첫 판단이어서 다른 재판부가 심리중인 사건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들은 일본의 불법행위를 확인받은 만큼 항소를 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일본은 국제관습법상 국가는 다른 나라에서 피고가 되지 않는다는 점을 들어 이번 사안에 일절 응하지 않았다. 이 태도를 유지한다면 일본이 항소하지 않아 1심 판결이 그대로 확정될 가능성이 높다. 민사소송법상 항소는 판결문이 송달된 때부터 2주 내에 해야 하고, 그 기간이 지나면 판결이 확정된다.

소송을 수행한 김강원 변호사는 선고 직후 “정말 감개가 무량하다”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그간 당했던 것에 대한 최초의 판결이라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강제집행이 가능한 재산이 있는지는 별도로 검토해야할 사항이라서 즉답은 힘들다”고 덧붙였다.

소송을 낸 12명 중 생존자는 5명 뿐이다. 생존 원고들이 고령이기 때문에, 이날 법정에는 김 변호사와 김대월 나눔의집 실장이 출석해 선고 과정을 지켜봤다. 사망한 피해자의 경우 유족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 채권을 보유하게 된다.

상대가 기업 아닌 일본 정부… ‘강제징용’ 사건보다 실제 배상 더 어려워
[연합]

이번 판결에도 불구하고 실제 배상에는 많은 난관이 예상된다. 강제징용 피해자 사건은 상대가 일본 기업이었기 때문에 기업이 보유한 국내 재산을 집행할 수 있느냐의 문제였다. 하지만 이번 사안은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소송이어서, 외교 마찰이 불가피하다.

대한변호사협회 일제피해자 인권특별위원장인 최봉태 변호사는 “대화를 통해 해결해야 하고 그런 계기가 돼야 한다”며 “일본 정부가 대화에 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문명국가에서 이런 문제를 대화하지 않고 강제집행을 해서 끝낸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승소에 따른 배상 과정에서 특히 ‘대화’가 강조되는 이유는 외교문제와 얽혀 있는데다 배상 집행 과정이 수월하지 않다는 데 있다. 일본 측이 이 소송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아 ‘공시송달’로 재판이 진행된 상황에서 일본의 자발적인 배상을 기대하기란 매우 어렵고, 결국 실제 배상을 받기 위해선 강제징용 피해자들처럼 강제집행으로 해결해야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공시송달은 통상의 방식으로 서류가 전달되지 않을 때 법원이 그 서류를 보관하면서 게시판 등을 통해 알리면 일정기간이 지난 후 당사자가 서류를 받은 것으로 간주하는 절차다.

앞서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은 신일철주금(현 일본제철)과 미쓰비시중공업 등 일제 전범기업들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승소가 확정된 이후 배상 이행을 촉구했다. 하지만 이들 기업들은 계속 책임을 피했고, 결국 국내에 있는 자산 압류 등 강제집행 신청에 나섰다.

수도권 법원에 근무하는 한 부장판사는 “위안부 피해자들이 강제집행에 나설 경우 국내에 있는 일본의 자산이 대상이 되겠지만 현실적으로 일본 측이 움직이지 않으면 실제 배상을 받는 데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내에 있는 재산을 강제집행하려면 우리 법원이 일본 사법당국을 상대로 ‘집행 승인’을 요청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하지만 일본 법원이 집행을 허락할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고 봐야 한다.

일제 피해자들의 법률 자문에 정통한 한 변호사는 “향후 일본 정부에 이 문제에 대해 책임있는 입장을 표명하라거나 판결을 이행하라거나 하는 방식의 요청이 먼저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변호사는 “일본군 위안부 같은 경우 법률로 소송을 할 때 배상을 청구하는 것이 불법행위를 인정받는 방식이긴 하지만, (즉각적인) 집행보다 일본 측에 판결을 인정하도록 하고 법적인 책임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게 더 크지 않나 싶다”고 덧붙였다.

dand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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