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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통 첫 여성 CEO 임일순 퇴장…그녀가 홈플을 떠나는 이유는?[언박싱]
유통업계 최초의 여성 CEO(최고경영자)인 임일순 홈플러스 대표가 임기 3년 3개월만인 이달 중순 퇴임한다.[홈플러스 제공]

[헤럴드경제=오연주 기자] 유통업계 최초의 여성 CEO(최고경영자) 신화를 쓴 임일순 홈플러스 대표가 이달 중순 떠난다. 임기 3년 3개월만이다. 재무와 유통을 두루 아우른 경력으로 그간 ‘소방수’ 역할을 톡톡히 했던 점을 감안하면 다소 아쉬운 퇴장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임 대표는 다음주 중 임기를 마치고 퇴임할 예정이다. 임 대표는 지난해 하반기 회사에 사임의사를 밝혔고 최근 회사에서 이를 수용했다. 이는 2021회계연도(2021년 3월~2022년 2월) 사업전략에 대한 최종승인일에 맞춰 조정한 것이다.

임 대표는 사임 이유로 ‘개인적인 일신상의 이유’라고 공개했지만, 업계에선 홈플러스의 저조한 실적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많다. 임 대표는 1998년부터 코스트코, 바이더웨이, 호주 엑스고그룹에서 CFO로 일한 재무통으로 홈플러스와도 2015년 11월 재무부문장(CFO, 부사장)으로 인연을 맺었다.

임 대표는 재무통답게 마트업계가 당면한 과제를 풀기 위해 임기 동안 오프라인 대형마트 중심의 홈플러스를 온라인과 융합하는 ‘올라인(All-Line)’ 전략을 강조해왔다. 다만 이마트가 SSG닷컴, 롯데마트가 롯데온으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에 반해 홈플러스는 타사대비 온라인 전환이 미흡하다는 평가다. 홈플러스는 그간 오프라인 매출의 온라인화에 어려움을 겪으며, 2019회계연도(2019년 3월~2020년 2월) 매출은 7조3000억원으로 2018년도보다 5% 줄었고,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38% 감소했다.

대주주인 사모펀드 MBK파트너스가 투자에 나서지 않는 가운데 노조도 발목을 잡았다. 홈플러스는 오프라인 전 점포를 온라인 물류거점으로 전략화했다. 업계 관계자는 “투자가 없으니 물류창고는 못짓고 원래 있던 매장을 PP(Packing.Picking)센터로 전환하는 방법 밖에 없는데 노조가 워낙 세다보니 전환근무 인사만 내도 난리나는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앞서 임 대표는 상생을 강조하며 2019년 국내 기업 중 최대규모인 무기계약직 직원 약 1만5000명을 전원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대형마트업계 최초로 별도의 자회사 설립이나 직군을 신설하지 않고, 조건 없이 기존 정규직 직급인 ‘선임’으로 발령해 전체 임직원 가운데 정규직 비중이 99%에 달한다.

홈플러스는 자산유동화를 위해 지난해 안산점, 대전둔산점, 대전탄방점, 대구점을 폐점하고 순차적으로 매각했고 이 과정에서 노조가 MBK파트너스를 상대로 투쟁을 벌여왔다. 또한 임 대표는 홈플러스 전국매장을 리츠(REITs, 부동산 투자를 전문으로 하는 뮤츄얼펀드) 상품으로 만들어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는 방안을 2019년 추진했으나, 노조와 정치권의 반대로 빛을 보지 못했다.

현재 홈플러스는 임 대표의 후임으로 온·오프라인 유통 채널 역량과 경험을 갖춘 다수의 후보들과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o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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