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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발 미녀’ 미라가 왜 중국에서 나와?

1980년 우루무치가 중심지인 중국의 신장웨이우얼 자치구에서 금발의 미녀 미라가 발견돼 화제가 됐다. 건조한 기후 탓에 머리칼의 색깔도 알 수 있을 정도로 온전히 보존된 이 ‘누란의 미녀’는 한 눈에도 동아시아인이 아니란 사실을 알 수 있었지만 1990년대 초 DNA검사가 이뤄지면서 충격적인 실체가 밝혀졌다. 대략 기원전 2000년으로 추정되는 이 인물은 유럽인의 조상, 코카서스 인종으로 밝혀졌다. 우루무치인의 선조는 기원전 4000년기, 시베리아 남쪽 알타이 산맥 앞쪽 땅에 정착해 아파나시에보 문화를 일궜으며, 이들 중 일부 집단이 기원전 3000년기 중반, 남쪽으로 이주해 타림분지 가장자리, 신장까지 진출한 것이다. 지금 우루무치인에게는 ‘누란의 미녀’의 피가 흐르고 있다는 얘기다.

2009년엔 타림분지 안쪽에서 새로운 무덤들이 발견됐는데 잘 보존된 직물은 수공업기술의 수준이 높았음을 보여준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언어학자이자 문화학자인 하랄트 하르만은 ‘문명은 왜 사라지는가’(돌베개)에서 중국 신장 지구의 인도유럽인을 비롯, 다양한 지역에서 발굴된 역사 속으로 사라진 25개의 문명을 복원해 보여준다. 고고학의 최근 성과와 DNA분석을 통해 새로운 문명사를 써낸 것이다.

1994년 독일 니더작센주 쇠닝겐 지역에서 발굴된 나무 창 여덟자루와 야생마 역시 초기 인류에 대한 새로운 사실을 들려준다. 연대 측정결과, 이들은 32만년 전 호모 하이델베르겐시스인이 사용한 사냥도구로, 발굴 당시 질서정연하게 배치된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사냥 후 일종의 제의를 진행한 것으로 추정되며, 인류의 조상인 호모 사피엔스가 가진 종교 관념이 훨씬 이전으로 소급 가능함을 보여준다.

문명은 문명을 파괴하지만 기후도 문명의 몰락에 작용했다. 신석기 시대 인류 최고의 도시 아나톨리아의 차탈회위크는 기원전 5800년 무렵, 기온 상승에 따른 말라리아 모기의 창궐로 문명의 몰락을 재촉했으며, 모아이 석상으로 유명한 이스터섬 문명의 몰락도 17세기 중반 소빙하기 기후 변화에 있었다. 하지만 자연의 변화를 견디지 못한 결정적 이유는 거대 석상 제작과 사치스러운 장례 문화로 인해 나무가 부족해지고 이것이 고립된 이스터섬의 사회경제에 악영향을 미친 때문이란 게 저자의 분석이다.

책은 평등 사회였던 6000년 전 유럽 최초의 고도문명인 도나우 문명, 여전사로만 구성된 아마존 부족과 초원, 기원전 3천년기로 올라가는 실크로드의 시작 등 수수께끼처럼 보이는 몰락한 문명의 얘기들이 이어진다.

19세기 제국주의 영국 고고학 연구의 산물인 유럽 중심 4대문명에서 벗어나 인류 전체의 역사와 문화 이해의 지평을 넓혀준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문명은 왜 사라지는가/하랄트 하르만 지음, 이수영 옮김/돌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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