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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끌은 아무나 하나…중산층도 “서울에 내 집 마련 힘들어” [부동산360]
‘영끌’, 8월26일 포털사이트 최다 검색량 왜?
중산층이 대출받아도 4억원대 아파트 겨우 사
6억원대 아파트 사려면 12년치 월급 모아야
2020년 3분기, 서울에서 중산층도 내 집 마련 하기 역대 가장 어려웠다. ‘안타깝다’던 영끌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사진은 노원구 월계동 삼호아파트 단지 전경.[헤럴드경제DB]

‘영끌’. 국어사전엔 등재되지 않은 단어지만 한국사회에서 이 말을 모르는 사람은 잘 없을 듯하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을 받는다는 용례로 쓰인다. 그리고 그 대출금으론 아파트를 산다.

2019년12월30일부터 2020년12월30일까지 1년 동안 포털사이트에 서 ‘영끌’을 가장 많이 찾은 날은 2020년 8월26일로 집계된다. 이날 무슨 뉴스가 나왔길래 이럴까.

영끌이 안타깝다고요?…장관 발언에 검색량 최다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의 ‘다주택자 매물을 30대가 영끌로 받아줘 안타깝다’는 발언 때문이다. 김 장관은 25일 국회 국토교통위 전체회의에서 “임대차법이 국회에서 통과되고 난 다음, 법인과 다주택자들이 보유한 물건이 시장에 매물로 비싸게 많이 나오는 상황”이라며 “다주택자 보유 물건을 30대가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다)’로 받아줘 안타깝다”고 했다.

2019년12월30일부터 2020년12월30일까지 '영끌'을 키워드로 가장 많은 검색이 이루어진 때를 보여준다. 지수 100을 찍은 8월26일이 그 주인공. [네이버데이터랩 갈무리]

‘안타깝다’는 말은 곧 ‘조롱’으로 받아들여져 공분을 낳았다. 어느 누구도 소득의 절반 이상을 대출 원리금 상환으로 내고 싶어하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그만큼 벌어지는 자산격차에 두려움을 느낀 청년층이 절박하게 매수에 나선 것인데, 이를 가볍게 치부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서울에서 아파트 산 30대는 중산층 이상

그런데, 이 영끌도 아무나 할 수 있는게 아니었다. 2020년 3분기 서울에서 중간 소득 가구가 금융기관의 대출을 받아 구입할 수 있는 아파트는 서울 집값 하위 10%(4억원 가량)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KB국민은행의 월간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KB주택구입잠재력지수는 올 3분기 10.4로 나타났다. 이 지수는 중위 소득 가구의 소득과 자산, 대출 등 경제능력을 감안해 구입 가능한 주택 재고량을 나타낸다. 숫자가 낮을수록 구입할 수 있는 주택이 적다는 뜻이다.

통계청의 3분기 가계동향조사의 소득을 적용한 서울의 중위 월소득(3분위 기준)은 520만원으로 집계됐는데, KB국민은행은 이들의 소득과 대출가능액을 감안해 구입가능한 주택 가격을 4억6151만원으로 봤다. 이는 서울 아파트 총 재고량 139만8000호 중 14만5000호(10.4%)에 그친다.

서울 아파트 평균매매값이 9월 10억원을 돌파하고, 6억원이 새로운 ‘서민아파트’의 기준으로 불리는 상황이다. 바꿔 말하면 서울에서 웬만한 집 한 채를 영끌해서 산 사람은 최소한 중산층 이상이란 뜻이다.

중간 소득의 서울 아파트 구입 능력은 2019년 3분기 20.4를 기록한 뒤 꾸준히 하락했다. 2020년 들어서는 1분기 16.2, 2분기 15.1로 완만한 하락세를 보이다가, 7월부터 9월까지 3분기 석달간 10.4로 급격히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이 기간 새 임대차법 시행에 따른 서울의 중저가 아파트 매맷값 상승으로, ‘구입 가능한 아파트’가 갑자기 4.7%포인트 줄어든 것으로 보고 있다.

중산층도 숨만 쉬고 12년 버텨야

또다른 통계치인 KB서울아파트 담보대출 PIR(price to income ratio)로도 설명이 가능하다. PIR은 주택가격을 가구의 연소득으로 나눈 지표다.

2020년 3분기에는 서울 거주하는 중산층이 아파트 한 채를 마련하려면 가족 전체가 월급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 12.2년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파트담보대출 실행이 이뤄진 서울 아파트 중윗값은 6억6000만원(3분기 기준)이었다.

KB국민은행에서 발표하는 KB아파트 담보대출 PIR은 해당 시점에 KB국민은행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이들의 주택과 소득 중위가격으로 집계하기 때문에 ‘실질PIR’로도 불린다,

경기도와 인천의 3분기 아파트 담보대출 PIR도 각각 8.6과 7.6으로 전분기 대비 모두 상승했다. 수도권 PIR 지수가 이처럼 빠르게 상승한 것은 가구 소득 증가폭보다 주택 가격 상승이 더 가팔랐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경기 불황이 장기화하는 반면 저금리와 정부의 정책 부작용 등의 여파로 집값은 계속 오르고 있는 상황이 고스란히 반영됐다.

중산층이 수도권에서 ‘내 집 마련’ 하기 가장 힘들었던 시기였던 2020년, 영끌은 안타깝지 않았다.

이민경 기자/th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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