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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산四色] 옥수수트럭과 복지

‘오늘도 그 차가 있을까?’ 출근길, 그 차가 있는지 살피는 버릇이 생긴 건 한 달 전쯤이다. 아파트에서 큰길이 가까워지면 왠지 걸음이 빨라진다. 오늘은 ‘있다’ ‘없다’, 속으로 내기한다. 사실 그 차가 있어도 걱정, 없어도 불안하다.

그 차는 다름 아닌 찐옥수수를 파는 작은 트럭이다. 그 차를 처음 본 게 지난해 여름이었나. 언젠가 강원도 여행길에 맛본 쫀득쫀득하고 찰진 옥수수맛을 잊지 못해 옥수수가 나오는 계절이면 꼭 사 먹곤 한다. 옥수수는 큰 가마솥에서 쪄내는 달달한 길거리표 옥수수가 제맛이다. 언제든 먹을 준비가 돼 있는 터에 슈퍼마켓 앞에 옥수수차가 등장하자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집에 가는 길이니 언제든 사 먹을 수 있겠다 싶었다. “아저씨, 옥수수 맛있어요?” 의미 없는 질문을 던지고 3개들이 2000원 한 봉지를 사서 돌아서자마자 옥수수알을 베어 물었다.

아, 그런데 이건 옥수수인가, 사료인가. 너무 실망스러웠다. 쫀득함이란 거의 없이 딱딱하고 푸석했다. 아까 분명 찜솥에서 김이 펄펄 났는데! 2000원짜리 사서 물려달랄 수도 없고 옥수수는 그냥 냉장고로 직행했다. 그리곤 다짐했다. 다시는 옥수수를 안 사겠다고. 옥수수트럭은 여전히 장사 중이었지만 나는 눈길을 주지 않았다.

그러다 무슨 마음이 동해서인지 다시 트럭 앞을 기웃거리게 됐고, 나는 다시 “아저씨 옥수수 맛있어요?”에 “새로 찐 거예요?”를 덧붙여 묻고 있었다. “그럼요”라는 말을 듣고, 속는 셈 치고 한 봉지를 샀다. 그리고 또 절망했다. 그래, 이젠 완전히 단념하게 된 걸 다행이라 여기자. 그리고 잊었다.

트럭은 늘 그 자리에 있었던가. 보이지 않았던 혹은 보지 못했던 트럭이 어느 날 출근길에 눈에 띄었다. 처음에는 이렇게나 일찍 나오나 싶었다. 이튿날에도 그다음날에도 이른 아침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그때 알았다. 트럭은 아저씨의 집인 걸. 아저씨는 불경을 틀어놓고 있었다. 비닐 커튼으로 가려 있어 모습이 보이진 않았지만 그렇게 경건하게 아침을 시작하고 있었다.

문제는 11월 말 추위가 닥치면서였다. 추위에 밤새 어떻게 지내셨나 걱정이 됐지만 가까이 가보진 못했다. ‘다음번엔 꼭 안부를 물어봐야지’ 다짐했는데, 추위가 계속되던 어느 날 트럭이 사라졌다. 어디 따뜻한 목욕탕에라도 들어갔다 오셨으면 하는 바람과 걱정이 교차했다.

추운 겨울은 어려운 이들에게는 힘든 계절이지만 코로나로 사람과의 접촉이 차단된 올해는 더 혹독할 수밖에 없다.

조사에 따르면, 우리 국민의 지난해 기부 경험률은 47%로 나타났는데, 지속적으로 하락 추세다. 특히 올해 코로나19 재난 상황에서 코로나 극복을 위한 기부 경험률은 16%에 그쳤다. 그런데도 국민의 65%는 앞으로 기부를 하겠다는 마음을 갖고 있었다. 기부가 보다 나은 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한다고 본 것이다.

사회복지 시스템은 한계가 있다. 복지요원들이 구석구석 챙긴다지만 상황이 다 달라 쉽지 않다. 사각지대가 생길 수밖에 없다.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정보나 절차조차 모르는 이들도 많다. 코로나 속에서 일자리를 잃은 중년의 일용직 근로자 중 홀로 지내는 이들도 복지의 바깥에 있다. 가까운 동네 돌봄이 필요한 이유다. 돕기를 쉽게 할 수 있는 창의적인 앱 같은 것도 나왔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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