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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미술시장도 ‘코로나’…뒤로 물러서다
올 경매시장규모 작년비 29.7% ↓
경기불황으로 고가 작품 거래 급감
‘아트바젤 홍콩’ 개최 취소 이어
프리즈 런던 등 온라인 뷰잉룸만 운영
KIAF, 온라인 뷰잉룸 운영으론 한계
국공립미술관도 개관·휴관 반복만
문화 향유권리·공공성 제한 ‘고민점’
코로나19로 대면 활동이 부담스러워지자, 미술품 경매도 방식에도 변화가 나타났다. 케이옥션은 무관객 비대면 경매인 ‘라이브온 경매’를 지난 9월 처음 선보였다. 경매를 진행하지만, 관객들은 온라인으로 라이브방송을 보며 응찰하는 방식이다.

‘Black Lives Matter’(흑인의 삶도 중요하다)

올해 세계미술계에서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인물에 ‘BLM’이 선정됐다. 세계적 권위를 자랑하는 영국의 미술전문잡지 아트리뷰는 2002년이후 매년 미술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을 선정 ‘파워 100’ 리스트를 발표한다. 사람이 아닌 운동이 1위에 선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2017년 과거 성폭력을 폭로했던 ‘미투’(me too)도 파워 100에 이름을 올렸으나, 3위에 랭크됐다. 아트리뷰는 BLM선정 배경에 대해 ‘인종차별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이에 따른 현대미술계에서 패러다임의 변화를 상징한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올해 한국 미술계는 어떠했을까. 인종문제에 대해 세계적 관심이 컸던 것과 달리, 한국미술계는 ‘코로나19’가 가장 큰 이슈였다. 경매시장은 30%가량 쪼그라들었고, 오프라인 행사를 위주로 하는 아트페어와 비엔날레는 대거 취소되거나 연기됐으며 국공립 미술관들도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 될 때마다 개관과 휴관을 반복했다.

▶미술시장 ‘뒷걸음질’=코로나19에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곳은 바로 시장이다. 전체적인 시장규모는 아직 집계되지 않았으나 1월부터 11월 현재까지 미술품 경매 낙찰규모를 보면 적어도 30%이상 급감한 것으로 보인다.

예술경영지원센터의 K아트마켓 2020 경매시장 결과 분석에 따르면, 올해 경매시장규모는 1012억원으로 지난해 1439억원 대비 29.7%, 2018년 1814억원 대비 44.2%감소했다. 특히 오프라인 경매 규모가 줄어든 것이 전체적인 시장 규모를 축소시켰다. 올해 오프라인 경매는 785억원으로 지난해 1219억원 대비 35.5%, 2018년 1630억원 대비 51.8%가 급감했다. 그렇다고 온라인 경매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도 아니다. 올해 226억원으로 지난해 220억원 대비 2.6% 증가한 것에 그쳤다.

경매사별로는 서울옥션과 케이옥션이 각각 347억원, 508억원 규모로 전체 시장의 84.5%를 차지해 독과점 구조를 보였다. 지난해 89.1%대비 4.6% 줄어든 수치다. 대신 헤럴드아트데이(4.7%), 마이아트옥션(4.7%), 아이옥션(3.3%)등 소규모 옥션들이 상대적으로 약진했다.

코로나19로 인한 경기불황의 영향으로 고가 작품 거래도 뚝 끊겼다. 올해 낙찰가 상위 10점의 규모는 144억원으로 지난해 371억원보다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낙찰가 톱10 작품 중앙값도 13억원으로 지난해 30억원의 40%수준에 그쳤다. 시장에서 가장 선호한 작가는 이우환이었다. 144점의 작품이 낙찰돼 낙찰총액 121억원을 기록했다. 2위인 쿠사마야요이는 88점이 낙찰됐고, 85억5000만원에 그쳤다. 그러나 4년전 위작으로 판명났던 이우환의 작품들이 다시 거래되고 있다는 의혹을 한 지상파 방송사가 제기해, 이같은 인기가 내년에도 계속 될 지 시장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국내에서 가장 큰 아트페어인 한국국제아트페어(KIAF)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현장 이벤트를 결국 취소했다. 대신 온라인뷰잉룸으로 진행했다. 전체 참여갤러리중 60%만이 한 점 이상 판매에 성공했다.[케이옥션·부산시립미술관·한국화랑협회 제공]

▶아트페어·비엔날레 연이은 취소·연기=사람을 매개로 퍼지는 코로나19에 오프라인 행사는 그야말로 된서리를 맞았다. 아시아에서 가장 큰 아트페어인 아트바젤 홍콩은 3월 개최를 취소하고 2021년 5월 개최를 예고했다. 뒤이어 아트바젤 바젤(9월), 프리즈 런던(10월), 테파프 뉴욕(11월), 아트바젤 마이애미(12월)도 모두 온라인 뷰잉룸만 운영했다.

국제 아트페어들이 모두 온라인버전만 운영하자 국내 화랑들에 미친 여파도 컸다. 아트바젤 홍콩 등 아시아행사를 통해 해외에 한국작가를 소개하거나, 해외 작가 작품을 수급하던 패턴에 차질이 빚어진 것이다. 단기간에 한 장소에서 대규모 인원이 밀집하는 아트페어는 팬데믹시대를 맞아 새로운 사업모델 혹은 행사 방식을 찾아야하지만 상황은 녹록하지만은 않다. 온라인으로 작품에 대한 정보를 모으더라도 구매는 오프라인에서 이뤄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결국 오프라인 행사를 취소한 한국국제아트페어(KIAF)의 경우, 온라인 뷰잉룸만 운영했는데 1~2점을 판매한 갤러리는 전체 32.8%, 3~10점 판매한 갤러리는 26.8%에 그쳤다. 나머지 40%가량은 한 점도 판매하지 못했다. 온라인 페어의 한계가 여실히 드러나는 지점이다.

국제미술전인 비엔날레도 연기와 취소, 온라인개막으로 점철됐다. 광주비엔날레는 일찌감치 내년 2월 개막으로 일정을 미뤘고,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도 1년을 연기했다. 제주비엔날레는 내홍을 겪으며 내년 개막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부산비엔날레는 9월 개막을 강행했으나 코로나19의 급작스런 유행에 결국 온라인으로 개막하고, 25일 뒤 행사장 문을 열 수 있었다.

▶개관과 휴관 반복 국공립미술관=미술관도 코로나19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1년 내내 개관과 휴관을 반복했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은 175일 문을 열어, 연중 절반 넘게 휴관상태였다. 감염병 확산을 예방하기 위해 어쩔수 없는 선택이었다 할지라도, 이 때문에 문화 향유권리나 공공성이 제한된 것은 팬데믹시대 공공미술관이 고민해야 할 지점이다.

Bill Viola, Night Vigil [밤의 기도], 2005/2009, Video installation, Photo: Kira Perov

개관 날짜가 짧고, 전시 기간이 단축되는 악조건 속에서도 전시는 계속됐다. 국립현대미술관 박래현 전은 운보 김기창의 아내로만 조명되던 당대의 스타작가 박래현의 작가로서 면모를 가감없이 드러내 호평을 받았다. 롯데뮤지엄의 ‘장 미셸 바스키아: 거리·영웅·예술’전도 개막 한 달만에 6만 명이 다녀갔다. 시간당 관람객수 통제 상황임을 감안하면 놀라운 수치다. 지방 미술관들의 전시도 눈길을 끌었다. 대구미술관의 팀아이텔 개인전, 부산시립미술관의 ‘빌 비올라(Bill Viola), 조우’전은 꼼꼼한 큐레이팅과 수작 셀렉션이 돋보였다. 이한빛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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