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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쫄보언니 챌린지] ‘캐럴의 고전’, ‘로또싱어’ 이응광이라면10분 완성
바리톤 이응광의 캐럴 교실
캐럴의 고전 ‘화이트 크리스마스’

이응광의 캐럴 교실 [헤럴드스토리]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이번 크리스마스에는 하얀 눈을 볼 수 있을까. 1973년 전국 기상 관측이 시작된 이래 서울이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맞은 것은 고작 9일에 불과하다. 확률로 치면 19%. 돌이켜 보면 눈 내리는 크리스마스에 대한 기억은 어쩐지 아득하다. 요즘처럼 거리마다 캐럴이 뚝 끊긴 날들엔 크리스마스라는 단어조차 동화처럼 여겨지곤 한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선물 같은 음악이 찾아왔다. “요즘엔 크리스마스가 다가와도 거리마다 캐럴이 들리지도 않고,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잘 나지 않더라고요.” 유럽 무대에서 활동하며 독일, 스위스에서 지내온 바리톤 이응광에게 크리스마스는 따뜻한 온기를 품은 한 장면이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나무로 집을 만들고, 따뜻하게 데운 와인을 마시고, 한 달 뒤의 ‘그날’을 기다리며 누군가에게 전할 선물을 고른다. 그는 “특히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굉장히 팍팍하고 건조한 날들을 보내고 있다”며 “위안이 되는 크리스마스 캐럴로 선물을 드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최근 발매한 크리스마스 캐럴 앨범 ‘더 기프트(The Gift)’가 나오게 된 이유다. 앨범에는 많은 사람들에게 익숙한 캐럴이 담겼다. 성악과 재즈가 결합한 캐럴을 녹음하며 이응광은 ‘설렜다’고 했다. “이 음악을 듣는 동안이라도 저마다의 따뜻한 기억을 떠올리면 좋겠다”는 바람이 담겼다.

오지 않을 것만 같은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꿈꾸며 바리톤 이응광의 캐럴 교실을 열었다. 최근 ‘로또싱어’(MBN)와 유튜브 채널 ‘응광극장’을 통해 친숙해진 성악가다. 요즘 인기인 ‘응형’ 캐릭터가 조금 더 가볍고 유머러스하다면, ‘성악가’ 이응광은 진지하고 진중하다. 수업을 듣는 학생마저 절로 마음을 다잡게 하는 선생님이다.

이날 배운 노래는 ‘화이트 크리스마스’. 언젠가, 어디에서라도,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본 그 캐럴이다. 온화한 선율에 따뜻한 음색이 얹어진 그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배워봤다. 이번 크리스마스는 화이트 크리스마스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더했다.

반주 없이 듣는 이응광 쌤의 노래는 영혼을 치유하는 힘이 있다. 가사 한 줄 한 줄의 의미를 되새기며 마음을 담았기 때문이다. 수업에서도 이응광 쌤은 “소리를 생각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의 소리를 내보자”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음색이다. 더 이상 예쁜 소리를 내지 말고 본인의 소리를 내봐라”라며 “뽐내려 하지 마라. 뽐내려 하는 순간 관객들이 자랑하러 온 걸 느낀다”고 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온전히 ‘자신만의 소리’로 ‘자신의 감정’을 담아 부르는 것이다. 성악가 이응광이 무대에 설 때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점이다.

노래방 반주라도 있다면 좋았겠지만, ‘맨 땅에 헤딩’ 하듯 무반주로 캐럴의 고전을 소화하려니 상당히 조심스러웠다. 나대는 심장을 부여잡고 첫 소절을 떼니 “떨리는 음색 그대로 좋다”는 칭찬이 이어졌다. 조언도 더했다. “그 떨림을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는 설레는 마음으로 표현해보라”는 것이었다.

바리톤 이응광. 박해묵 기자

수업의 핵심은 “있는 그대로의 음색”으로 “가사를 온전히 전달”라는 것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화이트 크리스마스’는 크리스마스의 상징 같은 곡이라는 점이다. 어빙 벌린(Irving Berlin)이 1940년에 작곡하고, 빙 크로스비가 부른 이 곡은 뮤지컬 영화 ‘스윙 호텔’에 삽입되며 아카데미 주제가상을 받았다. 노랫말이 그림을 그리듯 전개된다는 점도 특징이다.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꿈꾸는 마음부터 반짝이는 별로 장식된 트리, 썰매 종소리를 들으며 뛰노는 아이들까지. 이응광 쌤은 이 부분을 강조했다. 마음을 담는 것이 중요하기에 다소 음정이 맞지 않아도, 보컬리스트처럼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격려해줬다.

가사에 집중해 부르다 보니 음정은 엉망진창이었다. 예전엔 미처 몰랐다. ‘화이트 크리스마스’가 이렇게 어려운 곡인 줄은.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숨고 싶은 마음이 절로 들었다. 날뛰는 목소리는 정돈되지 않은 채 그대로 튀어나왔다. 사실 내 목소리에 맞는 음정을 잡는 것에서부터 다소 어려움을 느꼈다. 우여곡절 끝에 마친 제자의 노래를 바다와 같은 마음으로 들어준 이응광 쌤은 “정제되지 않은 소리와 발음이 너무나 좋고, 그 안에서 순수함을 봤다. 이것 자체로 예술이다”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무엇보다 이 노래 자체로 가사의 의미를 전달했다는 데에서 높은 점수를 줬다. 그러면서 “노랫말처럼 마음 만큼은 기쁘고 밝은 크리스마스가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거리를 마음 놓고 다닐 수는 없지만 집에서든 어디에서든 행복한 크리스마스”를 소원했다.

웃음기를 쏙 뺀 진지한 응광쌤의 진심에 압도 당한 나머지, ‘이 정도면 괜찮았다’며 스스로를 격려해봤다. 이응광 쌤은 “오늘은 점수를 매기는 것은 의미가 없다”며 “‘화이트 크리스마스’에 점수를 매기는 것은 ‘화이트 크리스마스’에 대한 모독”이라고까지 했다. 그러면서 “점수를 매길 수 없으니 100점, 200점, 1000점”이라며 “떨리는 목소리로 진심을 담은 것으로 충분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3차 유행이 안정세를 보인다면 24일 저녁 이응광은 관객과 만나 ‘크리스마스 공연’을 열 계획이었다. 연륜 있는 성악가 선생님의 진중한 칭찬에 한껏 으쓱했다. 조금 선을 넘어봤다. “그 공연에 게스트로 서도 되겠냐”고 당차게 물었다. 역대급 단호박이었다. “아뇨. 그건 안돼요!” 진지한 선생님의 ‘칼거절’에 ‘마상’(마음의 상처)을 입었다. ‘쌤’의 칭찬을 너무 믿었다. 크리스마스의 헛된 꿈이 무너졌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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