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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국 도로 실핏줄까지 3D로 생생…구글 못지 않네
정밀도로지도 제작업체 ‘스트리스’
정부, 디지털 뉴딜 ‘정밀지도’ 구축 천명
미래차 기술 ‘자율주행’에도 필수 요소

차량 장착 ‘거리뷰 이동형 측량 시스템’
스트리스, 순수 자체기술력으로 완성
국내사정 맞게 데이터 현지화 한발 앞서
이미 서울 전역·판교 등 정밀지도 완료
공유 모빌리티·배달로봇 등 활용 무한대
스트리스 이사진들이 자체 개발한 ‘거리뷰 이동형 측량 시스템(sMMS)’을 소개하고 있다. 왼쪽부터 송승관 기술이사, 박일석 대표, 홍승환 최고기술책임자(CTO). [스트리스 제공]
‘거리뷰 이동형 측량 시스템(sMMS)’을 탑재한 데이터 수집 차량. [스트리스 제공]

정부가 지난 7월 디지털 대전환을 골자로 하는 ‘디지털 뉴딜’ 정책을 발표했다. 이 중 관심을 끈 것은 2025년까지 4차로 이상 전국 모든 도로의 ‘3차원 정밀지도’ 구축. 정밀지도에는 11만㎞ 도로의 차선, 신호등, 표지판, 각종 장애물 등 모든 정보가 담긴다. 가히 ‘21세기판 대동여지도’라고 불릴만 하다.

정밀지도 구축이 국가 산업에 적용될 수 있는 사례는 무궁무진하다. 당장 미래 자동차산업의 정점으로 평가되는 자율주행차를 위해 필수적으로 필요한 것이 정밀지도다. 라이다, 카메라, GPS 등 센서를 고가의 고성능 장비로 장착해도 기본 데이터인 정밀지도가 없으면 정확도와 안전성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또 정밀지도 구축 기술을 활용하면 제조업 생산 설비 구축, 통신장비 설치, 시설물 관리 등에도 적용이 가능하다. 글로벌 정밀지도 시장 규모는 올해 13억달러에서 10년 뒤에는 200억달러까지 커질 것이라는게 업계의 분석이다. 글로벌 IT업체나 완성차 업체, 맵핑 서비스업체 등이 앞다퉈 시장에 뛰어드는 이유다.

정부는 디지털 뉴딜 정책을 발표하며 SOC디지털화에 10조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국토지리정보원은 내년 3D 공간정보 예산에 320억원을 책정하며 정밀지도 구축에 강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정밀지도가 하나의 산업으로 주목을 받으며 그 효용성이 갈수록 부각되고 있지만, 아직 국내 기술은 글로벌 후발주자 수준이다. 대학원에서 측량과 지형공간정보를 전공하던 박일석 대표가 창업을 결심하게 된 이유는 충분히 국내 기술로도 해외 경쟁업체들을 따라잡을 수 있다는 확신에서였다.

박 대표는 “이전까지는 정밀지도 제작에 필요한 장비와 소프트웨어를 모두 해외에서 들여올 수 밖에 없었고, 막대한 비용과 데이터 수집 과정에서의 피드백이 지연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며 “창업교육을 받으며 미국 실리콘밸리 등을 방문해 이같은 문제점을 절실히 느꼈고, 이에 대한 해법을 마련해야겠다고 결심했다”고 밝혔다.

박 대표는 곧바로 정밀지도 제작에 필요한 기술력을 갖춘 엔지니어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데이터를 수집하는 센서의 모델링, 정보수집 기구 설계, 로보틱스, 인공지능 등 전문가 그룹이 창업 멤버로 합류했다.

이후 차량에 장착해 자율주행차량용 도로 정보를 수집하는 ‘거리뷰 이동형 측량 시스템(sMMS)’를 자체 개발했다. 기존 해외 장비들이 대당 8억원에 달하고, 고장 시 수리에 4개월 가량이 소요되는 데 반해 스트리스의 MMS는 장비 단가를 2억원 가량으로 크게 낮췄다. 장기적으로는 이를 1억원 선까지 낮춰 가격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게 스트리스의 방침이다. 또 장비 이상 시 현장에서 즉시 대응이 가능하고, 실시간 웹으로 촬영경로를 관리하는 자체 클라우드 시스템까지 갖춘 점도 우위에 있다.

스트리스의 sMMS는 자체 개발한 보정(Calibration) 알고리즘을 활용해 각 장치에서 발생하는 오차를 최소화했다. 절대정확도 1m, 정밀도는 3cm 수준까지 확보했다. 구글이 운용하고 있는 MMS와 비교해도 손색없는 성능이다.

정밀지도 구축 공정의 자체 기술을 개발한 점도 스트리스의 강점이다. 국내 도로사정에 맞도록 데이터를 현지화하는 커스터마이징 역량 면에서 스트리스는 해외 경쟁업체에 한발 앞서 있다. 또 새로운 정보를 업데이트 할 경우 해외업체들이 일일이 재촬영 과정을 거쳐야하는 것과 달리 스트리스는 변화탐지 알고리즘을 개발, 정보 제공의 신속성과 데이터의 품질 우수성도 확보했다.

이같은 기술력을 정밀지도 구축에 필요한 예산 절감 효과면에서도 뛰어나다. 1000㎞ 구간의 정밀지도를 구축할 경우 소요비용은 경쟁업체의 절반에 불과하다는 게 박 대표의 설명이다.

박 대표는 복잡한 도심지에서의 데이터 확보에서 정밀지도 업체의 기술력이 극명하게 갈릴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고속도로나 자동차전용도로는 상대적으로 장애물이 적어 GPS의 혼잡도가 떨어진다. 도심지처럼 수많은 구조물과 인파, 거미줄처럼 꼬인 도로의 데이터를 정확하게 제공할 수 있어야 자율주행은 물론 부가산업으로 연결지을 수 있다는 것이다. 공유 모빌리티, 배달로봇 등이 정밀지도가 도심에서 활용될 수 있는 부분이다.

스트리스는 이미 서울시 전역과 판교 등 도심 도로 5000㎞ 가량의 데이터를 확보, 자율주행에 필요한 정밀지도를 구축했다. 내년에는 전국 2만㎞ 도로의 데이터가 갖춰질 전망이다. 박 대표는 “지도제작과 관련 현행 법규상 해외 맵핑 업체들의 국내 진입이 불가능하고, 이를 해외로 반출할 수 없는 현실”이라며 “지도데이터 비즈니스는 로컬 기반의 현지 업체 주도로 이뤄져야한다”고 시장 상황을 설명했다.

스트리스의 비즈니스는 자율주행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정밀지도 구축 기술을 활용해 공공 시설물관리 솔루션, 기업의 산업용MMS 등 B2B, B2G사업에서 배달로봇 플랫폼 개발, 공유 모빌리티 모듈 등 B2C 사업도 추진을 앞두고 있다. 해외 주요 도시의 정밀지도 제작 요청에 대비한 해외 비즈니스도 계획 중이다.

박 대표는 “국내 지도산업이 국가기간산업이자 보안을 요하는 산업이긴 하지만, 지나치게 높은 진입 장벽으로 신규 플레이어들이 실적을 거두기가 쉽지 않다”며 “국내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다면 해외 시장에서도 충분히 글로벌 업체들과 수주 경쟁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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