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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 세계 3위’ 클래식 유튜브 또모…“클래식 예능으로 만든 대중과의 연결다리”
19학번 음대 동기가 만든 클래식 유튜브 채널 또모
전 세계 클래식 유튜브 구독자수 3위
 
세계 최고 연주자부터 기발한 ‘몰카’까지…
아이디어로 무장한 ‘클래식계 예능’ 콘텐츠
콘텐츠 제작, 공연 기획 넘어 매니지먼트까지…
“클래식과 대중의 연결다리”
전 세계 클래식 유튜브 3위에 오른 또모는 19학번 세종대 음대 동기 백승준 대표(왼쪽)와 황예은 이사가 의기투합한 채널이다. 7명의 직원들이 꾸려가는 클래식계 예능 콘텐츠로 출발한 또모는 콘텐츠 제작을 넘어 공연 기획, 매니지먼트로 사업을 확장하며 새로운 도약을 꿈꾸고 있다. [또모 제공]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피아노 전공생은 얼마나 어려운 곡까지 쳐봤을까?’ 첫 콘텐츠가 세상에 나오던 날 유튜브가 반응했다. 소위 ‘듣보’ 채널 콘텐츠가 일주일 만에 조회수 100만뷰를 찍었다. 한 번도 주인공인 적 없던 전공생이 등장하자, 음대생 사이에서도 난리가 났다. ‘인싸’ 영상으로 떠올랐다. “너도 이 영상 봤냐고 서로 물어보더라고요. 구독자도 파격적으로 올라가 7000명이 2만명이 됐어요.”(또모 백승준 대표) 영상의 인기에 대한 자체 분석은 진작에 끝났다. 클래식에 ‘예능’이 가미됐다. 전공자끼리만 알던 이야기가 호기심을 불러왔다. “음대생들은 학교마다 연주 스타일이 다르고, 같은 공간에서 들어보기 어려운데 여러 학교 학생들이 나와 어려운 곡 톱3를 연주하니 재밌어하더라고요.” 2019년 2월 공개한 이 영상은 현재 506만회를 기록 중이다.

전 세계 클래식 유튜브 구독자수 3위(46만7000명), 최고 조회수 콘텐츠 958만회(2020년 12월 9일 기준, 이하 동일), 전 콘텐츠 통합 조회수 9700만회 이상, 전 세계 인기 동영상 12위(2020년 11월 25일 기준). 예사롭지 않은 클래식 채널이 등장했다. 개설 2년 만에 국내 클래식 채널을 평졍했다. 구독자는 다양하다. 클래식 문외한과 애호가, 전공생과 업계 관계자를 아우른다. 유튜브 채널 ‘또모’의 주인공은 피아노를 전공 중인 음대생. 99년생 동갑내기 백승준 대표와 황예은 이사다. 재기발랄한 아이디어로 다진 콘텐츠와 뮤직비디오에 버금가는 연주 영상, 전문가의 솜씨에 유튜브 감성을 더한 콘텐츠가 Z세대인 이들에게서 나왔다.

▶ 19학번 음대 동기가 만든 또모…‘첫 콘텐츠’가 일주일 만에 100만뷰=시작은 2018년, 대학수학능력시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마술학교 진학을 꿈꾸던 엉뚱한 중학생 백승준은 피아노 전공을 위해 재수를 선택, 다시 시험장에 앉았다. 두 번째 도전에도 머릿속을 스치는 생각들을 놓을 수가 없었다. 지금도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메모하는 습관이 있다”(또모 황예은 이사)고 한다. “점수가 반영되지 않는 수리영역 시간에 콘텐츠를 10개 정도 써봤어요.” ‘피아노 전공생에게 어려운 곡 톱3’도 그때 나왔다. “전공자들은 알지만 대중은 알 방법이 없는 것들, 대중과의 접점을 찾을 수 있고, 왠지 클릭하고 싶은 콘텐츠를 써본 거예요.” 조용한 고사장 안에서 눈을 빛내며 끄적이던 평범한 재수생이 클래식계에 일으킬 날갯짓은 이날 시작됐다.

상상이 현실이 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진 않았다. 조력자가 등장했다. 2019년 2월 세종대학교 음악과 신입생 환영회. “재수생이 많지 않아 금방 친해졌다”는 19학번 동기. “영상을 하면 비즈니스 제의가 들어오는데 기획안이 제가 봐도 형편없었어요. 그래서 (황예은 이사한테) 계속 부탁을 했어요.” (백) “유튜브와는 거리가 멀었다”는 황 이사는 몇 번을 고사했다고 한다. “30년 뒤를 생각해 가장 행복할 것 같아 선택한 길”이 피아노 전공이었는데, 입학 한 달차에 완전히 다른 길로 접어들었다. 단단히 ‘엮인’ 셈이다. “사실 피아니스트가 되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는 고백도 나온다. 황 이사의 합류로, 또모는 본격적인 항해를 시작했다. ‘새로운 클래식 콘텐츠를 만들자’, ‘음대생과 연주자들이 돋보이는 영상을 만들어보자’는 의기투합이었다. 대외적으론 ‘또래 모임’, 알고 보면 ‘또라이 모임’의 약자라는 ‘또모’의 출발이었다.

[또모 제공]

▶ 아이디어로 무장한 클래식 예능=‘또모’는 숏폼 콘텐츠의 정석이다. 주제는 클래식. 하지만 흔한 연주 영상이 아니다. 기발한 아이디어로 무장했다. 1000만뷰 돌파를 눈앞에 둔 ‘세계 톱피아니스트와 원격 피아노로 교수님 속이기’부터 ‘서울대 음대생이 세계 톱클래스 바이올리니스트에게 레슨 받기’, ‘피아노 전공생의 손은 얼마나 빠를까’… 제목부터 클릭을 유발하는 콘텐츠가 탄탄한 기획력으로 태어났다. 기획 의도가 확실하다. “클래식과 대중의 연결다리가 되자”는 것이다.

화제가 된 몰래카메라 형식의 ‘교수님 속이기’ 콘텐츠는 마술사를 꿈꾸던 백 대표의 아이디어. 짜고 치는 고스톱이 아니다. “마술트릭을 활용해 신박하게 잘 속이더라고요.(웃음)” 파트너도 객관화하는 황 이사의 더 신박한 칭찬이 나오자, 백 대표가 말을 보탰다. “그냥 시도했는데 진짜 속더라고요.” 첫 콘텐츠의 성공 이후 수능 시험장에서 구상한 10개의 콘텐츠도 ‘시리즈’로 연재됐다. 그 시절의 콘텐츠는 썸네일로 ‘차별화 전략’을 둔 건 영업 비밀이다. 음대생의 각종 도전 영상으로 출발한 채널은 피아니스트 임동민 임동혁 신창용 등 스타 연주자들이 출연하는 ‘연주자들’ 콘텐츠로 확장하며 또모만의 영역을 다졌다.

또모 채널에선 콘텐츠 제작의 철칙이 확실하다. “B급 감성, 유튜브 감성”을 지키자는 것. “콘텐츠를 만들다 조금만 고급스러워지면 B급 감성으로 만들라고 해요.”(황예은) B급 감성이라는 게 다른 건 아니다. “대중이 쉽게 이해할 수 있다면 B급”, “전문지식이 더 부각된다면 A급”이라는 설명이다. “신창용 피아니스트와 초견에 대한 콘텐츠를 했어요. 댓글에 ‘초견이 뭐냐’는 질문이 많더라고요. 이것도 오류다 싶었어요. 우리는 너무 많이 쓰는 단어라 익숙하지만, 대중은 모를 수 있는 거였죠. 대표님은 7~8세가 본다 생각하고 자막을 쓰라고 강조해요.”(황예은)

반면 뮤직비디오엔 각별히 공을 들인다. 피아니스트 디미트리 시쉬킨의 연주 영상은 카메라 20대를 동원해 무려 네 시간을 찍었다. 두 사람이 ‘최애작’으로 꼽는 콘텐츠이기도 하다. 바이올리니스트 한수진의 뮤직비디오는 여러 장소에서 돌아가며 촬영해 얻어낸 결과물이다.

‘또모’의 세계에선 클래식의 엄숙주의는 무너진다. 대중 속으로 들어간 클래식인 만큼 호기심과 재미, 반전을 꾀했다. 전공생, 연주자가 출연하는 만큼 전문성은 기본. 가장 중요한 것은 ‘중도’를 지키는 일이다. “자막이나 기획을 할 때 염두하는 부분이에요. 항상 선을 지키려 하고 있어요. 그걸 잡아주는 사람이 황 이사예요.” (백승준) 웃음을 주면서도 불편하지 않은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서다. “가끔 몰래 화장실 간 사이에 자막을 지우기도 해요.(웃음)”(황예은) 구독자가 10만 명이 넘어가는 시점부터 특히나 고심한 부분이다. “대중이 어떻게 반응할지는 예측이 어렵거든요.”(백승준) ‘클알못’(클래식을 알지 못하는 사람)과 애호가가 공존하는 것은 또모 채널의 강점이나, 제작자의 입장에선 양측 사이의 줄다리기가 쉽지 않다. “반응이 천차만별이에요. 같은 자막을 봐도 누구는 괜찮은데, 누구는 이상하게 보니까요. 저희끼리도 의견이 갈리고요. 처음엔 스트레스가 많았는데, 이젠 범법행위를 빼곤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도록 했어요.” (황예은)

백승준 대표(왼쪽), 황예은 이사은 피아노를 전공하면서도 연주자가 아닌 새로운 길을 걸으며 “음대생들이 설 수 있는 더 많은 무대를 만들고 싶다”는 꿈을 꾸고 있다. [또모 제공]

▶클래식 유튜브로 또 다른 꿈…“클래식계에 새로운 길 제시”=‘실기 1등’으로 입학(백승준)했고, 국가장학금을 받을 실력(황예은)이면서도 두 사람은 연주자가 아닌 또 다른 길을 걷는다. 나이 어린 클래식 사업가를 바라보는 시선은 갖가지다. 보수적인 업계인 만큼 “학생들이 클래식 음악을 망쳐놨다”는 시선도 나온다. 적잖은 ‘유명세’도 치를 만큼, ‘파란의 주인공’이다.

또모와 함께 성장하는 지금, 두 사람은 새로운 꿈을 꾸고 있다. “이제는 다른 소명, 다른 꿈이 생기고 있다”고 백 대표는 이야기한다. “공부를 하고, 경영 스타트업을 배우다 보니 클래식 업계의 시장 규모가 너무나 작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어요.” 황 이사도 공감했다. “음대생들은 많은데, 졸업을 하면 할 수 있는게 많지 않아요. 음대생들이 설 수 있는 무대를 만들고 싶다는 마음이 커요”(황예은) “시장을 넓히는 것이 우리의 미션이라고 생각해요.”(백승준)

또모의 걸음들이 이미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클래식 공연장에 젊은 사람들이 채워지고”, “다른 영역에서 삶을 살아가는 대중이 클래식 콘텐츠에 발을 딛고”(황예은) 있다. “클래식 문외한이었는데 클래식을 알게 됐다”는 반응, “전공자였는데 꿈을 얻는다”는 반응은 더없이 큰 보람이다.

유사 채널이 등장하고, 연주자 섭외 연락도 숱하다. 현재의 영향력을 발판 삼아 또모는 또 한 번의 도약을 준비 중이다. 콘텐츠 제작에만 머물지 않는다. 공연 기획과 매니지먼트 사업으로 확장, 최근 색소포니스트 브랜든 최를 영입했다. 현재는 전용 어플 ‘또플’ 개발도 추진 중이다. 예술경영지원센터의 예술분야 초기기업 사업기반구축 지원 대상으로 선정, 12월 중순 출시를 앞두고 있다.

“IR에서 또모는 자원이 풍부한 클래식계라는 비옥한 땅에 첫 번째로 뿌리내린 개척자라고 표현한 적이 있어요. 클래식계에 새로운 길을 만들어 음대생들이 그 길을 이용해 좀 더 편안하게 활동하고, 클래식 시장이 건강하게 나아가는 데에 일조하는 또모가 되고 싶어요.” (황예은) 또모가 가는 길은 누구도 가지 않은 길이다.이들의 걸음 뒤로 언제가 새로운 이정표가 세워질 지도 모른다. “50년 뒤엔 클래식계의 CJ ENM”, “클래식계의 구글”이 되겠다며 농담인듯 웃어넘긴다. 두 사람의 눈빛에 생기가 돌았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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