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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포배양 고기’‘바이오팩 자궁’…AI가 바꾸는 미래

AI와 생명공학기술은 SF소설이나 영화 속 얘기를 현실화하고 있다. 세포를 배양해 만든 치킨너깃을 먹고 자궁이 아닌 비닐팩에서 자라는 태아, 자살기계, 섹스로봇 등 인간의 삶을 뒤흔드는 일들이 이미 시작됐다. 기이한 사건을 발굴하는 기자이자 다큐멘터리 제작자인 제니 클리먼은 ‘AI시대, 본능의 미래’(반니)에서 인간의 삶을 급격하게 바꿀 기술을 찾아 수년간 세계를 돌며 취재한 현장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북쪽으로 30분 거리에 있는 어비스 크리에이션즈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리얼돌의 고향이다. 매년 600개의 리얼둘이 여기서 생산돼 플로리다와 텍사스, 독일, 영국, 중국, 일본 등지로 팔려나간다. 가격은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원. 이들의 피부는 사람과 비슷하고 손금과 주름 마디 핏줄, 뼈와 관절도 있다.

저자는 인터뷰와 함께 현장 작업공정을 세세히 보여주는데, 20년간 생생한 인형만들기에 매진해온 담당자의 얘기는 흥미롭다. 인형들은 이제 인공지능을 통해 말과 20가지의 다양한 성격, 기분, 취향을 가질 뿐만 아니라 농담도 하고 세익스피어를 인용할 수 있으며, 학습기능도 갖고 있다. 세상의 지식 뿐 아니라 상호작용을 통해 상대방에 대한 모든 것을 알고 반응하게 된다. 저자는 섹스로봇이 완벽한 반려자가 될 것인지, 섹스로봇에 익숙해져 이기적이고 공감능력이 사라진 인간 사회가 펼쳐질지 질문을 던진다.

저자는 실험실에서 고기를 배양하는 기업 저스트도 찾아간다. 닭깃털에서 세포를 분리해 고기덩어리를 만드는데 일주일이 걸리지만 대량생산은 아직 요원하다. 저자는 ‘깨끗한 고기’ 역시 다양한 문제가 있음을 지적한다. 이와함께 동물을 모방한 식물 유래 고기에 헤아릴 수 없이 많이 들어간 성분들에 대한 문제도 지적한다.

비닐팩과 관이 자궁을 대체하는 바이오팩은 임신과 탄생의 정의를 바꿔놓을 수 있다, 임신이 여성의 몸에서 이뤄질 필요가 없다면 더 이상 여성의 일만은 아니며, 모성의 의미도 바뀌게 될 것이란 얘기다.

임신하지 않고 아기를 가질 수 있고, 동물을 죽이지 않고 고기를 먹을 수 있다면, 인간적 공감없이 이상적인 성관계를 갖고 고통스러워하지 않고 죽을 수 있다면 인간의 본성은 어떻게 바뀔까? AI와 생명공학기술의 미래가 던지는 질문이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AI 시대, 본능의 미래/제니 클리먼 지음, 고호관 옮김/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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