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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길용의 화식열전] 산은의 ‘무제한 지원’ 개시…‘코리아나항공’ 비상할까
부채 36조, 단기차입 3.7조
코로나19 이전에도 경영부진
항공수요 정상화 여부 미지수
통합효과 활용 여지도 제한적

법원이 한진칼 3자배정 유상증자를 중단시키지 않으면서 대한한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본궤도에 올랐다. 경영권 분쟁도 일단락될 가능성이 커졌으니 이제 남은 것은 통합 항공사의 경영이다. 두회사 모두 이미 코로나19 이전부터 경영이 어려웠다. 코로나19로 매년 수 조원의 혈세가 언제까지 지원돼야할 지도 가늠하기 어렵다. ‘코리아나항공’ 마져 불시착하면 대한민국 항공업은 국유화가 불가피하다. 결국 산업은행 등의 혈세지원은 ‘무제한급’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3분기말 기준 대한항공 부채는 22조7000억원이다. 유동부채가 7조7000억원으로 유동자산 4조1000억원을 크게 웃돈다. 1년 내 갚아야 할 단기차입금은 1조2000억원이다. 2조5000억원의 유상증자에 성공해도 1조8000억원을 아시아나항공에 투입해야 한다.

아시아나항공 부채는 13조원이다. 유동부채가 5조2000억원으로 유동자산(1조4000억원)의 3.6배가 넘는다. 단기차입금만 2조5000억원이 넘는다. 증자와 영구채 발행으로 1조8000억원의 자금을 수혈해도 빚더미 상황은 여전하다.

양사를 합치면 부채는 36조원, 단기차입금은 3조7000억원이다. 올 3분기까지 누적 적자만 1조3000억원이다. 빚으로 빚을 갚아야 한다. 이미 올해 아시아나항공에 2조4000억원, 대한항공에 1조2000억원 등 3조6000억원이 지원됐다. 빚이다. 내년에도 기간산업안정기금이 2조~3조원을 추가로 빌려줘야할 것으로 산은은 보고 있다.

산은이 삼일회계법인을 통해 2022년 여름에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항공 수요가 회복된다는 전제로 2023년 통합항공사 매출을 18조원으로 내다봤다. 순이익은 9000억원, 합병으로 인한 수익증대 효과는 3000억원으로 예상했다.

백신 개발에도 불구하고 확실한 치료제가 나오기 전까지 코로나19 종식을 낙관하기는 어렵다. 2022년 여름까지 회복되지 않으면 빚은 계속 늘어나야 한다. 이동걸 산은 회장도 최근 “이번 딜은 버티기 게임”이라고 정의했다. 코로나19가 종식돼도 항공수요가 예전 같을 지는 미지수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는 코로나19로 업무상 출장의 절반이 ‘영구히’ 사라질 것으로 내다봤다.

항공수요가 정상화된다면 통합 항공사는 초우량기업이 될 수 있을까? 왜 한진그룹 외에 다른 대기업들이 모두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손사래를 쳤을까?

2010년부터 2019년까지 10년간 양사 매출은 16.1% 늘었지만, 부채는 무려 66.8% 불어났다. 이 때문에 영업이익을 내도 순손익은 적자였다. 대한항공은 10년간 단 두 차례(2010년, 2017년)에만 흑자였고, 아시아나는 5차례 흑자에도 불구하고 1000억원이 넘는 이익이 난 해는 2017년 뿐이다. 가장 호황이었던 2017년 대한항공이 매출 12조원, 순이익 8000억원이다. 아시아나는 6조2000억원의 매출에 순이익은 2400억원이다. 당시 양사 부채는 28조원으로 지금보다 8조원 이상 적다.

구조를 뜯어고치지 않으면 정상화는 커녕 매년 수 조원 씩 불어날 빚더미를 감당할 수 없게 된다. 비용은 줄이고, 효율은 높여야 한다. 중복 제거와 규모의 경제 효과 극대화가 필요하다. 산은과 한진칼은 고용유지를 약속했다. 비용절감이 제약된 상황에서 효율을 높이려면 독점적 지위를 활용해 가격과 소비자정책을 활용하는 게 가장 효과적이다.

산은이 통합항공사 지분을 영구히 보유하지 않는다면 언젠가 매각해야 한다. 산은이 떠나면 조원태 회장의 단독경영 체제다. 특혜 논란을 피하려면 산은이 막대한 지원의 대가를 충분히 챙겨야 한다. 확실한 경영정상화도 필요하다. 통합 항공사까지 잘못되면 그 땐 국유화 외엔 방법이 없다.

2010년 산은 등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을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에 넣으면서도 박삼구 회장에게 경영을 맡겼다. 5년간의 워크아웃에서 벗어난 아시아나항공 경영권은 다시 박 회장이 갖게 됐다. 하지만 이후 아시아나항공 경영이 다시 악화됐고, 다시 산은 관리체제도 돌아가 지금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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