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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5·18 ‘헬기사격’ 유죄…비극의 종지부는 전씨 참회

전두환 전 대통령이 사자(死者) 명예훼손으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의 유죄 판결을 받았다. 전 전 대통령은 자신의 회고록을 통해 5·18 민주화운동 당시 광주에서 헬기 사격이 있었다고 증언한 고(故) 조비오 신부를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한 혐의로 기소돼 그동안 재판을 받아왔다. 이번 판결은 조 신부의 명예훼손과 관련된 사안이나 당시 헬기 사격이 사실이었음을 법원이 인정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숱한 공방과 논란이 이어졌지만 헬기에서 사격을 했다는 정황과 증거는 넘친다. 이번 재판보다 먼저 진행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이나 국방부 특별조사단의 조사 결과에서도 헬기 사격은 사실이었던 것으로 판명됐다. 광주 금남로 전일빌딩에 지금도 남아 있는 탄흔은 그날의 진실을 더는 감출 수 없는 명백한 증거였다. 헬기 사격을 둘러싸고 검찰과 전 전 대통령의 공방이 치열했지만 이보다 더 과학적인 증거가 어디 있겠는가. 전 전 대통령의 유죄를 인정한 법원의 판단은 지극히 당연하고 예견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5·18 민주화운동이 일어난 지도 올해로 40년이 지났다. 그동안 여러 경로를 통해 많은 증언과 증거가 수집되고 이를 바탕으로 규명된 진실도 적지 않다. 이번 판결로 헬기 사격의 실재가 밝혀진 것도 그중 하나다. 하지만 아직도 가려진 게 너무 많다. 국가의 공권력에 의해 수많은 실종 사망자가 발생했는데도 그 책임자에 대한 처벌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5·18은 비단 광주 지역에 국한된 아픔이 아니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두가 짊어져야 할 우리 현대사의 최대 비극이다. 이를 딛고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완벽한 진실 규명이다. 여기에는 어떠한 정치적·이념적 진영 논리도 있을 수 없다.

무엇보다 선행돼야 할 일은 전 전 대통령의 참회다. 누가 뭐라 해도 그는 5·18 비극의 최고 책임자다. 그런데도 그는 단 한 번이라도 자숙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재판이 진행되는 와중에도 지인들과 골프를 즐기거나 지병을 이유로 출석을 거부하며 진실 규명을 외면해 국민적 비난을 자초해왔다.

이제 시간이 얼마남지 않았다. 그도 곧 구순에 접어든다. 갈 길이 창창한 대한민국을 위한 마지막 봉사는 역사 앞에 사실관계를 밝히고, 5·18 민주화운동 피해자와 국민 앞에 진심으로 사과하는 것이다. 진실의 도도한 물결은 거스를 수 없다는 걸 전 전 대통령은 알아야 한다. 이번 판결이 이를 말해주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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