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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칼럼] 바이러스 폭력성과 야만성…그리고 발상의 전환

# “수도권 거리두기 2단계 발표 직후 사장님이 근무시간을 조정해야 하겠다고 연락해왔다. 2단계가 피할 수 없는 선택인 건 알지만 월급이 줄어드는 걸 생각하면 힘들다. 8월에도 근무시간이 줄면서 월급이 대폭 깎였다.” 연남동의 한 카페 아르바이트생의 하소연(본지 23일자 4면 참조)이다. 한 맥줏집에선 5명의 아르바이트생을 무급휴직으로 돌린다고도 했다.

# 정부는 공연·전시·영화·체육·숙박·여행·외식 등 문화·여가 부문 소비쿠폰 7종의 발급을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 사업 재개 한 달 만이다. 침체된 소비를 부양하기 위해 정부가 3차 추경의 일환으로 내놓은 소비쿠폰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숨바꼭질이나 하듯 재개-중단을 거듭하고 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의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된 이후 여행이나 행사, 모임 등 사람 간 접촉이 증가하고…” 언급(23일 정례브리핑)처럼 코로나19는 기어코 느슨한 방역의 틈바구니를 들쑤셔 놓았다.

또다시 악몽이다. 마음 편히 마스크를 벗지는 못해도 제 자리를 찾아가는 듯했던 일상이 또다시 멈춰 섰다. 무차별 감염이라는 바이러스의 폭력성 앞에서 사회적 관계는 뺄셈이 정답이 된다. 더하기는 바이러스의 폭력성만 증폭시킨다.

뺄셈의 사회적 관계는 현대사회에 치명적이다. 누군가에게 텅빈 도심 공간은 생계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위험 신호다. 특히 불안정한 위치에 놓여 있는 이들일수록 생계 위협 신호는 강하다. 아르바이트생과 자영업, 육체노동자 등은 뺄셈 관계의 직접적인 피해자들이다. 그래서 바이러스는 야만적이다.

경제와 방역의 아슬아슬한 줄타기에서 정부가 소비쿠폰이라는 고육책을 꺼내들고, 코리아 세일 페스타(코세페)를 역대 최대 규모로 진행한 것도 바이러스의 야만성 때문이다. 하지만 소비쿠폰도 코세페도 코로나의 폭력성 앞에선 무용지물로 변했다. 바이러스의 야만성을 순치(馴致)시키지도 못했다. 왜?

바이러스와의 전쟁은 뫼비우스의 띠처럼 시작점도 끝도 없는데 굳이 이쪽은 시작, 저쪽은 끝이라고 가정하고 움직였다. 사지선다형 문제에서 1번, 2번 이렇게 찍는 것과 같은 접근은 오히려 사태만 악화시켰다. 섣부른 소비 부양책과 독려는 촘촘해야 할 방역에 구멍을 내고, 그물을 빠져나온 바이러스는 특히 약자에게 무자비한 폭력을 휘둘렀다.

K-방역은 일상을 멈춰 세운 시민들의 힘에서 비롯됐다. 하지만 일상의 멈춤이 계속해서 공고한 성벽을 쌓으리라 생각하는 것은 환상이다. 오랜 바이러스와의 사투에서 감각은 무뎌지고, 육체도 정신도 지친다는 사실을 애써 외면했다.

코로나 뉴노멀. 우리가 ‘정상’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하루아침에 ‘비정상’으로 전락하는 상황에선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칼로 뫼비우스의 띠를 잘라 인위적으로 시작과 끝을 만들어야 하는 것처럼 바이러스의 야만성을 없애기 위해선 근본적인 발상의 전환이 있어야 한다. 사족 하나 붙이자. 제발 어불성설 포퓰리즘으로 바이러스의 야만성을 가리는 일은 삼가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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