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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험장 찾아 부산 원정까지도”…코로나에 자격증도 ‘피케팅’〈피 튀기는 티케팅〉
응시인원 축소·시험장확보 어려워
코로나 취업난 자격증 마련 빨간불
지난 11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면접을 마친 취업준비생이 구두를 벗어 손에 들고 고사장을 나서고 있다. [연합]

#1. 서울 서대문구에 사는 취업준비생 강모(26)씨는 올해 취득을 목표로 하던 일반기계기사 자격증 시험에 지난 12일 응시조차 못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각종 자격증 시험장 입장 인원이 축소됐고, 시험 장소도 줄어든 탓이다. 준비하던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이 깔린 시험장을 찾아 전국을 다 뒤져 봤지만 남은 자리는 없었다. 강씨는 “마지막 학기 졸업을 앞두고 올해 세워 둔 유일한 목표였는데 기회가 날아갔다”며 허탈함을 감추지 못했다.

#2. 경기 수원에 거주하는 취준생 이모(24)씨는 건축기사 실기 자격증 시험을 응시하기 위해 부산까지 왕복 10시간 원정 시험에 나섰다. 이씨는 지난 12일 오후 1시 정각에 휴대전화 애플리케이션으로 알람까지 맞춰 놓고 한국산업인력공단 큐넷 홈페이지에 접속했지만 서버에 수만 명이 몰리는 바람에 접속조차 불가능했다. 이씨는 “ ‘피(血)케팅(피 튀기는 티케팅)’이 따로 없었다”며 4시간 후 풀린 서버에는 한 자리도 남아 있지 않았다”고 한숨을 쉬었다. 이씨는 그날 밤을 새우며 응시 취소된 자리를 노리다 겨우 부산에 남은 자리를 찾을 수 있었다.

코로나19로 각종 국가인증 자격증 시험이 연기돼 수험생들이 몰린 데다가 응시 인원이 축소된 탓에 취준생들에게 빨간불이 켜졌다. 자격증을 취업 시 필수 요건·우대 사항으로 두는 기관·기업에 취직하려던 취준생들은 “코로나 취업난에 취업 준비물인 ‘자격증’도 마련하기 어렵다”며 아우성이다.

이씨는 “수원만 해도 4~5개 열렸던 시험장이 대폭 줄어 두 곳만 열렸다”며 “그나마 남아 있는 시험장도 100명 안 되는 인원만 접수가 가능할 정도로 입실 인원이 적었다”고 토로했다. 이씨가 준비하는 건축기사 자격증은 건축 시공 분야의 기업에 입사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자격증이다. 이씨는 “수험생들이 불안하지 않도록 서버를 늘리고 국가기술자격 전용시험센터 등을 마련해 줬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강씨 역시 “취준(취업 준비)도 어려운데 취업 준비물인 자격증 시험 접수마저 난관이다”며 한숨을 쉬었다. 이어 “이번 실기 시험에 응시해 자격증을 따지 못 따면 내년 3월 시험까지 기다려야 한다”며 “주요 공채가 열리는 상반기는 다 날리게 생겼다”고 덧붙였다.

상설 시험도 취소되거나 응시 가능 인원이 적어 수험생들이 쏠리는 실정이다. 지난 9월에는 대한상공회의소 컴퓨터활용능력, 워드프로세서, 전산회계운용사 등 상설 필기 시험이 시험일 전날 취소되기도 했다.

한국산업인력공단 관계자는 20일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방역 지침을 지키기 위해 25명이었던 입실 인원을 20명 이하로 유지하는 과정에서 시험장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정대웅 잡앤킬 대표는 “자격증 취득이 어려워지자 취업 일정이 꼬여 취준생들의 걱정이 늘었다”며 “보통 3월 자격증 시험에 응시해 9월 하반기 공채 일정에 맞춰 자격증 준비를 해놓는데 일정이 틀어진 셈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기업 등 원하는 회사를 지원하기 위해 취준생들은 더 많은 시간을 쏟을 수밖에 없다”며 “전공과 관련 없이 코딩 학습 등 유사 스펙을 높이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신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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