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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TS 새앨범 기다리며 설렌 나날…완주 대둔산은 왜이리 붉은지…
아원고택·오성제 둑방 등 연일 아미들 발걸음
방탄소년단 효과 곳곳 인증샷 행렬 이어져
‘신의 걸작’ 대둔산 이달 하순 만산홍엽 절경
자그마한 협곡따라 걷다보면 만나는 화암사
예술작품 같은 성당·호수길 어우러진 천호성지
만경강변 비비정 억새밭과 다리위에 걸린 석양
눈길·발길 닿는 곳곳 ‘힐링포인트’ 완주여행
신라 원효대사가 ‘사흘을 둘러보고도 발이 떨어지지 않는다’고 격찬한 대둔산의 가을 단풍과 눈앞에 펼쳐진 절경에 두려움도 잊게 만든다는 수직계단.
완주 만경강변 비비정의 낙조
완주 오성제 둑방길 소나무옆에 선 BTS일행.

방탄소년단(BTS)이 오는 20일 새 앨범 ‘비’(BE, Deluxe Edition)를 세상에 내놓는다고 하자, BTS 순례지로 유명한 완주가 떠들썩 덩달아 들썩인다.

아원고택은 연일 매진이고, 오성제 둑방 ‘방탄 소나무’, 고산 창포마을의 돌다리 인증샷 행렬도 이어진다. ‘한국의 테이트모던’을 꿈꾸며 새 단장에 한창인 폐공장 재생문화공간, ‘산속등대미술관’엔 요즘 부쩍 청소년과 청년들이 많이 눈에 띈다.

11월 들어 일조량이 많아지면서 완주의 대표적인 랜드마크 대둔산의 단풍은 11월 중순에도 건재하다. 완주를 사랑한 BTS의 ‘BE’를 기다렸다는 듯 말이다. 이달 하순에 가장 진한 색을 내면서 잎 끝이 말리기 시작할 지언정.

神이 빚은 완주랜드마크 대둔산=신라 원효대사는 대둔산을 가리켜 ‘사흘을 둘러보고도 발이 떨어지지 않는다’며 격찬했다고 전해진다.

해발 878m 우뚝 솟은 최고봉 마천대 아래로 끝없이 펼쳐진 바위 봉우리들의 자태가 수려하다. 우뚝 솟은 봉우리마다 독특한 형상이 담긴 대둔산은 잘 다듬어진 조각품에 분재의 군락을 보는 것 같다. 인간의 분재와 수석이 이렇듯 신비스러울수 없다. 신이 빚어낸 걸작이다.

지난해 ‘서머패키지’로 휴가겸 촬영을 위해, 낙조가 아름다운 완주 비비낙안과 비비정, 역사와 생태가 숨쉬는 위봉산성 등을 다녀왔던 방탄소년단이 만약 이곳까지 갔더라면, 신이 손수 조경한 대둔산은 아미들의 응원 속에 중국 태항산, 캐나다 퀘벡의 몽트랑블랑 부럽지 않은 세계적 명성까지 얻었을 것이다.

완주군 운주면의 대둔산은 한듬산을 한자로 만든 이름으로 한은 크다는 뜻이며 듬은 두메, 더미 덩이의 뜻을 일러 큰두메산, 큰덩이의 산을 뜻한다. 곳곳에 드러난 화강암 암반이 기암괴석을 이루고 있고, 빼곡한 숲이 첩첩으로 쌓여 있어 예로부터 호남의 금강산으로 불려온 곳이다.

가파른 철계단을 오르는 발걸음은 조심스럽지만 눈앞에 펼쳐진 장가계 같은 수직바위 절경에 두려움도 잊는다. 정상 부근에 있는 금강구름다리는 대둔산의 백미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놓쳐서는 안 되는 명소. 금강구름다리를 건너면 약수정이 나오고 여기서 삼선줄다리를 타면 왕관바위로 간다.

봉우리마다 한 폭의 산수화로 그 장관을 뽐내는 대둔산은 낙조대와 태고사 그리고 금강폭포, 동심바위, 금강계곡, 삼선약수터, 옥계동 계곡 등 신의 조화로 이룬 만물상을 보는 듯 황홀하기만 하다.

등산로가 잘 정비되어 있고, 케이블카(길이 927m)를 타면 7부 능선까지 올라 손쉽게 정상에 다다를 수 있다. 천등산 하늘벽, 신선암벽, 옥계동 양지바위에서는 대둔산 관리사무소를 통한 사전 신청을 통해 암벽등반도 가능하다.

안도현이 설레며 걷는길, 화암사 산행=완주의 거리두기 청정생태 여행지로 연탄 시인 안도현이 그토록 사랑했던 화암사와 숲속에 감춰진 보석같은 예술건축물 성당과 호수 산책길이 어우러진 천호성지를 빼놓을 수 없다.

경천면 불명산 자락에 있는 화암사 가는 길은 그리 화려하지는 않아도 자그마한 협곡, 단풍 등 소소한 아름다움들이 1.5㎞ 내내 동행한다.

‘인간세(人間世) 바깥에 있는 줄 알았습니다. 처음에는 나를 미워하는지 턱 돌아앉아 곁눈질 한번 보내오지 않았습니다./ 마음이 이끄는 길로 가고 싶었습니다. /산은 슬쩍, 풍경의 한 귀퉁이를 보여 주었습니다. 구름 속에 주춧돌을 놓은 잘 늙은 절 한 채….’ 시인 안도현은 ‘화암사, 내 사랑’이라는 시를 쓴뒤 이 산행길을 애인 만나러 가는 마음으로 가는 길이라고 했다.

화암사는 국보 제316호로 지정된 극락전이 유명하다. 화암사 극락전은 길게 앞으로 튀어나온 처마를 지탱하기 위해 ‘하앙’이라는 부재를 받쳐 놓은 독특한 건축양식을 갖고 있다. 처마를 길게 한 것은 눈, 비, 바람에 더 많은 사람과 동물이 피난 할 수 있도록 배려한 듯 하다. 극락전은 신라때 창건됐다가 소실돼 임진왜란 직후 다시 지었다.

우화루는 절의 대문을 누각으로 만든 것인데, 작은 창 세 개를 내어 창틀에 비친 바깥 풍경의 미학을 극대화했다. 경내엔 ‘입을 놀리는 것을 삼가라’는 철영제가 잠시 몸가짐을 바로 잡게 한다. 절 앞은 은행나무가 노랗게 물들어 바람이 일때 마다 꽃가루처럼 뿌려준다.

감춰진 보석, 예술·생태·마음힐링의 천호성지=비봉면의 천호성지는 1839년 기해박해를 전후해 완주 주변 교우들이 신앙을 지키고 하느님의 부르심(天呼)에 응답하는 삶을 살기위해, ‘하늘이 빚어낸 항아리’라는 뜻의 천호산(天壺山)에 신앙공동체를 형성한 것이 모태가 됐다.

성 정문호 바르톨로메오 등 순교자들의 묘비에 마음 정갈해지고, 30만평에 달하는 청정 실로암 연못, 편백, 소나무 등 수목, 예수의 말씀 석돌이 호위하는 산책길, 거대한 예술작품 같은 성당에서 마음의 힐링을 얻는다. 청정 자연속 이 성지 환경은 불교신자들이 더 좋아할 분위기이다. 완주에는 국내 최초 한옥성당인 되재성당도 있다.

방탄소나무가 있는 오성제 근처엔 산속등대미술관이 완주 산속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우뚝 섰다. 자연 속에서 전시 교육 체험 공연 등 문화향유를 한 번에 할 수 있는 곳이다.

40여 년간 방치되어 온 종이공장의 외관은 보존하고, 내부를 리모델링해 2019년 재탄생된 도시재생 공간이다. 제1,2미술관, 체험관(어뮤즈월드), 아트플렛폼, 야외공연장, 모두의 테이블, 등대, 수생생태정원, 슨슨카페 등을 갖췄다. 한국의 테이트모던을 꿈꾸는 스태프들의 열정이 역동적이다.

산속등대, 강변억새의 반전매력, 아미의 진군=짧아진 낮, 해가 서편으로 넘어갈 무렵 우리는 삼례로 간다. 전북 문화예술의 메카이자 수려한 낙조 명소이기 때문이다. ‘삼례마을 점순이전(傳)’ 처럼 주민 한명한명을 신문 1면톱에 올리는 ‘완주인생보’ 인쇄소도 있고, 청년예술가들의 작품 등이 전시되며, 폐선과 열차를 공방 겸 카페로 만든 비비정일대 놀터도 있다.

완주를 껴안듯 황해로 흐르는 만경강 노을은 삼례읍에서 볼 수 있는 아름다운 풍광 중 하나이다. 김제 쪽 긴긴 다리 위에 저녁해가 걸리면 만경강 남쪽강변 억새가 붉은 낯빛으로 바뀌며 수줍어한다. 보통, 억새는 산, 갈대는 강변인데, 이곳은 ‘강변 억새’라 이채롭다. 만경강변산책로 물가엔 사람 무서워하지 않는 청동오리들, 암수 서로 정답다.

완주가 방탄소년단, 이날치, 앰비규어스의 간택을 받더니 그동안 꽁꽁 숨겨두었던 비경과 뉴노멀 생태여행지, 문화예술 보석들을 하나둘 꺼내놓기 시작했다. 지구촌 아미들이 지금 태평양 인도양을 헤엄쳐 오고 있다.

함영훈 여행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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