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설] 택배 대책, 업계 관행개선 전제 요금인상 검토 필요

정부가 내놓은 택배기사 과로사방지대책의 실효성 논란이 거세다. 올 들서만 목숨을 잃은 택배기사가 10명이 넘고, 대부분 과로사로 추정되고 있다. 그러자 정부가 뒤늦게 대책 마련에 나섰는데 정작 문제의 본질과는 거리가 한참 멀다는 것이다.

이번 대책에는 택배업계가 안고 있는 문제점들이 모두 망라되기는 했다. 우선 택배기사들의 건강권 보호를 위해 근로 시간과 시간대를 줄이기로 했다. 주 5일제 근무, 하루 최대 작업시간 설정, 밤 10시 이후 배송제한 등이 그 내용이다. 불공정 관행 개선안도 담았다. 택배사와 대리점의 택배기사에 대한 갑을 관계 문제 해소, 홈쇼핑업체 등 대형 화주에게 지급되는 리베이트 관행(이른바 백마진)도 개선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모두 개선이 절박하고 화급한 사안들이다. 방향은 제대로 잡은 셈이다.

하지만 실효성에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대책 대부분이 택배사에 권고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어 실제 현장 적용이 쉽지 않아 보여서다. 더욱이 택배기사 장시간 근무의 구조적 문제들은 ‘시간을 두고 논의한다’는 식으로 어물쩍 뒤로 미뤄졌다. 택배기사 업무부담의 최대 요인인 택배 분류 작업만 해도 그렇다. 노사 의견을 수렴해 업무 부담을 줄이겠다고 했는데 비용 부담 등 첨예한 대목은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백마진’ 관행도 마찬가지다. 저가입찰 방식의 수주 경쟁과 수입이 줄어드는 대형 유통업체들의 반발을 넘어설 방안 역시 ‘다음’으로 미뤘다.

택배기사가 건강을 해치면서도 과로할 수밖에 없는 것은 근로 시간이 수익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택배기사에겐 ‘배달 건수’가 곧 ‘소득’이다. 일하는 시간이 단축되는 만큼 수입이 줄어든다면 아무리 완벽한 대책이 나와도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얘기다. 이번 대책이 본질과 거리가 멀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것은 이런 까닭이다. ‘죽음의 행렬’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열악한 택배기사의 근로 여건과 처우는 정부와 택배업계, 소비자 모두가 진정성을 가지고 동참해야 고칠 수 있다.

택배기사의 처우가 개선된다면 소비자들은 택배비 인상의 부담을 감수할 것이라고 한다. 국민권익위 조사 결과가 그렇다. 다만 그 전제는 관행의 개선이다. 분류 작업 등 부당 노동력 제공과 백마진 등의 문제는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개입할 필요가 있다. 정부가 관행 개선을 업체에 떠넘기면 그 부담은 결국 택배기사에게 돌아갈 뿐이다. 관행이 개선되고도 택배기사에게 일정 소득이 보장되지 않으면 소비자는 당연히 주머니를 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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