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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읽기] 바이든의 거짓말?

지난 7일 바이든 당선인의 승리선언 연설엔 감동이 없었다. 전혀 없었다.

90시간의 피 말리는 개표전쟁, 최대 승부처의 막판 뒤집기, 80 노정객의 3수끝 대선 승리, 애처로운 가족사까지 모든 것이 감동이어야 마땅한데… 그랬다.

남의 나라 대통령이어서는 아니다. 알맹이가 없어서도 아니다(온가족과 캠프 관계자, 지지자를 일일이 열거하고 찬송가까지 외던 15분 연설이 길고 지루했던 건 사실이다).

오히려 연설의 핵심은 확실했다. 갈등을 뒤로 하고 화합하자고 했다. 통합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약속했다. 역대 최고로 극심한 분열상을 보인 대선이었으니 그보다 절실한 것도 없다. 그런데도 감동은커녕 공감조차 되지 않았다. 그건 묘한 기시감 때문이다.

미국이든 한국이든 요즘 대통령 당선인의 첫 연설에 빠지지 않는 메시지가 분열 극복이다. 통합 소통 치유라는 다른 말들로 포장되지만 핵심은 화합이다.

멀리 갈 것도 없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5월 10일 당선이 확정되자마자 “저를 지지하지 않았던 분들도 섬기는 통합 대통령이 되겠습니다. 정의롭고, 원칙을 지키고, 상식이 통하는 나라다운 나라를 꼭 만들겠습니다”라고 했다.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몇 번을 다짐했다.

수감 중인 박근혜 전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그 역시 “이번 선거에서는 승자도 패자도 없습니다. 우리는 새로운 대한민국을 함께 이끌어가야 할 동반자입니다. 치열했던 경쟁 순간을 뒤로하고 함께 손을 맞잡고 앞으로 전진해야 할 것입니다”라고 길지않는 당선 메시지의 핵심을 화합으로 선택했다.

분열 대립의 정치도 모자라 대선 불복 몽니를 부리는 트럼프도 4년 전 당선 연설에선 “공화당원이든 민주당원이든 부동층이든 모두가 과거의 반목을 청산하고 미합중국의 깃발 아래 모여 상처와 갈등을 치유하자”고 외쳤다.

당선 연설뿐 아니다. 취임 연설은 더하다. 의욕의 가짓수가 많아졌을 뿐 화합의 메시지는 빠지지 않는다. 당선 후 취임까지 시간이 넉넉하니 더 미사여구로 꾸며진다. 여기에 더 옮길 필요도 없다.

하지만 그 약속들은 지켜지지 않았다. 모두 말과 행동이 달랐다. 거짓말했다는 건 아니다. 당시의 진정성도 인정한다. 오래가지 못했을 뿐이다. 어쨌든 약속 불이행의 결과는 마찬가지다. 이유를 찾기는 어렵지 않다. ‘권력의 맛’ 때문이다.

한 번 맛보면 초심을 잃게 만드는 게 권력이다. 최고 권력자에겐 최고 정보들만 모인다. 부분 부분만 보는 사람들이 우습다. 자신만큼 많이 알고 고민하는 사람은 없어 보인다. 내 생각만 옳고 반대하는 쪽은 미워죽겠다. 오래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못하면 후임이라도 내 편이라야 한다. 선거 승리는 필수다. 산토끼까지 잡으려다 엎어지면 큰일이다. 집토끼 내 편만 챙기면 된다. 화합은 무슨, 개나 줘 버리라지.

바이든의 약속도 지켜지지 않을 것이다. 그라고 뭐 별다르겠는가. 아, 특별한 인물이 없는 것은 아니다. 남아공의 롤리흘라흘라(넬슨 만델라의 아프리카식 이름), 우루과이의 호세 무히카 전 대통령이 있기는 하다. 그래도 바이든에게 기대는 안 한다. 그게 속 편하다. 워낙 많이 속아봤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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