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기획취재팀]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의 승리를 점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앞으로의 세계 경제 흐름과 자산 시장 재편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일단은 경제 전문가들이 2~3달 전부터 내놨던 전망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을 모양새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불복'이 현실화하면서 '대혼란'이 벌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지만, 이 역시 예상됐던 시나리오였던 만큼 '불확실성'에 대한 충격은 이미 시장에 반영됐다는 평가가 중론입니다.

크게 4가지 흐름만 알고 계시면 됩니다.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미국과 중국의 무역갈등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고, 달러 약세 흐름(트럼프의 경우 약달러 선호)을 보일 것, 트럼프 대통령 재선 시 '빅테크(거대 IT 기업)' 기업들 환경에 유리하고, 바이든 후보가 당선되면 '친환경' 테마가 강세를 보일 것"입니다. 물론 6일 현재 바이든 후보의 당선이 유력해지는 상황입니다.

헤럴드경제 기획취재팀이 만드는 '성시경 쇼(성공에는 별 도움 안 되는 시사경제 토크쇼)'에서는 최근 방송(15회)을 통해 조 바이든 미국 민주당 후보의 당선을 전제로 국내외 경제 영향을 짚어 봤습니다. 방송에서 다룬 내용을 기자수첩 형태로 소개합니다.

헤럴드경제 기획취재팀이 만드는 시사경제 토크쇼 '성시경 쇼' [그래픽=권해원 디자이너/khw@heraldcorp.com]

바이든 후보의 당선이 유력시되면서 미국 증시는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5일(미국 동부 기준)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1.95% 올랐습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 역시 2% 내외의 상승세를 보였습니다.

대선과 같은 큰 이벤트에 '불확실성'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요동쳤을 미국 주요 지수가 소폭 상승하는 모습을 보이자, 전문가들은 이미 '바이든 후보의 당선'이 미국 주식 시장에 반영돼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습니다.

바이든 후보가 집권할 경우 이른바 '바이드노믹스'가 본격화할 것으로 보입니다. 어떤 점이 포인트가 될까요? 일단 "코로나19 위기를 어떻게 통제할 것인지"가 주요 이슈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바이든 후보의 경우 소득·고용이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돌아갈 때까지 경기 부양책을 지속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바이든 후보의 경제 교사로 통하는 재러드 번스타인 예산정책우선주의센터(CBPP) 수석연구원은 바이드노믹스의 전개 순서를 ‘코로나19 통제 → 위기의 반대편으로 가기 위한 재정적 다리(fiscal bridge) → 더 나은 재건(바이든 경제정책 캐치프레이즈)’의 3단계로 설명한 바 있습니다. 물론 경제 부양책이 현실화하면 '증세 논란' 역시 한층 더 뜨거울 전망입니다.

바이든 후보 당선 시 재정지출을 늘려 적자가 확대되면, 달러화 가치는 이전보다 약세를 보일 것으로 관측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제 무역상 흑자를 위해 미국 달러화 약세(수출시 이익)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었죠. 바이든 후보의 경우 무역 흑자를 굳이 앞세우지 않더라도, 내수 경제 정책 방향상 자연스럽게 달러 약세 흐름이 전개될 수밖에 없을 것이란 분석입니다.

파리 기후협약 재가입 역시 '바이드노믹스'의 방향성을 보여주는 정책으로 평가받습니다. 바이든 후보는 지난 4일 밤(현지시간) 트위터에 트럼프 행정부가 공식적으로 파리 기후협약에서 탈퇴했다고 보도했던 기사를 올리며 "정확히 77일 안에 바이든 행정부는 파리기후협약에 다시 가입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날부터 대통령 취임식이 열리는 내년 1월20일까지 기간이 77일입니다. 기후변화를 음모론으로 치부한 트럼프 정부의 '과오'를 바로잡겠다는 상징성 역시 부각되고 있습니다.

바이든 후보는 파리기후협약 재가입과 관련해, 2035년까지 환경과 클린에너지 산업에 2조 달러를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신재생에너지를 이용해 세일가스 생산단가와 같은 그린수소 생산 ▷철강, 시멘트 제조, 화학에 사용되는 에너지 탈(脫)탄소화 추진 ▷화석연료 기업들에 대한 지원금 중단 및 오염유발 책임자에 대한 대응 ▷2025년까지 탄소세 법안 도입 및 수입제품에 대한 탄소관세 검토 등도 검토할 것이라고 합니다.

증권가 애널리스트들은 "민주당 행정부가 새롭게 추진하는 대표적인 정책에는 친환경 투자가 있다. 친환경에너지, 유틸리티, 친환경모빌리티 등이 바이든 정책의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습니다. 이에 많은 국내 기업들 역시 '친환경' 테마를 바탕으로 ESG 경영을 확대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입니다. ESG는 '환경·사회·지배구조'의 영어 단어 첫 글자를 딴 말로, 보다 친환경적 기업 경영을 하겠다는 뜻인데요. 최근에는 '탈(脫)석탄 기조'를 중심으로 국내외 기업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는 경영 방식입니다.

국내 개인투자자들의 관심이 많은 현대차 역시 오는 2025년까지 수소전기차 연간 판매량을 11만대로 늘리고 2050년에는 연간 50만대 규모의 수소전기차 생산체계를 구축한다는 계획을 밝혔는데요. '친환경'은 이미 국내 투자자들에게도 널리 알려진 테마라, 많은 국내 투자자들 역시 바이든 후보 정책 방향에 촉각을 곤두세울 것으로 보입니다.

"파리기후협약에 재가입하겠다"는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의 트위터[트위터 갈무리]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당선될 경우 한국 경제성장에 긍정적일까요, 아니면 부정적일까요. 국내 연구기관들은 바이든 후보 당선이 트럼프 대통령 재선보다 국내에 더 긍정적이란 평가를 내놓습니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지난 2일 내놓은 ‘미국 대선 결과가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선 이런 의견이 제시됐는데요. 현재의 미국 트럼프 행정부와 의회 구성을 기본 시나리오로 가정할 때 바이든 당선시 미국 경기 반등에 따른 한국의 총수출 증가율 상승 압력은 연평균 0.6~2.2%포인트, 경제성장률 상승 압력은 0.1~0.4%포인트라고 합니다.

연구원 측에서는 “두 후보의 세제, 재정지출, 대외 정책과 무역, 인프라 등 경제정책 공약을 토대로 볼때 바이든 후보 당선시 트럼프 대통령 재선보다 미국 경제가 더 강한 모습을 보이면서 한국 경제에 더욱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될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같은 날 보고서를 낸 산업연구원 역시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습니다. 바이든 후보가 당선되면 트럼프 대통령 임기 동안 경직됐던 '대미 통상 환경'이 완화될 것이란 진단을 내놓은 것이죠. 반대로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면 기존처럼 보호무역 정책이 유지되고 각종 무역구제 조치가 남발될 것이란 평가입니다.

바이든 후보는 세계무역기구(WTO) 규범을 토대로 다른 나라와의 통상 관계 개선을 추진하는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받는 개발도상국 대우 철폐 등을 주장하며 WTO 개혁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5일 우리금융경영연구소가 발표한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기조가 한국 경제와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과 시사점’ 보고서는 바이든 집권으로 미·중 무역갈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줄어들어 국내 투자와 소비심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점을 들어 성장률을 0.2%포인트 밀어올릴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연구소는 “여기에, 바이든 행정부가 글로벌 리더십을 발휘해 코로나 대응을 위한 국제공조를 이끌어낸다면 항공과 숙박 등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국내 경제에 긍정적인 효과가 배가될 것”이라며 “코로나 대응 관련 국제공조 강화가 공약에 포함된 만큼, 가능성이 충분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했습니다.

시나리오별 미국 경제 영향 [그래픽=권해원 디자이너/khw@heraldcorp.com]

미국 주식시장에는 'MAGA'라는 말이 있습니다. 빅테크 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구글(알파벳), 아마존을 지칭하는 말인데요. 이들 기업 주가가 바이든 후보 당선 시 '대기업 견제·법인세 인상'이라는 악재를 맞을 것이라는 예상이 있었죠.

저희 '성시경 쇼'에서도 지난 9월 말 미국 대선을 전망하며 "트럼프 대통령보다는 바이든 후보가 더 빅테크 기업들에 강도 높은 규제를 예고했다"고 말씀 드린 바 있습니다. 바이든 후보가 IT기업들의 독점과 개인정보보호 이슈와 관련해 더 규제받기를 원하기에, 바이든 후보 당선시 빅테크 기업 주가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평가한 것입니다.

그런데 이 빅테크 기업 주가가 바이든 당선 유력 소식에도 4~7% 오르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바로 공화당이 상원 다수당 지위를 지키면서 이른바 ‘블루 웨이브(상·하원 민주당 장악)’를 피했기 때문입니다. 쉽게 말해서 바이든 후보가 '반독점법 개정'을 통해 빅테크 기업들을 규제하려 해도 미국 상원의 다수인 공화당이 이를 저지해줄 것이란 기대감이 있다는 설명이죠.

김일혁 KB증권 연구원은 “단기 시장 반응은 아직 확정되지 않은 대통령보다는 양원 분점에 초점을 두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미국의 투자 분석가들 역시 "투자자들은 대형 기술주를 사들여 선거 불확실성과 민주당 정책리스크를 헤지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습니다.

11월 4일과 5일은 미국 대선 후보 예측에 따라 국내 관련주도 요동쳤습니다. 특히 '친환경 관련주'의 롤러코스터 주가 흐름이 이목을 끌었습니다.

개표 초반이던 4일 오전만 해도 이번 역시 여론조사를 뒤집고 트럼프의 재선이 유력해진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이같은 소식이 전해지면서 국내 대표적인 친환경 정책 수혜주로 거론되는 한화솔루션(태양광 에너지 및 고기능성 소재 기업)의 주가가 8% 넘게 하락했습니다.

그런데 이튿날인 5일, 바이든 후보의 대역전승이 유력시되면서 한화솔루션 주가가 12.30% 올랐습니다. 4일에 9% 떨어진 풍력 관련 장비 수출업체인 씨에스윈드도 5일에는 8% 가량 다시 올랐고요. 이틀동안 롤러코스터를 탄 거죠. 이밖에 친환경 자재를 제조, 유통하는 한솔홈데코(12.03%), 환경오염방지 시설에 필요한 기계장치 생산 및 태양광 발전 사업을 진행하는 KC코트렐(10.95%)의 주가가 반등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전기차 배터리 사업을 하는 기업들에 대한 관심도 커졌습니다. 바이든 후보의 당선의 유력시되자 지난 5일 삼성SDI(5.33%)와 SK이노베이션(4.55%), LG화학(4.15%) 주가 상승이 두드러졌습니다. 미국 전기차 제조 기업인 테슬라에 관련 제품을 납품하고 있는 센트랄모텍은 14.36% 올랐고요. 전기차, 에너지 저장장치 등에 사용되는 리튬이온전지용 알미늄박을 생산하는 삼아알미늄은 12% 오르기도 했습니다. 6일에도 친환경·배터리 관련주는 강세를 지속하며, 지속적으로 바이든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반영된 모양새입니다.

친환경 테마가 반색하는 모습을 보이는 동안, '남북 경협주'는 눈물을 삼켜야 하는 상황이 됐습니다. 4일 트럼프 재선 예상 속에 급등했던 남북경협주는 하루만에 상승분을 반납한 건데요.

남북경협주로 분류되는 에코마이스터(-14.92%), 대아티아이(-10.98%), 인디에프(-9.24%), 경농(-5.86%), 제이에스티나(-4.10%), 현대엘리베이터(-3.16%) 등 전일 급등한 대북주는 대부분 5일 급락세를 면치 못했습니다. 바이든 당선 시, 대북 관계의 진행과정이나 논의 절차에 대한 '새판 짜기'가 진행될 것으로 전망되고, 이로 인해 생기는 불확실성을 당분간 받아들이지 못하겠다는 의사를 보였다는 분석입니다.

[기획취재팀=배두헌·김성우·김지헌 기자]

raw@heraldcorp.com

※ '성시경 쇼'는? = 헤럴드경제 기획취재팀 3명의 젊은 기자들이 모여 만드는 시사경제 토크쇼. '성공에는 별 도움 안되는 시사경제 토크쇼'의 준말이다. 주요 경제 뉴스를 딱딱하지 않게 소개하고 재미있게 분석하는 게 목표다. 팟캐스트 플랫폼 '팟빵'과 오리지널 ES 계약을 맺고 방송을 송출한다. 팟빵에서 '성시경 쇼'를 검색하면 각 에피소드를 찾아 청취할 수 있다.

바이든 대역전승? 美 대통령 당선유력 (ft. 경제 영향 집중분석!)

(http://www.podbbang.com/ch/17770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