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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본 바로보기] 다시 열린 일본 취업시장

서울 유명 사립대를 졸업한 김혁신(27·가명) 씨는 올 초 일본 대기업에 합격했으나 코로나 사태로 출근일인 9월 1일까지 일본에 들어가지 못했다. 그는 지난달 중순에야 출국해 2주간 격리를 마치고 이달 초부터 도쿄에서 신입사원 연수 중이다. 김씨는 한·일 양국이 10월 8일부터 시행한 ‘기업인 특별입국 절차’를 통해 비자를 발급받았다. 올 3월 초 중단됐던 한국인에 대한 일본 입국 제한이 8개월 만에 다시 풀렸다. 일본 기업 입사가 확정된 사람들은 일본대사관에 비즈니스비자를 신청하면 2, 3일 안에 나온다.

일본 취업은 10여년 전부터 구직난을 겪는 한국 청년들의 숨통을 트는 역할을 해왔다.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로 한·일 관계가 악화하기 이전인 2019년 상반기까지 일본에 취업하는 청년들이 해마다 큰 폭으로 늘어났다. 일본에 취업하는 한국인 수는 2013년 3만4100명에서 2018년 6만2516명까지 급증했다. 2012년 말 아베정권 출범 이후 경제가 회복세를 타자 일본 시장에 도전하는 한국 젊은이들이 많아진 덕분이다. 올 들어 코로나19 여파로 고용지표인 유효구인배율이 떨어지고 있으나 하반기에도 1.0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일본 취업이 최근 질적으로도 개선되고 있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자영업 및 중소기업 중심 일자리에서 대기업, 금융회사, 지방자치단체 등 양질의 기관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우리나라 젊은이들은 컴퓨터·어학 실력이 뛰어난 데다 적응력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는다. 2000년대 들어 일본 대학으로 학부 유학을 간 뒤 졸업 후 현지 취업이 늘어난 것도 배경이다.

그렇다고 일본 취업에 대한 지나친 환상은 금물이다. 대기업, 대형 시중 은행 등 좋은 직장에 들어간 젊은이들도 2, 3년 안에 중도 퇴사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조직이 보수적인 데다 개성을 발휘하기 힘든 분위기가 남아 있다. 입사 환영식·전송회 등 각종 회식이 많고, 상사 눈치도 봐야 한다. 65세 정년이 보장되지만 입사 초기 임금이 젊은이들의 기대치에 못 미친다. 일본에서 장기 근속하려면 ‘개인’보다 ‘조직’, ‘변화’보다 ‘안정’을 중시하는 일본적 특성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국내 시장이 작은 한국의 취업준비생들에게 이웃 나라는 분명 기회의 땅이다. 우리와 하루생활권인 일본은 세계 3위 경제대국이며, 11년째 진행된 인구감소로 젊은 노동력이 부족하다. 올 9월 출범한 스가 정권이 생산성 향상을 위해 ‘디지털사회’로의 전환을 서두르는 것도 취업 전망을 밝게 하는 요인이다. IT·소프트웨어·문화산업 등에서 한국 인재들이 활동할 공간이 더 넓어질 것 같다.

‘코로나 장벽’시대를 맞아 지리적으로 가까운 아시아 시장의 중요성이 훨씬 커졌다. 한·일 국력 격차가 계속 좁혀지면서 양국은 2020년대에 대전환기를 맞고 있다. 지금까지는 일본에서 자금·기술·상품을 주로 들여왔으나 앞으로는 일본으로 수출하는 우리의 산업과 상품이 더 늘어날 듯하다.

한국 젊은이들이 긴 호흡으로 일본 취업에 도전해보길 권하고 싶다.

최인한 시사아카데미 일본경제사회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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