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사설] ‘공직인지 감수성’ 떨어지는 정부인사들의 잇단 실언

국민을 아연실색하게 만드는 정부 인사들의 실언이 국정감사장에서 연일 터져 나오고 있다.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은 5일 열린 국회 정책질의에서 “광복절집회는 불법이며 집회 주동자들은 살인자”라고 말했다. 그 집회가 “경제성장률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도 했다. 집회에서 확진자가 600명 이상 나왔고 7명 이상 죽었다는 게 이유다. 그런 이유라면 또 다른 살인자는 도처에 널려 있다. 생각이 다르다고 국민을 살인자로 몰 수는 없는 일이다. 도를 넘어도 한참 넘었다.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도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추행 의혹으로 치러지는 내년 보궐선거에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는 윤주경 의원의 지적에 “국민 전체가 성인지를 집단학습할 기회”라고 말했다. “어떤 상황에서도 국가를 위해 긍정적인 요소를 찾아내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둘러댔지만 해도 너무한 아전인수식 해석이다.

박범계 의원은 법률정보 데이터베이스인 법고을LX 관련 예산 삭감을 아쉬워하는 조재연 법원행정처장에게 “‘절실하게 의원님 살려달라’고 말하라”고 했다. 부탁해야 예산을 주겠다는 의미다. 조 처장은 결국 “살려달라”고 구걸하지 않았다. 박 의원은 “답답하다”고 했지만 그나마 다행이다. 크든 작든 읍소로 예산 배정이 결정될 수는 없는 일이다.

이들의 발언은 실수라기보다는 본심에 가깝다. 내 편 감싸기, 아전인수, 권력남용 발언이 처음도 아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이 군대에서 무릎수술을 받은 것을 안중근 의사 유훈의 실현이라고 말하는 민주당 의원도 있지 않은가. 이제 그들의 정체성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부 여당 인사들의 실언은 ‘공직인지 감수성’ 결여에서 온다. 성인지 감수성이 떨어져 성폭력을 저지르고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공직자의 도덕성과 윤리의식은 일반국민보다 높아야 한다. 일반인보다 높은 수준의 공직인지 감수성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그 첫걸음이 말조심이다. 행동보다 앞서는 게 말이다.

공직자들을 공복이라고도 하는 것은 명령의 근본 주체가 국민이기 때문이다. 주인이 국민이다. 그건 변 할 수 없는 진리다. 공직자의 공적 발언은 국민에게 하는 것이다. 실언을 조심해야 하는 이유다. 하물며 국회에서 국민을 ‘살인자’라 하고, 안 해도 될 선거를 수백억원이나 들여 또 하게 만들어 놓고는 ‘집단학습 기회’라고 강변할 수는 없는 일이다. 국민이 낸 세금을 예산으로 배분하면서 제 돈 쓰듯 ‘읍소’를 요구하며 생색내는 건 더욱 안 된다.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