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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홍남기 사표 소동’이 보여준 전문관료의 가벼움

홍남기 경제부총리의 사표 소동이 결국 해프닝으로 끝났다. 홍 부총리는 주식 양도소득세 개편 문제에서 민주당 압박에 밀리자 그제 국회에서 사의를 표명했으나 어제 대통령이 사직서를 반려했다며 사의를 거둬들여 하루 만에 없었던 일이 됐다.

홍 부총리의 사의표명은 처음에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이 지배적이었다. 그는 취임 후 23개월 동안 주요 경제 정책 결정에서 민주당의 압력을 돌파하지 못하고 내내 끌려다녔다. 증권거래세 인하, 국민재난지원금, 부동산감독기구, 2차 재난지원금, 추경 편성 등이 모두 민주당 계획대로 됐다. 홍 부총리가 소신을 굽히거나 의사관철을 못한 사안이 7차례에 이르자 관가에선 ‘7전7패 관료 패싱’이라는 말이 돌 정도였다. 용두사미에 빗댄 ‘홍두사미’라는 비아냥까지 들어야 했다.

이번 사표 소동을 촉발한 주식 양도소득세 대주주 요건은 대통령 공약 사항이었다. 대주주 요건을 10억원에서 3억원으로 낮추는 건 이미 내년 시행이 예고된 사안이었다. 일정대로 진행하겠다는데 가로막으니, 그동안 ‘당한 세월’까지 겹쳐 폭발한 게 사의표명으로 이어졌다. ‘예스맨’ 오명도 날려버릴 기세였다. 평소 얌전하던 사람이 화나면 무서운 법이다. 온순했던 부총리가 결기를 보인 것이니 파장도 오래갈 것으로 보였지만 “계속 잘하라”는 대통령 한 마디에 꼬리를 내렸다.

‘174석 거대 여당과 입김 센 청와대’라는 기울어진 운동장에선 어떤 부총리도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그런데도 홍 부총리의 결기가 응원군을 얻지 못한 건 자업자득이다. 전문관료로서 직을 걸어야 한 사안은 재정건전성 같은 국가 명운과 관련한 것이다. 대신 민생 현안과 관련한 사안에는 좀더 유연해야 한다. 주식 양도소득세, 주택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등은 코로나19 사태로 불황기를 지나는 중산층을 배려해 규제를 더 완화할 필요가 있다. 집 한 채 가진 중산층이 ‘주택 공시가격 90% 로드맵’으로 세금폭탄을 맞는 현실은 막아야 한다. 그러나 홍 부총리는 결연해야 할 때 물러서고, 물러서야 할 때 결연한, ‘엉뚱한 이미지’를 스스로 만들고 말았다.

이번 소동은 심각한 정책 결정의 난맥상을 상징적으로 드러냈다. 비대해진 당·청의 힘이 경제수장을 압도하면서 경제가 경제원리대로 돌아가지 못하고 시장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 임대차 3법으로 진퇴양난에 빠졌던 부총리 스스로가 절감했을 것이다. 당·청의 포퓰리즘성 정책에 제동을 걸어야 할 부총리가 새털처럼 가벼운 처신으로 존재감이 더 없어져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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