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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삼성전자, 노사문화도 초일류로 발전시키길

삼성전자 노사가 단체교섭을 시작했다. 무수히 많은 기업의 교섭이 연일 계속되지만 유독 삼성전자 단체교섭에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는 것은 큰 상징성 때문이다. 지난 5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무노조 경영 철회 선언이 현실화되는 과정인 데다 새로운 노사문화를 만들 것이란 기대까지 받고 있는 것이다.

3일의 첫 만남은 상견례 겸 본교섭을 위한 기본원칙과 향후 일정 정도를 논하는 자리였다. 특별할 것은 없다. 언성이 높아질 일도 없다. 실제로 좋은 분위기에서 덕담이 오갔고 합의도 잘 된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넘어야 할 산은 적지 않다. 삼성전자는 자타가 공인하는 국내 최고 최대 기업이다. 초일류 기술 경쟁력을 자랑하는 한국 산업의 자존심이자 간판 기업이다. 그 명성을 이어나가야 할 의무는 기업의 생존 그 이상이다.

지금은 4차 산업혁명의 격변기다. 코로나19라는 미증유의 위기도 겹쳐 있다. 경영환경은 그 어느 때보다 엄혹하다. 이 와중에 삼성전자엔 노사문화 재정립이란 새로운 과제까지 얹혀졌다. 일등주의 삼성 문화는 이제 일등 노조가 겸비돼야 완성되는 상황이 됐다.

지금까지 한국의 노사관계는 협력적이라기보다는 투쟁적이었다. 대기업은 특히 그렇다. 파업은 관행이고 적자에도 임금인상을 요구한다. 심지어 조직 이기주의의 귀족노조라는 말까지 듣는다. 외국인 자본가들이 노동시장 리스크를 한국 투자의 가장 큰 걸림돌로 지적할 정도다.

삼성전자 사업장에 속한 4개 노동조합은 공동교섭단을 만들고 상급단체인 한국노총에 권한을 위임했다. 김만재 한국노총 금속노련 위원장이 교섭위원으로 참석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조직화 정도가 미흡하고 협상기술도 떨어지니 수긍할 만하다. 삼성SDI 노사도 그랬다. 그런데도 장기적으로는 상급단체의 보호와 입김에서 벗어난 자율적 교섭능력을 확보해야 할 일이다. 당장 교섭권 위임의 불가피성은 인정한다 해도 상급단체와 개별 기업 노조의 이해는 언제나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당장은 어렵다. 그래도 초석은 놓아야 한다. 그래야 기업 노조의 정치화를 막을 수 있다.

이제 파업으로 점철된 한국 노동시장의 중병도 치료제가 나올 때가 됐다. 국민도 삼성전자가 상생의 노사관계로 무노조 경영보다 뛰어난 성과를 내주길 기대한다. 단절 없는 소통으로 대립은 하되 파국은 피하는 성숙한 노사관계가 전제돼야 가능한 일이다.

삼성전자의 초일류 노사문화 정립은 기업 차원을 넘어 대기업 귀족노조병의 백신을 만드는 일이다. 삼성전자 노사는 그걸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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