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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집값 급등, 고용절벽이 몰고온 씁쓸한 공인중개사 ‘열풍’

지난달 말 치러진 공인중개사 시험에 34만명이나 접수했다. 작년보다 5만명(13%)이나 늘었다. 1983년 제도가 도입된 뒤 가장 많은 역대급이다.

요즘 공인중개사 시장을 보면 이렇게 많은 사람이 왜 그렇게 자격을 따려고 몰리는지 언뜻 이해되지 않는다. 현재 자격증을 갖고 있는 사람들만 40만명이 넘고 개업한 공인중개사도 10만명이나 된다. 시장이 포화상태에 폐업도 많은 데다 새로운 경쟁자가 해마다 몇만명씩 양산된다. 게다가 정부의 ‘8·4 부동산 대책’이후 매매든 전세든 씨가 마를 정도로 주택 거래량은 급감, 전반적으로 벌이가 신통치 않다. 서울 아파트 거래만 해도 6월 1만6000건에서 지난달에는 4000건도 안돼 반의 반 토막이 났다.

게다가 정부는 ‘중개인 없는 부동산 거래시스템’ 정책을 추진 중이다. 중개보수가 높다는 불만도 나온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국정감사에서 “부동산 가격 상승에 따라 중개보수 부담이 커졌다는 소비자들의 어려움이 있고, 중개사들도 시장에서 거래가 활발하지 않아 부담을 느끼고 있어 상황 모니터링에 들어갔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런저런 사정을 생각해보면 공인중개사 앞날이 밝은 상황은 절대로 아니다. 아무리 ‘국민 고시’라고 하지만 시험을 보겠다는 사람이 30만명이 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그런데 유독 올해 급증한 것은 뭔가 다른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이번 시험 접수자는 40대가 32%, 30대가 29%로 10명 중 6명이 3040세대다. 코로나19로 고용시장이 꽁꽁 얼어붙으면서 보험용이라도 급한대로 공인중개사 응시자가 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가장 많이 접수한 연령대인 40대의 경우 2015년 11월 이후 59개월째 취업자 수가 감소하고 있다.

여기에 집값이 뛰다 보니 덩달아 중개수수료가 크게 오르면서 웬만한 직장보다 낫다는 생각도 퍼지고 있다. 서울의 경우 10억원짜리 아파트 매매계약을 체결해 매도, 매수자에게 중개보수를 모두 받으면 1800만원이나 된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은 9억원을 돌파했고 평균 매매가격은 지난달 10억원을 넘어섰다. 한 달에 한 건만 해도 벌이가 좋은 편이다. 집값 광풍으로 부동산 공부도 할 겸 겸사겸사 시험을 보겠다는 사람들도 적잖다.

그러나 공인중개사 수급과 정부 정책의 변화를 생각해보면 이상과열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시험 보겠다는 것을 말릴 수는 없겠지만 생계를 위해, 아니면 보험용으로 뭐라도 해 놓아야 된다는 불안감이 빚어낸 이상열풍이란 점에서 씁쓸한 기분을 지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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