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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는 게 너무 많은 민주당

민주당이 지난 주말 실시한 전당원투표처럼 결과가 궁금하지 않은 일도 드물다. 결과와 이후 수순이 훤히 보이기 때문이다. 86%라는 압도적 찬성률은 그래서 놀라울 것도 없다.

이번 투표가 당원들에게 묻는 내용은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가 부정부패 등 중대한 잘못으로 직위를 상실해 재·보궐선거를 하는 경우 해당 선거구에 후보자를 추천하지 않는다’는 당헌 96조 2항에 ‘단, 전당원투표로 달리 정할 수 있다’는 단서를 추가해 후보를 낼지 말지 여부다.

투표 내용 자체가 이미 당론이니 결과는 뻔했다. 당원투표는 전체 당원 중 30% 안팎의 격렬지지층이 주로 참여하는 게 보통인 데다 이낙연 대표가 “후보 공천을 통해 시민의 심판을 받는 게 책임 있는 공당의 도리”라며 방향을 정해주기까지 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주말 내내 민주당 누리집 게시판과 당원들의 소셜미디어(SNS)에는 찬성 투표 사실을 알리는 인증샷이 이어졌다.

야당을 비롯한 정치권에선 한목소리로 비난한다. 범여권인 정의당까지 비난 대열에 합류할 정도다. “지도부가 숙의는커녕 고민하나 없이 부담스러운 결정을 전 당원 투표로 떠넘겼다”는 내부 비판도 나온다.

지금 민주당은 ‘정권 재창출’을 위해서라면 모든 게 용납되는 줄 믿는 듯하다. 유리한 건 지키고 불리한 건 고치고 필요하면 새로 만들기까지 한다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는 게 너무 많다. ‘내로남불’의 최정점이다. 공수처법을 통과시킬 땐 야당의 비토권이 중립과 객관성을 담보한다더니 지금은 그게 공수처 출범의 발목을 잡는다며 또 뜯어고칠 태세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밀어붙일 때는 ‘비례위성정당’을 패악질로 비난하더니 4·15총선을 앞두고는 “비례대표 독식을 두고 볼 수 없다”며 말을 바꿨다.

이번 당헌 개정 투표는 그 분수령이다. 당헌은 정당의 헌법이다. 게다가 문제가 된 지역 단체장들의 중대한 잘못은 성폭력 관련이다. 요즘 가장 핫한 이슈다. 하나같이 식언하기 어려운 일들이다. 게다가 “자당이 부패로 축출된 지역에는 재보선 후보자를 추천하지 않겠다”는 2015년의 당헌은 당시로선 신선한 충격이었다. 국민은 양심 당헌, 청렴 선언으로 받아들였다. 그래서 호응도 높았다. 그 이후 경남고성 군수 재보선과 경부 상주·군위 국회의원 보선 당시 새누리당과 자유한국당을 비난하는 데도 한껏 활용했다.

민주주의는 신뢰가 생명이다. 그건 약속 이행이 관건이다. 절차만 거친다고 지켜지는 게 아니다. 지금 ‘연성 독재’라는 말까지 나오는 이유를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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