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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플러스] 하락장·상승장서 모두 필승…액티브ETF 정말 ‘전천후’일까?
국내 시장비중 5%,
채권→주식 확장중
초과수익 폭 제한적
운용내역 노출 위험

[헤럴드경제=서정은 기자] 상장지수펀드(ETF) 전성시대다. 국내 ETF 시장은 2002년 첫 상품 출시 이후 레버리지·인버스, 총수익지수(TR) 등으로 유형을 다각화하며 커졌다. 상장된 ETF 수만 해도 450개 이상, 순자산은 50조원을 넘는다. ETF의 확장은 펀드 시장의 무게 추를 ‘액티브(능동형, 초과수익추구)’에서 ‘패시브(수동형, 시장수익추구)’로 움직여왔다.

최근 몇 년 사이 ETF에 새로운 줄기를 형성해가고 있는 유형이 있다. 액티브 ETF다. 아직은 한자릿 수 점유율이지만, 잠재력이 만만치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패시브·액티브 성격을 고루 갖춘 이 상품은 2017년 채권형을 시작으로 약 한달 전 주식형으로 영역을 넓혔다.

액티브 ETF는 공모펀드 위축 속에 액티브 운용사들의 새로운 성장처다. 장내 실시간 거래가 가능하고, 빠른 환금성을 갖고 있다는 점은 일반 액티브펀드에 비해 비교우위다. 증권사 계좌만 있으면, 1%에 이르는 판매수수료 없이 낮은 보수로 쉽게 거래할 수 있다.

▶채권형→주식형 확장=액티브 ETF는 펀드매니저의 재량에 따라 편입 종목을 선택, 비교지표(BM, 벤치마크) 대비 초과성과를 목표로 한다. 2010년대 들어 ETF 활성화 방안으로 정체된 ETF 시장에 온기를 넣기 위해 논의되기 시작했다. 2017년 6월 채권형을 시작으로 현재 13개 상품이 국내에 상장돼 있다.

한국거래소가 집계한 10월 27일 기준 국내 상장 액티브ETF 순자산은 2조5696억원이다. 국내 ETF 총자산 규모가 50조원이라고 본다면 약 5% 안팎이다. 규모에서 아직 보편화됐다고 보기 어렵다.

눈여겨볼 점은 성장세다. 출시 초만해도 채권형 중심의 상품인데다 주식시장 활황 등에 밀려 주목받지 못했다. 하지만 2019년 순자산이 8000억원 이상 폭증하며 2조원 고지를 밟았다. 올 들어서도 5000억원 이상 몸집을 키웠다. 그동안 기관 중심이었던 채권 투자 저변을 채권형 액티브ETF를 통해 개인들에게까지 접근성을 높인 결과다.

▶“정체가 뭐지?”…역설과 딜레마=액티브 ETF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매니저의 자율성을 ‘어느 정도’ 인정하는 데 있다. 기초지수 수익률을 그대로 추종하는 패시브 ETF과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 대목이다. 이 때문에 액티브 ETF는 역설(paradox)과 딜레마(dilemma)를 내포한다.

위험과 기대수익은 비례하는데, 액티브ETF의 개념을 적용하면 상관관계가 깨진다. 하락 장에서 덜 잃고, 상승 장에서 더 버는 전지전능이 된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기초자산이 지수를 ‘충분히’ 추종하지 않는데 ETF로 규정해야 하느냐의 문제도 발생한다.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 캐나다 등 액티브 ETF를 일찍 도입한 국가들은 제도적 기준을 바꿨다. BM을 어느 정도로 추종해야하는 지 별도 규정을 두지 않아 ETF의 개념을 확장한 것이다.

한국거래소는 시장성 검증, 투자자보호 등을 이유로 채권형에만 액티브ETF를 허용해왔으나, 최근 인정범위를 넓혔다. 전세계적으로 패시브 상품이 인기를 끌면서 액티브 운용사들이 새로운 탈출구로 액티브 ETF를 주목한 흐름과도 맞닿아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ETF 개념 확장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대표적인 기준이 ETF 상관계수다. 수치가 1에 가까울수록 해당 ETF는 벤치마크 흐름에 거의 비슷하다 연동돼 있다는 의미다. 한국거래소는 액티브 ETF의 상장폐지 조건으로 ‘상관계수(1에 가까울 수록 일치) 0.7 미만 3개월 이상 지속 시’를 적용하고 있다. 기존의 패시브 ETF에 적용되던 상관계수 수준(0.9)보다는 낮지만 그렇다고 차별적인 운용이 가능한 여건도 아니다.

▶ETF는 포트폴리오 공개해야…미국은 선택, 국내는 의무=키움증권 자료를 보면 지난 6월 말 미국에 상장된 2380여개 ETF 중 400여개가 액티브 형태다. 전체의 16%가 넘는다. 지난달 말 운용자산(AUM) 기준 1410억 달러(160조원)에 이른다. 전체 시장규모가 4조7000억달러(450조원)을 넘는걸 감안하더라도 액티브 ETF의 성장세를 부정하긴 어렵다. 신규 출시도 활발하다. 삼성자산운용에 따르면 지난 8월까지 미국 시장에는 84개의 액티브 ETF가 출시됐다. 같은 기간 패시브 ETF 상장수(63개)를 앞지른다. 채권형(70%대)이 대부분이지만, 주식형 비중도 20% 이상으로 일정 수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미국에서 액티브 ETF의 출시가 활발한 핵심 배경은 납입자산 구성내역(PDF ·Portfolio Deposit File) 미공개형(Non-Transparent)을 허용한다는 점이다. ETF는 특성상 포트폴리오를 매일 공시해야한다. 지수와 똑같지 않은 포트폴리오 비중을 가진 액티브ETF의 운용전략이 노출될 수 있다. PDF 공개의무만 없다면 운용전략 노출을 피할 수 있다. 호주, 캐나다에 이어 미국에서도 올해 3월 최초의 미공개형 주식형 액티브 ETF 2종이 나왔다. 국내에서는 아직 허용되지 않아 인공지능(AI)을 활용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지난 9월 ‘코덱스(KODEX) 혁신기술테마액티브 펀드’, ‘타이거(TIGER) AI코리아그로스액티브 펀드’를 상장했다. 두 상품 모두 구성종목과 매매시점을 ‘AI 분석 및 펀드매니저 재량’으로 결정했다. 운용전략 노출을 피하려는 의도다.

lu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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