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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 공시가격도 ‘답정너’…90%로 맞춘다면서 3가지 방안?

국토교통부와 국토연구원은 지난 27일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에 대한 공청회를 열었다. 여기선 공시가격 현실화율(공시가/시세) 목표를 80%, 90%, 100%로 한 3가지 방안이 제시됐다. 현재 토지, 단독주택, 공동주택의 현실화율이 50~70% 수준인데 이를 유형·가격대별로 속도를 달리해 끌어올린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이 자리에 모인 전문가들은 각 방안의 장·단점을 놓고 치열한 토론을 벌였다. 그러면서도 공시가격이 부동산 보유세를 비롯해 건강보험료, 기초연금 등 60개 분야에서 지표로 활용되는 만큼 신중한 접근을 해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었다. 이는 당사자만 영향을 받는 게 아니어서 더 그렇다. 집주인에게 늘어난 조세 부담은 세입자에게 전가될 수 있다. 사실상 전 국민이 당면한 문제라는 이야기다.

국토부는 이날 모아진 의견을 숙고해 조만간 최종안을 내놓겠다고 했지만, 답은 이미 정해진 것처럼 보였다. 공청회가 시작도 하기 전에 여당은 “2030년까지 (공시가격을) 시가의 90%까지 맞추자는 긴 로드맵”이라고 언급했다.

연구원 발표에선 여러 경우의 수를 고려한 다양한 방안이 제시됐고 공시가격 현실화율 도달 시점도 10년으로 못 박지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하나 마나 한 공청회 아니냐는 의혹을 살만했다. 본격적인 논의가 이뤄지기도 전에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으니 너는 대답만 해)’ 아니냐는 비아냥도 나왔다.

이렇다 보니 공시가격을 둘러싼 우려를 제대로 받아들이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도 커지고 있다. 이미 답이 정해진 상황에서 다른 의견이 끼어들 틈이 있겠냐는 것이다. 최근 임대차3법 도입에서 확인했듯, 다양한 의견 수렴이 이뤄지지 않은 정책 시행은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

벌써부터 시장에선 정부가 목표로 잡은 수치 달성에만 급급해 국민의 세 부담을 만만히 본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국토부가 지난 2월 국토연구원에 연구 용역을 맡겼을 당시 과업지시서에는 ‘현실화 추진방안에 따른 세제·복지제도 영향 분석’이 포함됐으나, 이번에는 이 내용이 공개되지 않았다. 국토부는 최종안을 발표할 때 이 내용을 다루겠다고 했다.

공시가격 책정 기준은 여전히 ‘깜깜이’인데, 현실화율만 높이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현재 공시가격 산정 과정에서 어느 시점의 실거래를 시세로 삼는지, 최근 거래가 없다면 어떻게 보정하는 지에 대해선 알려진 바가 없다. 같은 ‘집’인데도 현실화율 도달 속도가 다르다는 점에서 고가와 저가, 공동과 단독주택 간 형평성 문제도 제기된다. 집값이 하락하는 와중에도 현실화율을 맞추는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공시가격의 시세 역전현상’도 고려해야 한다.

단순히 조세 부담이나 수급자 변화 문제로 끝나진 않을 것 같다는 시각도 있다. ‘거주지역이 곧 사회적 계층’이란 공식이 고착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전까지는 ‘근검절약’이든 ‘영끌’이든 각종 수단을 동원해 선호 지역에 입성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가구 소득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주변부로 밀려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좋은 지역의 좋은 주택일수록 경제 상황이 여유로운 사람들로만 채워지면서 거주 계층이 고착화된다. 그렇다면 해당 지역의 집값은 더 오를 것이다.” 최근 만난 한 전문가의 지적이 아프게 다가오는 시점이다. 양영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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