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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터리 소송 장기화…LG-SK 판결前 합의 가능성 급부상
美경제 부담, 대선이후 연기 분석
정치적 자율성 확보 위한 관측도
LG, 대화문 열려있다 강조
SK도 조속한 분쟁 종료 언급
최종판결 전 합의 가능성 점쳐져

“양사가 현명하게 판단하여 조속히 분쟁을 종료하고 사업 본연에 매진할 수 있기를 바란다. -SK이노베이션”

“경쟁사가 진정성을 가지고 소송문제 해결에 나선다면 대화의 문은 열려있다. -LG화학”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26일(현지시간)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전기차 2차전지 영업비밀침해 소송 최종 판결을 재차 연기하면서 양측의 막판 합의 가능성이 급부상하고 있다.

특히 이날 SK이노베이션이 입장문을 내고 조속한 분쟁 종료를 언급하고 LG화학이 대화문은 열려 있다고 강조한 만큼 교착상태에 빠진 배상금 협상이 급물살을 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ITC의 조기패소 확정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진데다 소송 장기화에 따른 피로감 누적 등으로 12월 10일 최종판결 이전 연내 합의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ITC 두 차례 이례적 최종판결 연기…왜?=업계에서는 미국 ITC가 최종 판결을 두 차례에 걸쳐 두 달 넘게 미룬 것에 대해 예상 밖이라는 반응이다.

ITC는 26일(현지시간) 위원회의 투표를 통해 최종판결을 12월 10일로 재연기하기로 결정했다면서 그 배경이나 이유는 밝히지 않았다. ITC는 소송과 관련해 미국 업계가 피해를 입었는지 여부만을 예비판결(행정판사 판결)과 최종판결(ITC 위원 5명 결정) 두 차례에 걸쳐 판정한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미국 대선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미국 경제에 대한 부담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무엇보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모두 미국 내에서 자국에 대규모 투자를 통해 경제적 효과를 창출하는 기업인 만큼 판결에 보다 신중을 기하기 위해 연기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일각에선 11월 3일 미국 대통령 선거 일주일 앞에 두고 판결을 내리는 ITC가 정치적인 자율성을 확보하기 위해 아예 대선 이후로 판결 일을 다시 잡았을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만에 하나 ITC가 SK이노베이션의 조기패소를 확정하면 텃밭인 조지아 주에서 수세에 몰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표심을 잡기 위해 대선 전 ITC 결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ITC 판결을 정치적인 목적으로 사실상 무효화하는 것으로, SK이노베이션이 기대하는 시나리오였다.

코로나19 영향 역시 배제하기 힘들다. 최근 ITC에서 2차로 연기되는 다른 소송이 생기고 있어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소송도 순연된 것으로 추정된다.

▶소송 장기화 부담…합의 가능성 급부상=양사 모두 소송 장기화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합의를 위한 협상이 본격적으로 논의될 가능성이 고조되고 있다. 6주 간의 물리적 시간이 더 주어진데다 ITC가 고심하는 모습을 드러낸 만큼 최종판결에 대한 불확실성이 증폭된 탓이다.

당초 이날 ITC의 최종판결은 LG화학의 승소가 유력시됐었다. 그동안 ITC가 조기패소 예비결정을 최종결정에서 뒤집은 사례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두 차례 판결 연기로 패소 확정이 아닌 수정지시(리맨드)와 같은 다른 판결이 나올 가능성에도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그렇다고 해도 소송이 장기화할수록 불리한 것은 SK이노베이션이다. 패소 판결로 베터리 셀이나 부품 및 소재 등에 대한 수입금지 행정명령이 내려지면 조지아주 배터리 공장은 본격 가동해야 할 시기에 직격탄을 맞게 된다. 총 3조원이 투자된 조지아 공장은 지금은 건설 중이지만 1공장은 내년 완공, 2022년 양산이 목표이며, 2공장은 2022년 완공해 이듬해 양산할 예정이다.

또한 SK이노베이션이 최종 패소에 불복해 즉각 항소하더라도, 항소 결과가 나올 때까지 수입금지 효력은 지속된다. SK이노베이션이 포드와 폭스바겐 등에 납품하기로 한 계약까지 감안하면 손배 비용은 더욱 커질 수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이날 입장문에서도 “한가지 분명한 것은 이번 연기로 소송절차가 더 길어지게 되었다는 것”이라면서 소송 장기화에 대한 부담을 우회적으로 드러냈다. 지동섭 SK이노베이션 사장 역시 지난 21일 “양사가 빨리 해결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며 “대화를 지속하려고 하고 있다”며 합의 가능성을 엿보였다.

LG화학 입장에서도 소송이 장기화되면 좋을 것이 없다. SK이노베이션 패소가 확정된다 해도 연방항소법원에 항소를 하게 되면 소송 장기전은 피할 수 없다. 또한 12월 1일 배터리사업 분사를 앞둔 상황에서 합의를 통해 배터리 소송을 조속히 매듭 짓는 것이 추가 비용지출을 막는 등 여러모로 유리하다.

업계에서는 현재까지 양사가 쓴 소송비용만 4000억원 이상으로 추산하고 있다. 여기에 미국내 로비자금도 막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합의금 규모다. 양사의 합의금 협상은 현재 교착상태에 빠졌다. 단위부터 다른 액수 차이 때문이다. LG화학은 수조원대를 요구하는 반면, SK이노베이션은 최대 수천억원대로 간극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최종 판결 연기로 양측의 불확실성이 더욱 커졌기 때문에 합의가 빨라질 수밖에 없을 것이고 현실적인 합의점을 찾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천예선·정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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