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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상현의 세계 100대 골프 여행 - 더CJ컵 격전지 섀도우크릭]불모지 흙쌓아 언덕·계곡·나무...라스베가스 사막 ‘기적의 코스’
섀도우크릭 파5 18번 홀

2주 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가스 섀도우크릭(Shadow Creek)에서 미국프로골프(PGA)투어 2020년 더CJ컵이 열렸다. 2017년부터 제주도의 클럽나인브릿지에서 3년간 계속 열린 대회가 올해 코로나19로 인해 장소를 미국으로 바꾼 것이다.

바람 부는 산악 코스에서 건조하고 따뜻한 사막 코스로 바뀐 결과 라스베가스에 익숙한 장타자 제이슨 코크랙이 우승했다. MGM모자를 쓴 코크랙은 섀도우크릭에서 많이 라운드 해봤다는 선수다.

또한 이 코스는 2018년 추수감사절 연휴에 타이거 우즈와 필 미켈슨이 900만 달러를 놓고 벌인 캐피털원스 더매치 18홀을 벌인 코스이기도 하다.

큰 판이 걸린 명승부가 펼쳐진 이 코스는 사막의 신기루같다. 1989년에 개장한 섀도우크릭은 라스베가스의 카지노 재벌 스티브 윈과 최고 설계가 중 하나인 톰 파지오가 만들어 낸 기적의 코스다.

윈이 파지오에게 백지수표를 주고 설계를 맡겨 미국의 역대 최고의 공사비로 6000만 달러가 들었다는 이곳은 개장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1993년 〈골프다이제스트〉 미국 100대 코스 8위에 오를 정도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세월이 지나면서 2019년 랭킹에서는 미국 26위로 순위는 다소 하락했으나 100년이 넘는 클래식 코스들 사이에서도 항상 높은 평가를 받는다.

섀도우크릭은 개장 후 10여년 동안 스티브 윈의 초대가 아니면 들어갈 수 없는 신비의 코스였다. 하지만 코스가 속한 미라지 카지노가 2000년 MGM에 매각되면서 리조트 상위 고객에게 입장이 허용되었다. 물론 500달러에 달하는 그린피를 낼 수 있는 골퍼에 한해서다. 지금은 그린피가 700달러로 올랐다고 한다.

백지수표를 받은 파지오는 라스베가스 북쪽 외곽의 사막 불모지에 흙을 쌓아 언덕과 계곡을 만들고 엄청난 양의 물을 끌어 들여 개울이 흐르게 했다. 또 높은 산에서 가져온 2만 그루의 소나무를 코스에 옮겨 심고 다양한 수종의 나무와 꽃들로 홀들을 채웠다.

코스 전장은 파72에 7560야드에 달한다. 원래는 7239야드였는데 2008년 코스 리노베이션을 하면서 전장을 늘렸다. 페어웨이는 여름에는 더위에 강한 버뮤다 그라스를 심고 겨울에는 라이를 오버시딩해 사막의 여름과 겨울 모두 진녹색을 연출한다.

라운드 초반 인상적인 홀은 581야드 파5 4번 홀이다. 길다란 연못을 끼고 왼쪽으로 활처럼 휘어 돌아가는 홀이다. 갈수록 좁아지는 페어웨이 끝 연못 옆 작은 그린이 난도를 높인다.

후반에는 좀 더 어렵고 뛰어난 홀들이 많다. 482야드 파4 15번 홀은 섀도우크릭에서 최고의 홀로 꼽힐 만 하다. 티잉 구역부터 페어웨이 왼쪽을 따라 길게 흐르는 실개천이 그린 바로 앞을 가로지른다. 비스듬히 기운 길다란 그린에 투온을 하기가 만만치 않다. 핸디캡 2번 홀이다.

154야드 파3 17번 홀은 섬세한 공략이 필요한 시그니처 홀이다. 주변에 3개의 벙커로 둘러싸인 그린 앞은 온통 연못이다. 앞뒤로 좁고 좌우 길쭉한 그린은 조금만 길거나 짧은 티샷도 모두 어려움에 빠뜨린다. 뒤로는 폭포수를 조성해두었다. 스티브 윈은 이 홀을 가장 좋아해서 그린 옆 개울을 아버지 이름을 따 마이클스 크릭(Michaels Creek)으로 불렀다고 한다.

이 홀을 마치고 18번 홀로 가는 길목에 빨간색의 공중전화 부스가 앙증맞게 서 있다. 529야드 파5 18번 홀 페어웨이는 작은 폭포들로 구분된 세 개의 연못을 끼고 오른쪽으로 크게 휘어진다. 그리고 그 끝에는 90도로 꺾인 곳에 연못 너머 그린이 놓여 있다. 선수들은 대부분 투온에 성공한 이 홀은, 물을 두 번 넘겨 투온을 유혹하지만 일반 골퍼에겐 세 번의 샷으로도 온 그린이 쉽지 않다. 흥분과 감탄의 마지막 홀이다.

[화이트파인 파트너스 대표, 골프 여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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