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스권 장세로 수수료수익 성장세 꺾일 수도
사모펀드 외면에 수익 줄고, 충당금 부담↑
해외부동산 가격하락에 익스포저 부메랑 가능성도
증권사들이 동학개미에 의한 주식거래대금 증가로 3분기에도 호실적을 기록하고 있지만, 지수 상승세 정체, 사모펀드 후폭풍, 해외 자산가격 하락 등으로 향후 성장세가 꺾일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헤럴드경제DB] |
[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 증권사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기대 이상의 3분기 실적을 거두고 있지만 기뻐하기만 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적 개선을 이끈 동학개미의 동력이 최근 박스권 장세로 주춤할 가능성이 있고, 사모펀드 사태나 코로나19에 따른 해외자산 가격하락 여파가 아직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26일 증권가에 따르면 KB증권의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이 3385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50.6% 증가하고 하나금융투자가 36.2% 늘어난 2880억원을 시현하는 등 지주사를 통해 먼저 실적이 공개된 은행계 증권사들이 호실적을 내놓고 있다. 분기 기준 사상 최대치였던 지난 2분기에 이어 증권사들이 3분기에도 역대급 당기순이익 기록을 낼 가능성이 커졌다.
이는 동학개미 투자 열풍으로 주식거래대금이 늘면서 관련 수수료 수익이 급증한 덕분이다. KB증권의 경우 3분기 누적 수탁수수료 수익이 4278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2배 이상(132.2%) 폭증했다. 기업금융(IB) 수수료(2146억원)가 같은 기간 15.6% 증가한 것을 크게 웃돈다.
그러나 9월 이후 지수 상승세가 정체되고 미국 대선 등 불확실성이 산적한 상황에서 동학개미에 의한 수수료 수익 성장세가 꺾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여기에 라임·옵티머스펀드 부실사태로 사모펀드가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으면서 관련 수익에 타격이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상반기에도 증권사들의 자산관리 부문 수수료는 4835억원으로 전년동기보다 12.8% 감소한 바 있다.
노재웅 한국신용평가 금융/구조화평가본부 실장은 “사모펀드 사태로 충당금을 얼마나 적립하는지, 선지급·소송 등으로 언제 충당금이 유출되는지가 중요하다”며 “대부분의 증권사들이 상반기 실적이 워낙 좋았어서 연간 실적을 보고 충당금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인지 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사모펀드 투자자산으로도 활용되는 해외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면서 건전성에도 빨간불이 커졌다. 금융감독당국도 증권사의 해외 부동산 익스포저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혁준 나이스신용평가 금융평가본부장은 “뉴욕 맨해튼의 경우 코로나 이후 부동산 가격이 40% 가량 떨어진 것으로 안다. 향후 셀다운(재매각) 등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해외 부동산의 경우 아직 손익에 반영되지 않은 게 대부분이라 향후 증권사 실적을 악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와 보험사의 해외 부동산 투자 규모는 20조1000억원이며 이 가운데 고위험 익스포저는 11조3000억~16조원으로 추정됐다. 특히 증권사의 경우 선순위 대출 투자비중이 16%에 그치고, 중·후순위 대출이 31%, 지분투자가 53%를 차지한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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