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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가예’ 임수향 “출연작들중 감정소모가 가장 컸던 작품”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MBC 수목극 ‘내가 가장 예뻤을 때’는 여주인공의 섬세한 연기를 필요로 한다. 한 여자를 동시에 사랑하게 된 형제와 그 사이에서 알 수 없는 운명에 갇혀버린 한 여자의 가슴 아픈 사랑 이야기가 드라마의 줄기이기 때문이다.

엇갈린 네 남녀 오예지(임수향), 서환(지수), 서진(하석진), 캐리 정(황승언)의 벗어날 수 없는 운명과 진정한 사랑의 무게를 그렸다. 자칫 치정, 또는 가족막장으로 갈 수도 있다.

하지만 타이틀롤이자 오예지로 분했던 임수향은 눈빛 등으로 표현되는 감정연기를 잘해 또 한편의 정통멜로를 완성해냈다. 특히 처연한 눈빛 연기는 캐릭터의 감정을 그대로 살려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임수향은 ‘내가예’를 선택한 이유가 분명했다.

“드라마가 가진 올드한 감성이 좋았다. 이번 드라마를 연출했던 오경훈 PD의 ‘불새’나 ‘발리에서 생긴 일’ ‘가을동화’와 같은 드라마를 보고 배우에의 꿈을 키웠다. 그런데 대본을 보니 그런 감성들이 ‘내가예’에서 나오더라. 이런 레트로 감성을 잘 키워 요즘 느낌과 믹스매치하면 깊이 있는 멜로가 가능할 것 같았다. ‘내가예’는 멜로라기보다는 인생사라고 생각한다. 정말 다양한 방식의 사랑 얘기로 인생을 표현해내는 드라마다.”

그럼에도 쉽지 않은 설정이라 연기가 쉽지 않았다. 임수향은 “처음에는 관계 설정 자체가 아슬아슬하고, 전세계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든 금기된 사랑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어 조심스러웠다“라면서 ”하지만 환(지수)이 형수를 사랑한 게 아니고 사랑한 여자가 형수가 된 것이다. 예지가 환의 형인 진(하석진)에게 간 것은 예지의 도피처가 되어주었기 때문이다. 예지는 가족도 없어지고, 고모한테서 도망치고싶었는데, 그때마다 진이가 도피처가 됐다“고 설명했다.

임수향은 “뒤늦게 예지가 자각을 하고 환이에게 사랑했다고 얘기했지만, 가족들과 얽혀있어 더 이상 어찌할 수 없었다”고 했다. 예지 입장에서는 어차피 환이와 맺어질 수 없다는 걸 알았다. 하지만 그들은 손만 잡고도 서로의 감정을 느꼈을 것이다.

드라마속에서 슈베르트 가곡집의 백조의 노래 중 제4곡 ‘세레나데’가 나올 때가 있다. 이 때는 일렁이는 욕망으로 격렬히 서로를 원하는 타이밍이다.

“시청자들도 진이파, 환이파로 나눠져 과열되기도 했다는 말을 들었다. 나는 둘중 누구의 팬도 아니다. 예지는 사랑받았던 기억을 떠올리겠지만 혼자 살아야 할 것을 안다. 잘 살아가는 게 해피엔딩이다. 고백도 못해보고 떠나면 너무 슬플 것 같아 환이에게 ‘나도 너를 사랑했다’고 말해주고 떠났다. 촬영 현장에서는 우리끼리 감정 표현의 강도를 좀 더 높여도 되지 않을까 같은 말을 하기는 했다.”

임수향은 ‘내가예’는 출연작들중 가장 감정소모가 큰 작품이라고 했다. “이렇게 주인공이 기구할 수 있나 하고 생각했다. 그래서 좀 잘하고 싶어 준비를 많이 했다. 잘못 표현하면 치정극이 될 수 있다. 감정선을 잘 따라가야 재밌는 작품이 될 수 있다고 보고 과거 연기선생님을 다시 찾아가 감정을 표현하는 법을 공부했다. 연기를 하다보면 과거 작품에서 했던 연기나 습관을 다시 꺼내 쓰게되는데, 그런 점을 배제하기 위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았다. 오예지의 좀 더 어른스런 감정과 기구함, 상처받음 등에 대한 표현법을 익혔다.

뿐만 아니라 예지라는 인물은 등장인물 모두와 관계를 맺는 캐릭터다. 환과는 소울메이트지만 더 이상 다가갈 수 없다. 진과는 실제 부부같은 느낌이다. 엄마(김미경)를 미워하지만 피의 끌림으로 계속 찾아가는 관계다. 시아버지는 처음으로 자신의 편이 되어준 가족이다. 케리 정과는 경쟁하고 싶지 않아 화내지 않고 우아하게 풀고싶었다. 이것이 기존 연적과 싸우는 다른 방법이다. 심지어 예지는 케리에게 직언도 해주고, 케리가 입원한 병원에도 가주는 캐릭터다.

임수향은 오예지가 아닌 임수향으로서 두 남자가 매달린다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에 “어렸을 때는 진이 같은 나쁜 남자, 짜릿하고 많은 경험을 하게 해주는 남자겠지만, 지금은 항상 날 바라봐주는, 안정감 있는 남자다”고 답했다.

임수향은 작품 경험이 많은 하석진(환)에게 의지를 많이 했고, 세 살 아래인 지수(진)와는 장난도 치며 현장을 즐겁게 만들었다. “나만 잘해서는 안되고 상대의 감정을 받아야 하는 드라마. 서로 의지했다. 우리는 전우애라고 했다. 그렇게 긴 장마와 코로나도 극복했다.”

임수향은 가장 기억에 나는 대사로는 시아버지가 한 말, “아무리 힘든 일이 있어도 제 시간에 일어나 제때 밥 먹고, 일상을 지키면 무너지지 않는다”는 말이 가장 와닿았다고 했다. 무엇보다 엄마로 나온 김미경한테서 배움이 많았다고 했다.

“김미경 선생님은 배우들이 꼭 함께 연기하고픈 배우다. 후배들에게 연기를 가르치지 않고, 지켜보는 스타일이다. 나는 용을 쓰는데, 엄마는 편안하게 연기하신다. 엄마가 말할 때는 슬프다. 힘이 대단하다.”

임수향은 연기를 잘 하고 싶지만 “스스로에게 100점을 주고싶은 날이 올까요”라고 기자에게 물었다. 작품을 시작할 때마다 스트레스 받고 결과에 만족하지는 않지만, (TV를 통해 작품을) 볼 때마다 좋다고 한다. 천상 배우 해야 할 운명이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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