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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엉덩이만 때려도 안된다는데…경찰 “추가 지침 없이 기존대로”[잇단 아동학대, 왜]
‘자녀 체벌 금지’ 골자로 한 민법 개정안 관련
경찰청, 별도 논의 없이 “기존대로 출동·수사”
전문가들 “후속 조치 마련해야”
경찰청. [연합]

[헤럴드경제=박병국 기자] 최근 학대가 의심돼 병원에 실려 온 영아가 숨지기 전 세 차례나 아동학대 신고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나 경찰의 초동 대응 실패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경찰이 최근 국무회의를 통과한 ‘자녀 체벌 금지’를 골자로 한 민법 개정안과 관련해 특별한 논의 없이 기존 아동학대 판단 기준을 그대로 적용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13일 자녀에 대한 체벌을 금지한 민법 개정안은 ‘모든 체벌은 아동학대’라는 취지로 마련됐지만 기존 아동학대와 같은 수준으로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16일 경찰에 따르면 경찰청은 지난 13일 부모의 ‘징계권’을 삭제한 민법 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뒤 국회 본회의 통과를 앞두고 있지만 이에 대한 세부 지침이나 후속 훈령 개정 작업을 아직 진행하지 않고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해당 법안이 (국회에서)통과돼도 기존 112 출동이나 혹은 아동학대 혐의에 대한 판단에서 달라지는 것은 없다”며 “따로 지침이나 훈령 개정 작업을 진행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부모의 체벌을 금지해도 현행 아동복지법이나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처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동복지법 제3조에 따르면 ‘아동학대’란 보호자를 포함한 성인이 아동의 건강 또는 복지를 해치거나 정상적 발달을 저해할 수 있는 신체적·정신적·성적 폭력이나 가혹행위를 하는 것과 아동의 보호자가 아동을 유기하거나 방임하는 것이다. 보건복지부 산하기관인 아동권리보장원은 ▷직접적으로 신체에 가해지는 행위 ▷도구를 사용해 신체를 가해하는 행위▷완력을 사용해 신체를 위협하는 행위▷신체에 유해한 물질로 신체에 가해지는 행위 등 4개의 구체적인 신체학대 행위와 15개의 신체적 징후, 6개의 행동적 징후를 예로 들고 있다.

현재 경찰청은 아동복지법, 아동학대처벌법, 그리고 자체 지침을 통해 아동학대 사건에 대해 대응하고 있다. 민법 개정안의 취지가 훈육을 목적으로 한 단순 체벌도 아동학대라는 것을 강조하는 것인 만큼 향후 ‘엉덩이 때리기’, ‘꿀밤’ 등 체벌에 대한 112 신고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며, 혐의점 판단에도 변화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아동학대 대응에 대한 변화 없이 기존 방식대로 대응하겠다는 것이 경찰청의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경찰청을 포함한 관계 당국이 민법 개정에 맞춰 법령 추가 개정 등 후속 작업을 진행해야 한다고 했다. 법무부 여성아동인권과장을 지낸 김영주 변호사(법무법인 지향)는 “민법이 개정된 후 어떤 수준을 아동학대로 봐야하는지, ‘엉덩이 때리기’ 수준으로 신고가 들어와 현장에 출동하면 추후 대응은 어떻게 해야 되는지 이에 대한 기준이 전혀 없는 상황”이라며 “경찰청, 관련 부처, 학계가 민법 개정안의 후속 조치에 대한 논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13일 서울 양천구 목동의 한 병원에서 숨진 16개월 영아의 경우 올해에만 1·5·6월, 세차례나 아동학대 신고가 있었지만 경찰은 ‘학대 증거’를 찾지 못했다며 해당 영아를 부모에게 돌려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coo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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