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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전 국민이 강 장관 남편처럼 생각하고 행동한다면…

추석 연휴 말미에 불거진 강경화 외교부 장관 남편 이모 씨의 외유 출국 소식은 이 정부 각료와 그 가족의 현실 인식 수준을 민낯 그대로 보여준다. 조국, 추미애 장관을 거쳐 강경화 장관까지 이어지는 공감능력 부재의 전형적 모습이다. 남들이 어찌 생각하든 ‘그게 뭐 어때서’라는 태도에는 숨이 탁 막힐 지경이다.

강 장관의 남편인 이모 연세대 명예교수의 출국 목적은 여행이다. 평상시라면 눈여겨볼 이유도, 그럴 필요도 없다. 하지만 지금은 코로나19의 세계적 확산으로 인한 해외여행 자제 기간이다. 꼭 필요한 공무나 비즈니스가 아니면 해외여행을 하지 않는 게 보통이다. 정부의 요청이지만 거의 국민적 합의와 다름없다. 지난해 4분기 659만명에 달했던 내국인 출국자 수가 올 2분기 12만명으로 급감한 것이 이를 증명한다.

이런 상황에 억대의 요트를 사고 카리브해까지 여유작작한 미국 동부해안 뱃길여행에 나선다는 건 한낱 졸부가 행하더라도 국민의 공분을 살 일이다. 그의 배우자는 ‘특별여행주의보’를 내린 외교부 수장이다. 그런데도 그는 권고 사항을 무시하는 데에 아무 거리낌이 없다. 오히려 “나쁜 짓을 하는 것도 아니고, 다른 사람 눈치보느라 내 삶을 양보할 수는 없지 않은가”라고 반문한다. 참으로 대단한 신념과 결기다. 오랜 꿈이라지만 요트여행이란 게 아내가 장관직에서 물러나고 코로나19가 잠잠해진 뒤로 잠시 미루면 안 되는 일인지 묻고 싶다.

그보다 더 황당한 건 강 장관의 반응이다. 그는 “남편을 말릴 수가 없다”는 입장이다. “송구하다”는 건 곁들임 반찬일 뿐이다. 그렇게 자유의지가 중요하다면 정부의 모든 지침과 권고는 무용지물이다. 전 국민이 광화문 집회 금지와 명절 연휴 고향 방문 자제를 어떤 이유로 따라야 하는지 아리송해진다. 전화로 귀성을 대신한 도시의 자식들은 바보가 된 느낌이다.

이 정부 주요 인사들의 ‘내로남불’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개인적인 부조리를 사회 시스템의 문제로 돌리는 주장도 버젓이 책으로 내놓을 정도다. 이제는 ‘선택적 정의’와 ‘나 홀로 공정’까지 나온다. “내 남편은 못말리지만 여러분은 따라야 한다”고 말하는 강 장관에게서 ‘보편적 정의’와 ‘평등한 공정’을 찾긴 어렵다. 전 국민이 강 장관 남편처럼 생각하고 행동한다면 정부는 뭐라 할 것인가.

지금 이 정권 주역들에게 필요한 건 공감능력이다. 그건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해봐야 생겨난다. ‘역지사지가 먼저’라는 얘기다. 그럼 못할 일이,못할 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음을 금방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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