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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에서 가장 슬픈 팔굽혀펴기
긴즈버그 대법관 ‘20년지기’ 트레이너
고인 조문서 팔굽혀펴기 3차례로 경의
암 극복 과정서 ‘루틴’ 그들만의 작별인사
 
지난 18일 별세한 고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미 연방대법원 대법관의 시신이 안치된 의회의사당에서 25일(현지시간) 그의 20년지기 개인 트레이너 브라이언트 존슨이 팔굽혀펴기로 경의를 표하고 있다. [C-스팬 화면 캡처]

[헤럴드경제=홍성원 기자]25일(현지시간) 오후 미국 워싱턴DC 의회의사당. 건장한 체격의 한 남성이 성조기에 둘러싸인 관 앞에 섰다.

그는 감정이 차올라 숨을 고르는 듯했다. 의사당 안은 ‘또각또각’ 다른 조문객의 하이힐 소리만 맴돌 정도로 엄숙했다.

그는 마음을 먹은 듯 무릎을 꿇고 팔굽혀펴기를 시작했다. 한 번, 두 번, 세번. 모두 3차례. 의식을 끝마친 뒤 그는 가벼운 목례를 하고 물러났다.

미 케이블 방송 C-스팬(SPAN) 등의 카메라에 포착된 이례적인 조문 장면이다.

고인은 지난 18일 췌장암 합병증으로 별세한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87) 대법관이다. ‘진보의 아이콘’으로 정치성향·사회적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사랑받아 온 인물이다. 여성으론 처음으로 의사당 안에 시신이 안치됐다.

팔굽혀펴기를 한 사람은 이 대법관의 개인 트레이너였던 브라이언트 존슨이다.

고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미국 대법관의 개인 트레이너인 브라이언트 존슨이 25일(현지시간) 고인이 안치된 관 앞에 서 있다. 팔굽혀펴기로 마지막 경의를 표하기에 앞서 슬픔이 밀려오는 것을 참으려는 듯 숨을 고르고 있다. [C-스팬 화면 캡처]

뉴욕포스트 등에 따르면 둘이 알고 지낸 건 1999년부터다. 긴즈버그 대법관이 암투병과 회복을 반복하는 동안 운동으로 건강을 유지토록 한 사람이 존슨이다.

고인은 존슨을 두고 “내 삶에 있어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거론한 적이 있다. 존슨은 고인에 대해 “놀랍고, ‘할 수 없다’고 말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했었다.

존슨은 그들만의 방식으로, 고인에게 영원한 작별인사를 한 것이다.

긴즈버그 대법관 생전에 두 사람은 팔굽혀펴기를 거르지 않고 했다. 존슨은 2017년 긴즈버그 대법관의 운동법을 담은 책도 출간했다. 암 극복 근력 운동 매뉴얼이다. 한국엔 ‘죽을 때까지 건강하게 살고 싶어서’라는 제목으로 소개됐다.

고인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속에서도 어김없이 꼬박꼬박 운동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존슨도 지난 6월 CNBC에 “우린 지속적으로 운동을 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고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미국 연방대법원 대법관과 그의 개인 트레이터 브라이언트 존슨의 모습

존슨의 조문 영상을 본 한 시청자는 트위터에 “이전에 팔굽혀펴기를 보고 운 적이 결코 없는데, 울음이 멈추질 않는다”라고 썼다.

고인 앞에서 팔굽혀펴기가 적절치 않았다는 의견도 있다. 관습에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이에 다른 네티즌들은 존슨이 왜 저렇게 했는지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 이상한 것이라고 대응하기도 했다.

hong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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