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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스라엘 적대 완화 시작한 ‘수니 맹주’ 사우디…국민 설득 넘어 수교 가능할까?
이스라엘과의 ‘관계 정상화’ 대한 여론 살펴
사우디 정부, 반 유대인 감정 지우기 나서
수니파 지도국 위상·팔레스타인 문제가 걸림돌
[123rf, EPA, 로이터]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이스라엘이 미국의 중재로 걸프 지역 아랍국가인 아랍에미리트(UAE)·바레인과 역사적인 관계 정상화 협정을 체결했다.

당장 ‘중동 평화 전도사’ 역할을 자청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열린 ‘아브라함 협정(이스라엘-UAE-바레인 관계 정상화 협정)’ 서명식을 진행하면서 5~6개 국가와 이스라엘 간의 추가적인 평화 협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혀 이번 협정의 범위가 다른 아랍 국가로 확대될지 관심사로 떠올랐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이슬람 수니파 맹주’ 사우디아라비아를 특정해 이스라엘과 관계 정상화에 나설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히며, 양국간의 관계 정상화 가능성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스라엘과의 ‘관계 정상화’ 대한 여론 살펴

이번 협정 체결을 전후해 주목할 점은 이스라엘에 대한 사우디의 입장이 미묘하게 변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아랍권 매체 알 자지라(Al Jazeera)는 이슬람의 최고 성지 메카에서 있었던 이맘 압둘라흐만 알수다이스의 설교 내용이 과거와 달라졌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전했다.

UAE가 이스라엘과 관계 정상화에 합의한 지 3주 지난 시점이었던 당시 TV로 중계된 설교에서 그는 유대인들에 대한 ‘격정적이고 맹렬한 감정’을 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사우디아라비아 메카에 위치한 카바 신전의 모습. [EPA]

그동안 알수다이스 이맘은 팔레스타인인들이 ‘침략자’ 유대인들을 상대로 승리를 거둘 수 있도록 기도했고, 유대인들을 대하는 최선의 방법은 이슬람 교도로 개종시키는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이 같은 변화에 대해 엑서터대학 아랍·이슬람연구소의 마크 오언 존스 교수는 사우디가 이번 아브라함 협정을 자국 내 여론을 떠보는 기회로 활용하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유력한 이맘을 통해 사우디 국민들의 반응을 시험해보고 정상화라는 개념을 장려해보기 위한 의도”라고 설명했다.

이런 변화를 두고 사우디 내부에선 상반된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해외에 거주하는 사우디인들과 정부에 비판적인 트위터 사용자들은 알수다이스 이맘의 설교를 ‘정상화 설교’라고 부르며 비판적인 목소리를 쏟아냈다.

사우디 시민인 알리 알 술리만은 “이스라엘은 점령국이며, 팔레스타인인들을 집에서 내쫓았다”며 적대감을 드러냈다.

반 유대주의 감정 지우기 나서

사우디의 실질적 통치자인 모하메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는 국내 개혁의 일환으로 종교간 대화를 추진하겠다는 약속을 내놓기도 했다.

특히, 이스라엘이 모든 중동 국가들의 안전을 보장하는 평화협정을 조건으로 자국 땅에서 평화롭게 살 권리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모하메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 [AP]

지난 4월 라마단 기간 사우디 MBC TV에서 인기리에 방영된 드라마도 주목을 끌었다. 1930∼1950년대를 배경으로 한 유대인 산파에 대한 재판을 다뤘는데, 드라마 속 주인공이 ‘유대인에게 동정심을 유발하도록 묘사됐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드라마 작가는 이야기에 정치적 메시지가 담긴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지만, 전문가와 외교관들은 이 드라마 역시 이스라엘에 대한 사우디 대중의 담론이 달라진 또 하나의 증표로 볼 수 있다고 말한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여기에 올 초 무함마드 알 에이사 전 사우디 장관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유태인 수용소로 활용됐던 폴란드 아우슈비츠를 방문했고, 미국 유대인 위원회가 주관하는 회의에 참석해 ‘이슬람 공포증과 반 유대주의’가 없는 세상을 요구하기도 했다.

닐 퀼리암 채텀하우스 부소장은 “빈 살만 왕세자는 성직자들을 통해 이스라엘에 대한 국가 차원의 메시지를 부드럽게 하도록 노력 중”이라며 “이는 이스라엘과의 향후 협상에 대한 정당성 부여에 기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수니파 지도국 위상·팔레스타인 보호자로서의 무게

다만, 당장 사우디가 이스라엘과 관계 정상화를 추진하긴 어렵다는 목소리도 크다.

가장 큰 걸림돌은 바로 팔레스타인 문제다.

살만 빈 압둘아지즈 사우디 국왕은 아브라함 협정과 관련해 “팔레스타인인들을 위한 공정하고 영구적인 해결책을 먼저 보고 싶다”고 말했다.

아랍 소식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살만 현 국왕이 권력을 잡고 있는 한 이스라엘과 사우디 간의 협정은 성사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팔레스타인 측의 반발도 거세다.

[위키백과]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은 이번 아브라함 협정과 관련해 성명을 내고 “이스라엘의 점령을 끝내고 팔레스타인 국가를 건설하지 않고서는, 이 지역에 어떠한 평화도, 안전도, 안정도 달성될 수 없다”고 선언했다.

사우디도 내각 성명에서 “사우디 왕실은 팔레스타인을 지지하고, 국제적으로 적법한 결정과 아랍 평화 이니셔티브에 준거해 팔레스타인 문제를 공정하고도 포괄적으로 해결하려는 모든 노력을 지원한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알 자지라는 “이슬람 수니파 세계의 지도국이란 위상을 고려해야하는 사우디로서는 이스라엘과 공식적인 협정을 단기간 내 진행하긴 힘들 것”이라고 보도했다.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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